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초라했다. 2010년 11월 후지TV의 심야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기 시작한 <피카루의 정리>는 별다른 화제 없이 묻혀갔다. 신인 코미디언들이 콩트와 토크를 꾸민다는 기획은 기존의 일본 코미디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지만, 시청률은 3% 대를 맴돌았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첫 번째 시즌을 마치자 숨어있던 팬들이 나타났다. 야외 이벤트에 2500명이 넘는 팬이 모였고, 후지TV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인기투표에서 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와랏떼 이이토모>에 이어 오락 프로그램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뒤늦은 피드백에 후지TV는 2011년 4월부터 <피카루의 정리>를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했다. 주요 콩트와 토크도 방송과 동시에 인터넷에 공개했다. 인기는 점점 불어 7월부터 후지TV 본사에 설치된 피카루 뮤지엄엔 3만 명이 넘는 팬이 다녀갔고, 특별판으로 발매된 <피카루 매거진>은 예약으로만 8만 부 이상이 팔렸다. 톱 코미디언 한 명 없이, 젊은 웃음꾼들이 이뤄낸 결과다.
일본 웃음의 새로운 세대가 펼치는 향연장
젊은 코미디언들은 <피카루의 정리>에서 원숭이가 되고, 비바리와 루이가 되어 금단의 사내 연애를 벌이다. |
<피카루의 정리>는 인기 드라마, 영화 그리고 화제를 코미디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동시에 유연한 태도로 광고와의 협업도 코미디로 완성해낸다. 아이돌의 콘서트 현장, 이사짐 센터의 이사 현장 등에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카멜레온 들키지 않고 잠입의 정리>에선 일종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만담이 대세인 일본 코미디, 점점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설정에 매달려 가는 최근 일본 코미디계에서 <피카루의 정리>는 신선하다. 코미디언 콤비 피스, 하라이치 등은 <피카루의 정리>로 괄목할 만한 인기 성장을 보였고, 비욘세 흉내 이후 침묵했던 와나타메 나오미는 이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매주 토요일 밤 일본 웃음의 새로운 세대가 펼치는 향연장. ‘피카루의 돔’이 지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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