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업계가 죽었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격감한 것이다. 복구를 지원하는 손길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직접 일본 열도를 찾으려는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 일본 여행사 중 하나인 일본여행의 조사에 따르면 4~5월 일본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외국인의 90%가 취소를 결정했다. 여진의 공포, 방사능 누출 위험 등 불안한 뉴스가 연일 터져 나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편 대지진으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 일본 향수병에 시달리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어디까지 안전한 걸까, 단기간이라면 괜찮을까. 가깝고, 볼거리도 많은 인기 여행지 일본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해서일 거다. 이 답답한 마음을 아라시가 알았을까. 그들이 입을 열고 나섰다.
아라시는 7월 일본 외무성과 관광청이 제작한 PR 영상 ‘Message from Japan’에 관광 대사로 기용돼 출연했다. 이 영상에서 그들은 ‘마네키 네코(招き猫)’와 함께 일본을 여행한다. ‘마네키 네코’는 오른쪽 앞발일 경우 돈을, 왼쪽 앞발일 경우 사람을 부른다는 의미를 가진 고양이 인형이다. 물론 이 PR 영상에서 ’마네키 네코‘가 들고 있는 건 왼쪽 앞발. 마츠모토 준은 홋카이도를 여행하며, 사쿠라이 쇼는 카고시마를, 오노 사토시는 교토를, 아이바 마사키는 오키나와를, 그리고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아오모리를 방문해 각 지역의 명물을 소개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얼굴을 통해 일본의 안전, 즐거움을 알리고 관광을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일본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결국 톱 아이돌이다.
‘고양이 정책’만으로 다시 일본에 갈 수 있을까 아라시의 일본 홍보는 2010년 4월로 올라간다. 아라시는 ‘관광입국 내비게이터’로 임명돼 관련 활동을 벌였다. 란 책도 출판했다. 이 책은 일본 관광청이 제작한 것으로 아라시의 멤버들이 일본 전역을 돌며 곳곳의 문화와 유적을 소개하는 구성을 취한다. 각지 유명인사와의 대담도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 있다. 비매품으로 학교나 관공서로만 배포됐으며 그 때문에 소동도 일었다. 학교에서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책을 교무실에 한정 배치했으며, 관공서는 구매 문의 전화에 시달렸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충실한 내용도 호평이었지만,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이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그리고 가 올해 6월 30일 공식 출판됐다. 책은 ‘오리콘 책 랭킹’에서 단번에 1위를 차지했으며 발매 첫 주 23만부가 팔려 2011년 주간 판매 기록에서도 1위에 올랐다.
국내의 면세점 브랜드들이 자주 취하는 스타 전략을 일본에서는 정부가 택한 셈이다. 대중 친화적인 아이돌의 모습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하겠다는 노림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단순해도 여행자가 필요로 하는 건 정확한 정보와 상황 전달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요코하마시를 비롯 일본의 몇몇 지방 자치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농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디자인센터의 하라 켄야가 꾸린 3.11 Scale도 같은 맥락의 프로젝트다. 하라 켄야는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방사선의 확산 정도를 말끔하게 디자인된 지도로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나라의 얼굴은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돌의 효과는 크다. 실제로 아라시가 관광 대사로서 벌이는 활동들은 기대 이상의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직도 3.11 관련 사고 소식이 꾸준히 날아드는 상황에서 그들의 ‘고양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아라시는 7월 일본 외무성과 관광청이 제작한 PR 영상 ‘Message from Japan’에 관광 대사로 기용돼 출연했다. 이 영상에서 그들은 ‘마네키 네코(招き猫)’와 함께 일본을 여행한다. ‘마네키 네코’는 오른쪽 앞발일 경우 돈을, 왼쪽 앞발일 경우 사람을 부른다는 의미를 가진 고양이 인형이다. 물론 이 PR 영상에서 ’마네키 네코‘가 들고 있는 건 왼쪽 앞발. 마츠모토 준은 홋카이도를 여행하며, 사쿠라이 쇼는 카고시마를, 오노 사토시는 교토를, 아이바 마사키는 오키나와를, 그리고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아오모리를 방문해 각 지역의 명물을 소개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얼굴을 통해 일본의 안전, 즐거움을 알리고 관광을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일본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결국 톱 아이돌이다.
‘고양이 정책’만으로 다시 일본에 갈 수 있을까 아라시의 일본 홍보는 2010년 4월로 올라간다. 아라시는 ‘관광입국 내비게이터’로 임명돼 관련 활동을 벌였다. 란 책도 출판했다. 이 책은 일본 관광청이 제작한 것으로 아라시의 멤버들이 일본 전역을 돌며 곳곳의 문화와 유적을 소개하는 구성을 취한다. 각지 유명인사와의 대담도 인터뷰 형식으로 실려 있다. 비매품으로 학교나 관공서로만 배포됐으며 그 때문에 소동도 일었다. 학교에서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책을 교무실에 한정 배치했으며, 관공서는 구매 문의 전화에 시달렸다. 200페이지에 달하는 충실한 내용도 호평이었지만, 구매할 수 없다는 점이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했다. 그리고 가 올해 6월 30일 공식 출판됐다. 책은 ‘오리콘 책 랭킹’에서 단번에 1위를 차지했으며 발매 첫 주 23만부가 팔려 2011년 주간 판매 기록에서도 1위에 올랐다.
국내의 면세점 브랜드들이 자주 취하는 스타 전략을 일본에서는 정부가 택한 셈이다. 대중 친화적인 아이돌의 모습으로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전환하겠다는 노림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단순해도 여행자가 필요로 하는 건 정확한 정보와 상황 전달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요코하마시를 비롯 일본의 몇몇 지방 자치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농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디자인센터의 하라 켄야가 꾸린 3.11 Scale도 같은 맥락의 프로젝트다. 하라 켄야는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방사선의 확산 정도를 말끔하게 디자인된 지도로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 나라의 얼굴은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돌의 효과는 크다. 실제로 아라시가 관광 대사로서 벌이는 활동들은 기대 이상의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아직도 3.11 관련 사고 소식이 꾸준히 날아드는 상황에서 그들의 ‘고양이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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