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이바에는 별난 돔이 하나 있다. 1998년 프랑스가 일본에 우호를 기념하며 보낸 탑 ‘자유의 불꽃’ 속 어딘가 ‘피카루의 돔’이라 불리는 곳이다. 정상을 노리는 젊은 코미디언들은 매주 토요일 이곳에 모여 기이한 모양의 원숭이 데브리시카가 되고, 카멜레온으로 변신한 채 아이돌 콘서트 장에 잠입하며, 비바리와 루이가 되어 금단의 사내 연애를 벌인다. 황당과 폭소의 연속이다. 이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최근 인기를 타고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도배했고, 유투브의 시청 횟수를 올렸으며, 심지어 동방신기까지 홀렸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피카루의 돔’의 팬이라 밝혔다. 최근 일본 TV의 가장 뜨거운 화제. 후지TV에서 방영 중인 코미디 프로그램 <피카루의 정리>다. ‘피카루의 돔’은 이제 오다이바를 넘어 일본 열도 전체의 재미가 됐고, 자칭 차세대 코미디언들은 토요일 밤 TV의 새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피카루의 정리>는 일본 코미디계의 새 바람이다.

시작은 초라했다. 2010년 11월 후지TV의 심야 프로그램으로 방송되기 시작한 <피카루의 정리>는 별다른 화제 없이 묻혀갔다. 신인 코미디언들이 콩트와 토크를 꾸민다는 기획은 기존의 일본 코미디 프로그램 안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지만, 시청률은 3% 대를 맴돌았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첫 번째 시즌을 마치자 숨어있던 팬들이 나타났다. 야외 이벤트에 2500명이 넘는 팬이 모였고, 후지TV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인기투표에서 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와랏떼 이이토모>에 이어 오락 프로그램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뒤늦은 피드백에 후지TV는 2011년 4월부터 <피카루의 정리>를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했다. 주요 콩트와 토크도 방송과 동시에 인터넷에 공개했다. 인기는 점점 불어 7월부터 후지TV 본사에 설치된 피카루 뮤지엄엔 3만 명이 넘는 팬이 다녀갔고, 특별판으로 발매된 <피카루 매거진>은 예약으로만 8만 부 이상이 팔렸다. 톱 코미디언 한 명 없이, 젊은 웃음꾼들이 이뤄낸 결과다.

일본 웃음의 새로운 세대가 펼치는 향연장



젊은 코미디언들은 <피카루의 정리>에서 원숭이가 되고, 비바리와 루이가 되어 금단의 사내 연애를 벌이다.
<피카루의 정리>는 일견 국내의 KBS <개그 콘서트>와 닮았다. 매회 방송을 4~5개의 콩트, 토크 코너로 구성하며, 각각의 코너에 서로 다른 혹은 같은 코미디언이 출연한다. 활약 정도에 따라 멤버의 교체가 이뤄지며, 인기 코너는 종종 스페셜로 꾸려진다. 젊은 코미디언들의 경연장이기도 한 셈이다. 그리고 <피카루의 정리>는 각종 화제 혹은 광고를 콩트의 틀로 삼기도 한다. 시부야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잡지 < MEN`S KNUCKLE >의 광고는 <피카루의 정리>에서 ‘차라 오토코’(주로 심한 탈색과 가죽 자켓, 찢어진 청바지 등을 입은 멋 내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주인공인 ‘< MEN`S KNUCLE >을 동경해서’가 되었고, 주제곡이 대인기를 누린 후지TV의 연속극 <마루모노 오키테>는 <피카루노 오키데>로 다시 태어났다.

<피카루의 정리>는 인기 드라마, 영화 그리고 화제를 코미디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동시에 유연한 태도로 광고와의 협업도 코미디로 완성해낸다. 아이돌의 콘서트 현장, 이사짐 센터의 이사 현장 등에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카멜레온 들키지 않고 잠입의 정리>에선 일종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만담이 대세인 일본 코미디, 점점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설정에 매달려 가는 최근 일본 코미디계에서 <피카루의 정리>는 신선하다. 코미디언 콤비 피스, 하라이치 등은 <피카루의 정리>로 괄목할 만한 인기 성장을 보였고, 비욘세 흉내 이후 침묵했던 와나타메 나오미는 이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매주 토요일 밤 일본 웃음의 새로운 세대가 펼치는 향연장. ‘피카루의 돔’이 지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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