‘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감희(김민희 분)를 따라가며 그려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오전 9시 베를린영화제 메인 상영광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도망친 여자’ 프레스 상영회가 열렸다. 홍 감독과 배우 김민희, 서영화는 공식 포토콜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홍 감독은 제목인 ‘도망친 여자’에서 ‘도망친 여자는 누구이고,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냐’는 물음에 대해 “사실은 그게 무엇인지 결정하지 못했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정할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멈췄다. 이 영화를 보고 관객이 느끼길 바란다. 그럼에도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의 모든 여자가 무언인가로부터 도망친다. 수감되지 않으려고, 또는 불만족으로부터 도망친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한국사회 분위기와 상반된 느낌의 영화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나는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주제를 영화에 담지 않는다. 그것이 내게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목적을 두고 뭔가를 향해 다가가기보다는 열린 가운데서 내게 오는 걸 기꺼이 받아들인다. 만약 내가 한국사회의 일반적인 것을 영화로 표현한다면 높은 완성도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의 엔딩곡은 홍 감독이 직접 작곡했다. 홍 감독은 “아이폰으로 녹음해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영화는 “홍 감독님의 현장에서는 배우인 동시에 관객이다. 다른 배우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다른 장면도 함께 보며 어떤 감정을 주는지 파악한다. 모든 장면은 서로 상호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공식석상에서도 다정한 모습을 자랑했다. 김민희가 취재진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홍 감독은 질문을 대신 통역해 전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도중 홍 감독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는 해프닝도 있었다. 홍 감독은 벨소리가 울리자 답변하던 중 “전화가 울린다”면서 휴대전화를 조심스레 꺼내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기도 했다. 홍 감독이 취재진에게 “쏘리”라고 사과하자 진행자는 “이런 상황이 홍상수의 영화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 영화이자 홍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한 7번째 영화다. 또한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홍 감독은 이 작품으로 ‘밤과 낮’(20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이어 네 번째로 베를린영화제에 초청 받았다.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가져가기도 했다. 홍 감독과 김민희가 불륜이라는 사실로 인해 대중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두 사람이 이번 영화제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도망친 여자’는 국내에서는 올봄 개봉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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