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처음 대중들에게 공개된 송혜교 주연의 은 ,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이정향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약혼자를 친 오토바이 뺑소니범을 어린 소년이라는 이유로 용서했던 여자가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불러일으킨 또 다른 범죄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고통스럽지만 우직하게 담아낸다. 이정향 감독과 배우 송혜교에게서 듣는 , 그리고 용서에 대한 이야기.죽음과 용서, 일상적인 소재를 담은 영화는 아니다. 혹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나.
이정향: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우연히 읽게 된 한 칼럼 때문이었다. 대학교 때인가 에 실린 ‘용서도 때로는 죄가 된다’는 식의 짧은 글이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사고가 바뀌는 기분이 들었고, 당시에 미약하나마 이 부분에 대해 충실히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데뷔 후 세 번째 작품 준비를 하면서 그 주제를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나 역시 가톨릭 신자라서 용서를 많이 권유받고 또 교육 받기도 하지만, 진짜 용서라는 게 쉬울까? 우리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소재거리 일까? 하는 생각이 많아졌다. 사형제 폐지 운동도 많이 일지만 항상 그 구심점에는 유가족들의 입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오히려 살인 사건의 피해자나 유가족들이 소외되고 도외시 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고.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를 한 문구로 집약을 하라고 한다면 ‘남의 상처에 대해 함부로 용서를 말하지 맙시다’라는 거다.
“사랑한 사람을 앗아간다면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과연 나라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만들어 내는 영화다. 그런 영화의 중심이 되어야 했던 배우로서의 고민이나 어려움 또한 많았을 것 같다.
송혜교: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아무래도 다혜가 폭발하는 감정이 없고 거의 안으로 꾹 삼키는 편이라, 내면의 연기가 많이 필요한 역할이라는 게 고민이었다. 속으로만 가지고 있으면 과연 관객들에 전달될까, 더 표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경계선에서 많이 힘들었다. 이 영화 이전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나 이런 주제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다. 나 역시 처음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고만 생각하다가 감독님께 이야기를 듣고, 책도 보게 되고, 시나리오 안의 상황들을 점점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극 중 다혜처럼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하고, 왜 이렇게 되어야 할까 하는 의문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잘 모르다가 점차 점차 알아갔던 것이 다혜를 따라가는데 심리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찍고 난 후 생각이 변한 부분이 있나. 만약 당신의 약혼자가 이런 상황을 당했다면 어땠을까.
송혜교: 한 편으로는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 용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사랑한 사람을 앗아간 사람이니까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그 점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과연 용서를 할 수 있을까? 사실 그 사이 용서라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을 안 하고 살았다. 그런데 을 찍고 난 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가 괴로워서, 빨리 잊기 위해서 용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앞으로 내 삶에 영화같이 큰 일이 아니라 작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 용서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혜교와 남지현, 두 배우를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
이정향: 혜교 씨와 지현이는 보석 같은 존재, 해와 달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예전에는 배우 역시 스태프처럼 내가 만든 캐릭터를 형상화 시켜주는 존재들 정도로 생각했는데 을 찍으면서 배우들을 진심으로 자식처럼 사랑하게 되었다. 감독으로서 모질지 못한 건 아닌지, 마음의 거리를 둬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할 정도였다.
송혜교 씨는 지금 왕가위 감독의 를 찍고 있다. 왕가위 감독과의 작업과 이정향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어떤 것을 배웠나.
송혜교: 는 잘 진행되고 있다. 거의 막바지다. 왕가위 감독 스타일이 빨리 찍는 편은 아니니까. (웃음) 보충촬영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마 내년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간 주로 정적인 연기를 많이 한 편이었는데 를 통해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많이 배워가고 있다. 은 뭐랄까 얼굴 근육을 쓰는, 얼굴로 표현하는 연기를 많이 배웠다. 왕가위 감독에게서는 인맥을, 이정향 감독에게서는 사랑을 많이 얻었다. (웃음)
이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정향: 시나리오의 마지막 버전을 쓰면서 정한 제목이 이다. 이 영화를 통해 살인사건의 유가족들에게 조그마한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내가 그분들께 드릴 수 있는 최선의 말, 즉 매일 분노에 휩싸여 사는 건 정말 더 억울하고 슬픈 일이니까 오늘 하루라도 분노를 마음의 주변부에 잠시 밀어 넣고 당신 자신을 위해 살 수 있다면, 오늘이 쌓여서 언젠가는 또 다른 당신의 삶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그래서 사건을 당하기 전의 삶으로 비슷하게나마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이라고 짓게 된 거다.
글. 부산=백은하
사진. 부산=위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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