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인피니트 정규앨범 주간판매 1위” 얼마 전 Mnet 의 ‘인피니트 깨알 플레이어’에서는 한 음반 매장에서 인피니트가 주간 1위를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자막을 걸었다. 물론, 그 뒤에는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자신감 급상승” 같은 설명이 뒤따랐지만. 이 날 인피니트는 인지도를 높이려고 거리 공연을 했다. 그들은 팬덤의 지지가 중요한 음반 차트에서 1위를 할 수 있지만, 팬덤 바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당연한 일이다. 인피니트는 ‘3대 기획사’로 분류되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니다. 지금 가장 대중과 가까운 걸그룹도 아니다. 예능 활동으로 인기를 얻은 멤버도 없다. 많은 남자 아이돌 그룹들은 온갖 ‘**돌’ 식의 이름으로 그룹의 콘셉트를 설명했고,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강조했다. 명확한 콘셉트로 뚜렷한 성별, 연령, 계층을 노릴 때 팬덤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팬덤은 아이돌의 음반, 공연, 관련 상품을 소비한다. 때로는 대중에게는 ‘오그라드는’ 콘셉트일 수 있어도, 그게 취향에 맞는 사람은 열성팬이 된다. 하지만 인피니트는 ‘군무돌’이다. 군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춘다. 그들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보다 연습실에서 정확한 군무를 하는 동영상이 더 화제다.
1990년대를 달려 2011년으로 온 아이돌 군무를 잘 추는 콘셉트란 요즘 같은 시대에 있으나 마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피니트에게 군무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시 돌아와’-‘BTD’-‘내꺼 하자’ 등 그들의 앨범 타이틀 곡 군무는 1990년대 남자 아이돌 군무의 재현이다. 멤버들은 일사분란하게 대형을 맞추며 똑같은 동작을 정확하게 소화한다. 멤버들은 자기 파트를 할 때마다 중앙에서 걸어 나오며 노래하고, 그 때마다 멤버들은 좌우로 갈라지며 군무를 소화한다. 엄청난 연습으로만 가능한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군무, 멤버 개개인을 최대한 멋져보이게 하는 구성. 인피니트는 H.O.T.와 신화가 1990년대 중후반에 선보였을 법한 무대를 재현했다. 음악 역시 그 시절 남자 아이돌 그룹의 구성을 따른다. 세 곡은 모두 ‘다시 돌아와’, ‘Before the dawn’, ‘내꺼 하자’ 같은 짧고 힘찬 떼창을 후렴구로 내세운다. 세 곡 모두 중간에는 반드시 랩이 들어가고, 후반에는 댄스 브레이크로 춤 솜씨를 과시한다. 요즘 아이돌 그룹중 이 정도로 철저하게 아이돌 그룹 특유의 곡 구성을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2011년에 1990년대 아이돌의 재현은 촌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유희열은 ‘다시 돌아와’를 “2010년 최고의 아이돌 음악”이라 말했다. ‘다시 돌아와’는 한국 남자 아이돌 그룹 특유의 구성위에 1980년대에 나올법한 디스코/펑키 리듬을 채운다. 디스코/펑키 리듬의 속도감이 그대로 ‘다시 돌아와’라며 남자 아이돌 특유의 힘찬 떼창으로 이어지면서 이 곡은 ‘클래식’한 남자 아이돌 곡이자 독특한 아이돌 노래가 된다. 아이돌 떼창 특유의 풋풋함과 열정은 유지하되, 디스코/펑키 리듬이 그것을 촌스럽지 않게 꾸며준다.
1980년대 디스코/펑키와 1990년대 남자 아이돌 그룹 음악의 결합은 인피니트가 얻을 수 있는 팬덤을 명확히 한다. 1990년대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었던 사람들은 인피니트의 군무의 매력을 안다. 또한 디스코/펑키 사운드는 그들이 어린 시절 팝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들었던 음악이다. ‘다시 돌아와’는 1990년대 아이돌의 영향권 안에 있는 팬에게도, 1980년대부터 음악을 들은 리스너들에게도, 또는 둘 다에게도 모두 눈길을 끌만하다. 멤버들의 캐릭터나 그룹의 콘셉트와 별개로 노래와 무대는 ‘그 시절’에 대한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다.
지금 인피니트가 보여주는 작은 가능성 ‘내꺼 하자’는 인피니트의 이런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내세운다. 디스코/펑키 리듬은 ‘다시 돌아와’보다 전면적으로 부각됐고, 사운드의 구성이나 후렴구의 창법은 아예 아하(A-ha)나 조이(Joy)같은 1980년대 팝그룹을 연상시킨다. 곡의 댄스 브레이크에는 마치 H.O.T. 시절의 곡들처럼 강한 일렉트릭 기타가 첨가되고, 후반에는 남자 아이돌 그룹 특유의 힘찬 분위기가 부각된다. 이런 조합에서도 곡 전체의 분위기는 1980년대 팝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이야말로 이곡의 매력이다. 안무도 남자 아이돌 그룹의 전통에 새로운 요소를 더한다. ‘다시 돌아와’에서 인피니트의 군무는 몸을 쭉쭉 펴고, 시작과 정지 동작을 정확히 맞췄다. 반면 ‘내꺼 하자’의 후렴구는 춤을 멈출 듯 계속 이어가는 동작 위주다. 동작을 단절시키지 않고 계속 이어가며 관객에게 긴장과 이완을 주는 것은 요즘 스타일이다. 인피니트는 곡과 무대의 일관된 방향으로 천천히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규정했고, 정체성이 뚜렷해질수록 인기를 얻었다. 그들의 무대를 보는 누군가는, 특히 1990년대에 열심히 아이돌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인피니트에게 눈길을 줄 것이다. 군무를 정확히 맞추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보일 만큼 열심히 하고, 그 결과가 그룹의 콘셉트가 되는 아이돌이란, 요즘 같은 세상일수록 오히려 매력적이다.
인피니트의 현재가 기획사의 전략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런 선견지명이 라면 멤버들의 캐릭터나 그룹의 정체성도 더 효과적으로 알렸을 것이다. 인피니트가 엄청난 인기인 것도 아니다. 정규 앨범 초판 2만장을 매진시킨 남자 아이돌 그룹이란 이제야 본격적인 경쟁에 합류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피니트는 3대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걸그룹도 아니며, 예능으로 성공하지도 않았다. 소속사는 일관된 방향의 곡과 무대를 그룹에게 부여했고, 인피니트는 그들의 무대를 아이돌 팬덤 내부에서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완성했다. 지금 인피니트가 보여주는 것은 작은 가능성이다. 좋은 콘텐츠와 일관된 시도.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당연한 일이다. 인피니트는 ‘3대 기획사’로 분류되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니다. 지금 가장 대중과 가까운 걸그룹도 아니다. 예능 활동으로 인기를 얻은 멤버도 없다. 많은 남자 아이돌 그룹들은 온갖 ‘**돌’ 식의 이름으로 그룹의 콘셉트를 설명했고,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를 강조했다. 명확한 콘셉트로 뚜렷한 성별, 연령, 계층을 노릴 때 팬덤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팬덤은 아이돌의 음반, 공연, 관련 상품을 소비한다. 때로는 대중에게는 ‘오그라드는’ 콘셉트일 수 있어도, 그게 취향에 맞는 사람은 열성팬이 된다. 하지만 인피니트는 ‘군무돌’이다. 군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춘다. 그들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보다 연습실에서 정확한 군무를 하는 동영상이 더 화제다.
1990년대를 달려 2011년으로 온 아이돌 군무를 잘 추는 콘셉트란 요즘 같은 시대에 있으나 마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피니트에게 군무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시 돌아와’-‘BTD’-‘내꺼 하자’ 등 그들의 앨범 타이틀 곡 군무는 1990년대 남자 아이돌 군무의 재현이다. 멤버들은 일사분란하게 대형을 맞추며 똑같은 동작을 정확하게 소화한다. 멤버들은 자기 파트를 할 때마다 중앙에서 걸어 나오며 노래하고, 그 때마다 멤버들은 좌우로 갈라지며 군무를 소화한다. 엄청난 연습으로만 가능한 복잡하고 완성도 높은 군무, 멤버 개개인을 최대한 멋져보이게 하는 구성. 인피니트는 H.O.T.와 신화가 1990년대 중후반에 선보였을 법한 무대를 재현했다. 음악 역시 그 시절 남자 아이돌 그룹의 구성을 따른다. 세 곡은 모두 ‘다시 돌아와’, ‘Before the dawn’, ‘내꺼 하자’ 같은 짧고 힘찬 떼창을 후렴구로 내세운다. 세 곡 모두 중간에는 반드시 랩이 들어가고, 후반에는 댄스 브레이크로 춤 솜씨를 과시한다. 요즘 아이돌 그룹중 이 정도로 철저하게 아이돌 그룹 특유의 곡 구성을 지키는 경우는 드물다.
2011년에 1990년대 아이돌의 재현은 촌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유희열은 ‘다시 돌아와’를 “2010년 최고의 아이돌 음악”이라 말했다. ‘다시 돌아와’는 한국 남자 아이돌 그룹 특유의 구성위에 1980년대에 나올법한 디스코/펑키 리듬을 채운다. 디스코/펑키 리듬의 속도감이 그대로 ‘다시 돌아와’라며 남자 아이돌 특유의 힘찬 떼창으로 이어지면서 이 곡은 ‘클래식’한 남자 아이돌 곡이자 독특한 아이돌 노래가 된다. 아이돌 떼창 특유의 풋풋함과 열정은 유지하되, 디스코/펑키 리듬이 그것을 촌스럽지 않게 꾸며준다.
1980년대 디스코/펑키와 1990년대 남자 아이돌 그룹 음악의 결합은 인피니트가 얻을 수 있는 팬덤을 명확히 한다. 1990년대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었던 사람들은 인피니트의 군무의 매력을 안다. 또한 디스코/펑키 사운드는 그들이 어린 시절 팝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들었던 음악이다. ‘다시 돌아와’는 1990년대 아이돌의 영향권 안에 있는 팬에게도, 1980년대부터 음악을 들은 리스너들에게도, 또는 둘 다에게도 모두 눈길을 끌만하다. 멤버들의 캐릭터나 그룹의 콘셉트와 별개로 노래와 무대는 ‘그 시절’에 대한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다.
지금 인피니트가 보여주는 작은 가능성 ‘내꺼 하자’는 인피니트의 이런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내세운다. 디스코/펑키 리듬은 ‘다시 돌아와’보다 전면적으로 부각됐고, 사운드의 구성이나 후렴구의 창법은 아예 아하(A-ha)나 조이(Joy)같은 1980년대 팝그룹을 연상시킨다. 곡의 댄스 브레이크에는 마치 H.O.T. 시절의 곡들처럼 강한 일렉트릭 기타가 첨가되고, 후반에는 남자 아이돌 그룹 특유의 힘찬 분위기가 부각된다. 이런 조합에서도 곡 전체의 분위기는 1980년대 팝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이야말로 이곡의 매력이다. 안무도 남자 아이돌 그룹의 전통에 새로운 요소를 더한다. ‘다시 돌아와’에서 인피니트의 군무는 몸을 쭉쭉 펴고, 시작과 정지 동작을 정확히 맞췄다. 반면 ‘내꺼 하자’의 후렴구는 춤을 멈출 듯 계속 이어가는 동작 위주다. 동작을 단절시키지 않고 계속 이어가며 관객에게 긴장과 이완을 주는 것은 요즘 스타일이다. 인피니트는 곡과 무대의 일관된 방향으로 천천히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규정했고, 정체성이 뚜렷해질수록 인기를 얻었다. 그들의 무대를 보는 누군가는, 특히 1990년대에 열심히 아이돌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인피니트에게 눈길을 줄 것이다. 군무를 정확히 맞추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보일 만큼 열심히 하고, 그 결과가 그룹의 콘셉트가 되는 아이돌이란, 요즘 같은 세상일수록 오히려 매력적이다.
인피니트의 현재가 기획사의 전략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런 선견지명이 라면 멤버들의 캐릭터나 그룹의 정체성도 더 효과적으로 알렸을 것이다. 인피니트가 엄청난 인기인 것도 아니다. 정규 앨범 초판 2만장을 매진시킨 남자 아이돌 그룹이란 이제야 본격적인 경쟁에 합류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피니트는 3대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걸그룹도 아니며, 예능으로 성공하지도 않았다. 소속사는 일관된 방향의 곡과 무대를 그룹에게 부여했고, 인피니트는 그들의 무대를 아이돌 팬덤 내부에서 인지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완성했다. 지금 인피니트가 보여주는 것은 작은 가능성이다. 좋은 콘텐츠와 일관된 시도. 그것만으로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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