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회 월-금 MBC 저녁 7시 45분

어제의 이야기
한여름 밤의 꿈보다 짧았다. 빚쟁이들에게 쫓겨 다니는 일상에 지친 유선(윤유선)은 영화처럼 나타난 한 남자(정재형)에게 끌린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기며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는 이 남자는 유선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지만 내상(안내상)의 전화에 유선은 남자가 적어준 번호만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남자와의 재회를 꿈꾸던 유선은 결국 그 남자가 빚쟁이들이 고용한 사람이란 사실에 허무해한다. 한편 종석(이종석)의 실수에 수정(크리스탈)은 끈질기게 복수를 시도하고 결국 한 달 만에 성공한다.

Best & Worst
Best: (이하 )은 어디서 봤을 법한, 어딘가에 늘 있을 듯한 모습의 캐릭터가 배우의 연기와 만나 더욱 풍성해진다. 우울해 보이는 유선의 컨디션을 눈치 채지 못하고 배고프다며 “김치찌개나 빨리 끓여”라고 재촉하는 내상은 귀찮은 듯 신경질적으로 대사를 던지는 안내상에 의해 빛을 발한다. 크리스탈 역시 끝까지 오빠에게 지지 않으려 달려드는 수정을 과하지 않게 연기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질수록 각각의 캐릭터도 확실하게 표현되고 있다.
Worst: 에 대한 기대 중 하나는 평범한 상황을 비범하게 표현하는 것이었다. 거기에서 오는 놀라움과 재미는 따뜻한 감동과 함께 시리즈만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는 생각보다 이야기를 평범하게 풀어내고 있다. 유선이 파리에서 온 듯한 남자를 만나는 순간,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유선은 그의 예술적 매력에 반했고, 그가 녹음실에서 자작곡을 들려주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종석에게 당한 그대로 복수하려는 수정의 방식에도 투영됐다. 결국 지난 방송은 시트콤 특유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표현이 빠지면서 미니시리즈의 요약 버전이 됐고, 그 안에서 정재형의 독특한 웃음소리마저 생각보다 평범해졌다. 만의 ‘깨알 같은’ 유머가 간절한 요즘이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