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건져올리지 못한 시추선" />
동료들은 그녀를 ‘꼴통’이라 부른다. 석유가 나오면 그 석유에 밥 말아먹을 여자라고도 한다. 제주도 남단, 7광구의 시추선 이클립스 호. 이곳에서 해저 장비 매니저로 일하는 해준(하지원)이 석유채굴에 미쳐있는 데는 20여 년 전 이 바다 아래서 목숨을 잃은 아버지(정인기)에 대한 아픈 기억이 크다. 계속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제자리걸음을 걷자 본부에서는 철수명령이 떨어지고, 이를 돕기 위해 캡틴 정만기(안성기)가 7광구로 파견된다. 해준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캡틴은 한 달 간 철수를 미루고 마지막 시추작업에 몰입하는데 이 와중에 이클립스 호의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시추선 안에는 대원들의 피를 기다리는 어떤 존재가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건져올리지 못한 시추선" />
파고 또 파도 안 나오는 재미와 서스펜스 │아무것도 건져올리지 못한 시추선" />
또 다시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괴물도, 도심을 파괴하는 괴물도 아니다. 바로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튀어나온 본적 없는 괴물이다. 봉준호 감독의 이 용산 미군기지에서 독극물을 무단 방출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강이 잉태한 괴물을 창조해냈다면, 는 1970년대 전 국민을 산유국의 꿈으로 몰아간 제주도 7광구 바닥에서 뽑아 올린 기형의 괴물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단순히 거대 생명체를 등장시킨 공포 괴수물로 그치지 않았던 것은 그 기저에 켜켜이 쌓인 한국사회를 읽어내는 다층적 알레고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 아래를 받치고 있는 이야기의 기둥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만큼 허약하다. 게다가 그 빈약한 구조 위에 올려진 추격의 서스펜스 역시 괴수물의 기본적인 공포에도 미치지 못한다.
창조주의 뜻대로 빚어지지 않은 피조물 반격, 외부의 도움이 닫지 않는 미로 같은 시추선의 공간감, 에너지 자원에 현혹된 인간들의 무모한 욕심 등, 공들여 살폈다면 원유가 솟아날 구멍들은 여기저기 가득한데 는 기어코 그곳들만 피해 열심히 삽질을 한다. 온 몸을 던져 열연한 하지원, 안성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고립된 공간에서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는 대원들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역시 이렇다 할 개인적 드라마를 부여 받지 못한 채 허망하게 휘발될 뿐이다.
결국 3년간의 크리처 작업을 통해 탄생된 바다 괴물과 쉴새없이 뛰고 구르는 배우들의 레이어는 쉽사리 합쳐지지 못하고 그들의 추격과 싸움은 사팔뜨기처럼 헛다리만 집는다. 이 가운데 의 카메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갑판 위를 내달리는 하지원의 액션이나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안성기의 사격술에만 매혹된 듯 보인다. 거대한 물난리()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질주()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여갔던 JK필름은 에 이르러 제작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락성 혹은 깨알 같은 유머마저 놓쳐버렸다. 한국영화 최초로 ‘IMAX 3D’로 개봉하는 는 그렇게 공들인 시간과 노력의 원유를 마지막까지 채굴하지 못한 채, 스크린과 관객 사이에 불편한 검은 장막만 105분간 씌워놓은 실패한 시추선이다.
글. 백은하 기자 one@
편집. 이지혜 seven@
동료들은 그녀를 ‘꼴통’이라 부른다. 석유가 나오면 그 석유에 밥 말아먹을 여자라고도 한다. 제주도 남단, 7광구의 시추선 이클립스 호. 이곳에서 해저 장비 매니저로 일하는 해준(하지원)이 석유채굴에 미쳐있는 데는 20여 년 전 이 바다 아래서 목숨을 잃은 아버지(정인기)에 대한 아픈 기억이 크다. 계속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제자리걸음을 걷자 본부에서는 철수명령이 떨어지고, 이를 돕기 위해 캡틴 정만기(안성기)가 7광구로 파견된다. 해준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캡틴은 한 달 간 철수를 미루고 마지막 시추작업에 몰입하는데 이 와중에 이클립스 호의 대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시추선 안에는 대원들의 피를 기다리는 어떤 존재가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건져올리지 못한 시추선" />
파고 또 파도 안 나오는 재미와 서스펜스 │아무것도 건져올리지 못한 시추선" />
또 다시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괴물도, 도심을 파괴하는 괴물도 아니다. 바로 망망대해 한 가운데서 튀어나온 본적 없는 괴물이다. 봉준호 감독의 이 용산 미군기지에서 독극물을 무단 방출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강이 잉태한 괴물을 창조해냈다면, 는 1970년대 전 국민을 산유국의 꿈으로 몰아간 제주도 7광구 바닥에서 뽑아 올린 기형의 괴물을 선보인다. 하지만 이 단순히 거대 생명체를 등장시킨 공포 괴수물로 그치지 않았던 것은 그 기저에 켜켜이 쌓인 한국사회를 읽어내는 다층적 알레고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 아래를 받치고 있는 이야기의 기둥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만큼 허약하다. 게다가 그 빈약한 구조 위에 올려진 추격의 서스펜스 역시 괴수물의 기본적인 공포에도 미치지 못한다.
창조주의 뜻대로 빚어지지 않은 피조물 반격, 외부의 도움이 닫지 않는 미로 같은 시추선의 공간감, 에너지 자원에 현혹된 인간들의 무모한 욕심 등, 공들여 살폈다면 원유가 솟아날 구멍들은 여기저기 가득한데 는 기어코 그곳들만 피해 열심히 삽질을 한다. 온 몸을 던져 열연한 하지원, 안성기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고립된 공간에서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는 대원들 (오지호, 박철민, 송새벽) 역시 이렇다 할 개인적 드라마를 부여 받지 못한 채 허망하게 휘발될 뿐이다.
결국 3년간의 크리처 작업을 통해 탄생된 바다 괴물과 쉴새없이 뛰고 구르는 배우들의 레이어는 쉽사리 합쳐지지 못하고 그들의 추격과 싸움은 사팔뜨기처럼 헛다리만 집는다. 이 가운데 의 카메라는 오토바이를 타고 갑판 위를 내달리는 하지원의 액션이나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안성기의 사격술에만 매혹된 듯 보인다. 거대한 물난리()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 질주()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여갔던 JK필름은 에 이르러 제작사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락성 혹은 깨알 같은 유머마저 놓쳐버렸다. 한국영화 최초로 ‘IMAX 3D’로 개봉하는 는 그렇게 공들인 시간과 노력의 원유를 마지막까지 채굴하지 못한 채, 스크린과 관객 사이에 불편한 검은 장막만 105분간 씌워놓은 실패한 시추선이다.
글. 백은하 기자 on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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