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장수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는 지난주에 이어 이적과 정재형, 존 박이 출연 해 ‘라디오 스타’만의 빵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고품격 음악 방송답게 술에 취하면 단추 풀고 발 올리고 욕하는 정재형의 피아노 ‘발 연주’, 후배 울리고 야한 농담 하다가 옷 벗는 술버릇을 가진 이적의 피아노와 김희철의 노래가 어우러졌다. ‘라디오 스타’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부조화 속의 조화를 찾아볼 수 있을까.
‘라디오 스타’는 희한하다. 20분을 갓 넘기는 짧은 방송 시간의 프로그램이 3~4분에 달하는 피아노 연주곡을 경청한다. 그래놓고 바로 “예능의 대세라면 방송용으로 맞게 짧게 하이라이트 부분만 했었어야죠. 좀 재밌는 것은 없어요?”라며 면박을 준다. 그러면 이 자존심 높은 뮤지션들이 검정 목양말에 샌들 신은 발을 피아노 위에 얹고 진정한 ‘발 연주’를 보여주고, 갑자기 차려진 파란 매트에서 영문도 모른 채 전방낙법을 실시한다. ‘라디오 스타’에서만이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은 게스트를 향해 깐족거리기도 하지만 “곡은 잘 써지는데 채택이 어렵다“며 자학 개그를 선보이거나, 게스트를 향해 ”좀 재밌는 것은 없어요?“라며 툭툭 던지는 공격을 가하다가도 틈이 나면 ”짜증이 바짝 오른 부장님“이라면서 서로를 놀리기도 하는 `라디오 스타‘ MC들의 미워할 수 없는 개구쟁이 같은 분위기에서만 가능하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그들, 진짜 별걸 다 한다. 그런데 정말 웃긴다.
Best : 떠오르는 예능 대세 정재형의 매력은 무엇일까. ‘라디오 스타’ 200회 특집을 보면 정재형의 매력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를 연주하는 정재형은 범접할 수 없는 천재 뮤지션이지만, “왜 얘네 사무실만 얘기하고 우리 사무실은 얘기 안 해”라며 째려보는 정재형은 왠지 삐칠 때까지 놀려주고 싶은 새침한 아가씨를 연상시킨다. 반전의 묘미를 주는 정재형의 독특한 캐릭터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것. 진지하면서도 수줍은 얼굴로 “제가 사석에서 보면 좀 밉상일 때가 있잖아요. 얄밉게 보일까봐 되게 걱정을 했었다”라거나 반짝이는 눈망울로 “(인기를) 즐기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묻는 순수한 소년 같은 모습까지 지켜보게 되면 이 남자에게 도무지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샌들에 까만 목양말까지 멋있어 보이는 지경까지 이른다면 이미 당신은 정재형에게 중독됐다.
Worst : ‘조큼’ 놀았다는 존 박의 주사를 왜 ‘라디오 스타’ MC들은 캐묻지 않았을까. 한국말이나 문화가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존 박이 ‘라디오 스타’의 빠르게 치고받는 토크와 멘트에 단번에 적응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가끔 빠른 분위기 전환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는 존 박을 볼 때마다 달려가 ‘우쭈쭈’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 어떤 머리도 예쁜 김희철. 분명 바짝 깎은 머리도 60만 장병 중 가장 예쁠 듯.
– 존 박이야말로 반전의 남자. 상어바(?)도 못 먹는 순진하고 착한 남자. 하지만 이별할 땐 냉정한 남자.
– 존 박의 이별 통보 때 깔린 통합 자막의 굴림체 폰트야말로 경지에 오른 ‘라디오 스타’ CG의 무심한 신의 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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