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놀랄 수밖에 없다. 버벌진트를 처음 알게 된 사람은 그가 유명 광고의 내레이션 성우라는 사실에, 명문대 출신으로 로스쿨에 재학 중이라는 정보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이미 버벌진트를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거칠고 단호한 목소리로 가득했던 앨범 과 달리 말랑말랑한 그의 새 앨범 < GO EASY >가 의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벌진트는 모든 것이 당연할 뿐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모두가 음악에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었다고 할 정도로 이미 음악에 푹 빠져버린 이 남자에게 이번 앨범은 그저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태어난 결과물인 것이다. 심지어 머릿속에 곡이 떠오르는 가장 최초의 순간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이 남자는 “사실 곡을 30%만 만들고 발표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믹싱하고 살을 붙이고 다듬는 과정은 듣는 사람을 위한 거지, 나를 위한 과정이 아니거든요”라고 말할 정도로 창작이 주는 카타르시스에 중독되어 있다. 건강을 위해 거르지 않으려는 조깅, 가끔씩 즐기는 농구를 빼면 딱히 취미 생활도 없다. 그럴만도 한 것이 달리 즐거운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창작 하는 즐거움, 그건 아무것하고도 못 바꾸겠어요”라니, 그에게 음악은 곧 일이자, 사랑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버벌진트는 요즘 “창작 욕구가 이렇게 많아도 되나”를 고민한다. 기타를 잡고, 샘솟는 음악을 휴대폰에 녹음해 두면 그것이 재산이고 보석이다. 모든 노래는 가사와 함께 맺히고, 모든 가사는 라임과 함께 영근다. 순서는 없다. 음악은 소용돌이처럼 그를 중심으로 휘몰아 칠 뿐이다.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고 그러면서 성장 해 왔어요. 달리 랩 연습을 한 적은 없어요. 음악을 한 과정 자체가 연습이 되었을 수는 있겠네요”라는 그의 말은 천재성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성실함에 대한 고백이다. 음악의 우물은 저절로 고이는 것이 아니라 고민과 실험으로 깊이 파 들어갈 때에 비로소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벌진트는 제 우물을 마시고 해갈의 기쁨에 안주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것도 작가라고 생각해요. 힙합을 젊은 사람들의 음악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십대 들어서서 자기 단계에 맞게 풀어낼 수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보거든요. 자기 위치에서 정직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에는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미래에 더 큰 기대를 걸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앨범에는 이성에게 끼 부리는 제 평소 태도가 반영 되었죠”라며 머쓱하게 웃는 그가 좋아 보인다. 서른둘, 지금이 아니면 쓸 수 없을 가사들이 진짜 이 남자의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했다. My name is 버벌진트. 본명 김진태.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밴드 음악을 좋아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유치하지만 나름대로 작곡도 해보고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힙합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 든 것은 고3때부터였던 것 같다. 라임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그런 걸 한글로 써보는 것에 흥미가 갑자기 꽂혔던 거다. 99년도에 나우누리의 흑인음악 동호회인 SNP에 뒤늦게 가입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올려놓은 습작을 보고 나도 곡을 만들고, 랩을 쓰고, 공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정모에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점점 아마추어 동아리 같은 분위기에 프로페셔널함을 더하게 되었다.
앨범을 통해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무겁고, 까칠하고, 불만 많은 사람으로 굳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당시에는 그런 부분에서 내가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고, 양적으로도 충분히 표현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음악이 그때보다 가볍게 느껴진다면, 그 시절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작년부터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었는데, 분노나 강한 느낌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그 이유로 연애를 예상한다면, 아니다. 솔직히 앨범을 낼 때마다 연애는 원활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하하. 연인과 헤어졌기 때문에 충격으로 앨범을 낸다거나 한 경험은 한 번도 없다.
힙합을 하는 친구들의 연령대가 낮아서 실제로 ‘원숭이띠 미혼남’ 가사에 나온 것처럼 띠동갑 래퍼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물론, 나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어린친구들 이상으로 힙합 음악을 많이 듣고, 흐름의 박자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부분 역시 아직 퇴화되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걔들이 여자 만나러 갈 때 내가 끼면 약간 어색할 수는 있겠지.
EP로 발표했던 < GO EASY 0.5 > 앨범의 티저 영상과 ‘좋아보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사실 같은 차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차량 렌트비를 아끼려는 취지에서 개인 소장 차량을 사용하게 하는 바람에 우연한 연결성이 생겨 버린 거지.
로스쿨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지원 할 때 로스쿨이 출범 첫해였기 때문이다. 신기해 보이기도 했고, 내가 지원한 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법이나 저작권법 같은 문화산업 관련 법제도 교육을 특화하겠다고 광고를 한 것에 솔깃하기도 했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까, 이건 그냥 고시생이지만. 그래서 일단 휴학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단위로 요일을 나눠서 공부하는 날과 음악하는 날을 나눠보기도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만약 다른 공부를 했다면 영문과 대학원을 갔을지도 모르겠다. 음악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
성우 일은 KMTV의 스팟 내레이터로 처음 시작했다. 방송사가 통합 되면서 자연스럽게 Mnet의 일도 하게 되었고, 소개로 광고까지 하게 되었고. 광고에 관한 한, 나는 을도 아니고…… 병, 정 정도의 위치이기 때문에 철저히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서 녹음 한다. 또박또박 읽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히 발음을 굴려 달라고 할 때도 있고, 사실 내가 들어도 이상할 때가 없는 건 아니다.
연말쯤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클럽에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은 경험이 있지만, 콘서트는 개념을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긴장하고 있다.
< GO EASY > 라는 제목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문장이다. 원래 ‘EASY GOING’이었는데, 언젠가 가벼운 느낌의 앨범을 만들게 된다면 꼭 쓰려고 늘 생각해두고 있었다. 다만,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절대 EASY하지 않다는 게……. 하하하
아마 다음 앨범은 < GO HARD >가 될 것 같다. 일부러 누구를 디스 한다거나, 의도적으로 거친 느낌을 내려고 하진 않겠지만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에 표출되지 않았던 강한 느낌이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 한다. 지나고 보니까 흐름이 그렇게 되더라고. 강약강약.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그래서 버벌진트는 요즘 “창작 욕구가 이렇게 많아도 되나”를 고민한다. 기타를 잡고, 샘솟는 음악을 휴대폰에 녹음해 두면 그것이 재산이고 보석이다. 모든 노래는 가사와 함께 맺히고, 모든 가사는 라임과 함께 영근다. 순서는 없다. 음악은 소용돌이처럼 그를 중심으로 휘몰아 칠 뿐이다. “가사를 쓰고, 녹음을 하고 그러면서 성장 해 왔어요. 달리 랩 연습을 한 적은 없어요. 음악을 한 과정 자체가 연습이 되었을 수는 있겠네요”라는 그의 말은 천재성에 대한 자랑이 아니라 성실함에 대한 고백이다. 음악의 우물은 저절로 고이는 것이 아니라 고민과 실험으로 깊이 파 들어갈 때에 비로소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버벌진트는 제 우물을 마시고 해갈의 기쁨에 안주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것도 작가라고 생각해요. 힙합을 젊은 사람들의 음악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십대 들어서서 자기 단계에 맞게 풀어낼 수 있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보거든요. 자기 위치에서 정직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라는 말에는 지금까지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미래에 더 큰 기대를 걸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앨범에는 이성에게 끼 부리는 제 평소 태도가 반영 되었죠”라며 머쓱하게 웃는 그가 좋아 보인다. 서른둘, 지금이 아니면 쓸 수 없을 가사들이 진짜 이 남자의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했다. My name is 버벌진트. 본명 김진태.
처음 음악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밴드 음악을 좋아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유치하지만 나름대로 작곡도 해보고 음악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힙합 음악에 본격적으로 빠져 든 것은 고3때부터였던 것 같다. 라임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그런 걸 한글로 써보는 것에 흥미가 갑자기 꽂혔던 거다. 99년도에 나우누리의 흑인음악 동호회인 SNP에 뒤늦게 가입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올려놓은 습작을 보고 나도 곡을 만들고, 랩을 쓰고, 공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정모에 꼬박꼬박 참석하면서 점점 아마추어 동아리 같은 분위기에 프로페셔널함을 더하게 되었다.
앨범을 통해서 나에 대한 이미지가 무겁고, 까칠하고, 불만 많은 사람으로 굳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당시에는 그런 부분에서 내가 쏟아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고, 양적으로도 충분히 표현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음악이 그때보다 가볍게 느껴진다면, 그 시절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작년부터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있었는데, 분노나 강한 느낌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그 이유로 연애를 예상한다면, 아니다. 솔직히 앨범을 낼 때마다 연애는 원활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하하. 연인과 헤어졌기 때문에 충격으로 앨범을 낸다거나 한 경험은 한 번도 없다.
힙합을 하는 친구들의 연령대가 낮아서 실제로 ‘원숭이띠 미혼남’ 가사에 나온 것처럼 띠동갑 래퍼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물론, 나는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어린친구들 이상으로 힙합 음악을 많이 듣고, 흐름의 박자를 놓치지 않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체력적인 부분 역시 아직 퇴화되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걔들이 여자 만나러 갈 때 내가 끼면 약간 어색할 수는 있겠지.
EP로 발표했던 < GO EASY 0.5 > 앨범의 티저 영상과 ‘좋아보여’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자동차는 사실 같은 차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라, 회사에서 차량 렌트비를 아끼려는 취지에서 개인 소장 차량을 사용하게 하는 바람에 우연한 연결성이 생겨 버린 거지.
로스쿨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지원 할 때 로스쿨이 출범 첫해였기 때문이다. 신기해 보이기도 했고, 내가 지원한 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법이나 저작권법 같은 문화산업 관련 법제도 교육을 특화하겠다고 광고를 한 것에 솔깃하기도 했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까, 이건 그냥 고시생이지만. 그래서 일단 휴학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단위로 요일을 나눠서 공부하는 날과 음악하는 날을 나눠보기도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
만약 다른 공부를 했다면 영문과 대학원을 갔을지도 모르겠다. 음악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
성우 일은 KMTV의 스팟 내레이터로 처음 시작했다. 방송사가 통합 되면서 자연스럽게 Mnet의 일도 하게 되었고, 소개로 광고까지 하게 되었고. 광고에 관한 한, 나는 을도 아니고…… 병, 정 정도의 위치이기 때문에 철저히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서 녹음 한다. 또박또박 읽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별히 발음을 굴려 달라고 할 때도 있고, 사실 내가 들어도 이상할 때가 없는 건 아니다.
연말쯤에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클럽에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은 경험이 있지만, 콘서트는 개념을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긴장하고 있다.
< GO EASY > 라는 제목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문장이다. 원래 ‘EASY GOING’이었는데, 언젠가 가벼운 느낌의 앨범을 만들게 된다면 꼭 쓰려고 늘 생각해두고 있었다. 다만,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절대 EASY하지 않다는 게……. 하하하
아마 다음 앨범은 < GO HARD >가 될 것 같다. 일부러 누구를 디스 한다거나, 의도적으로 거친 느낌을 내려고 하진 않겠지만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에 표출되지 않았던 강한 느낌이 나오게 될 거라고 생각 한다. 지나고 보니까 흐름이 그렇게 되더라고. 강약강약.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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