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페스티벌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많다. 군중 속에서도 눈에 띌 수 있는 의상은 기본, 날씨에 대비한 우산과 장화, 좋아하는 뮤지션을 드러내는 수건과 깃발도 어떤 이에게는 필수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의 무대를 어떻게 즐길 것인가 선택하는 일이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까지 앞으로 4주. 는 읽을 수 있는 라디오가 되어 다양한 라인업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4팀의 뮤지션들을 선정했다. 한 주에 한 팀씩 공개되며, 그 첫번째 순서는 페스티벌 의상 결정에 참고하면 좋을 밴드 CSS다.
섹시하게 살기는 힘들어요. 천하의 비욘세도 그런 말을 했대요. 쌈바의 나라 브라질이라고 별 수 있을까요. Cansei de ser sexi. 줄여서 CSS. 디자인 스쿨에서 만난 친구 다섯이 장난처럼 만든 이 밴드는 브라질 역사상 US 차트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뮤지션으로 알려져 있어요. 지산에서 만나게 될 이들의 모습은 아마 이름 그대로 섹시하지는 않을 거예요. 헤어는 푸석푸석, 수염은 부숭부숭, 보컬 lovefoxxx는 심지어 알록달록 전신 쫄쫄이 타이즈의 마니아지만 화끈하기보다는 귀여워 보일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힘든 일을 굳이 하려고 하지 않아요. Lovefoxxx는 헬륨가스가 든 풍선을 무대에 들고 나와 도날드 덕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아랫배가 볼록 드러난 스판덱스 바디수트를 입은 채로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뛰어 내리죠. 그 동안 다른 멤버들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연주에 집중 할 뿐이에요. 어쩌면 이들의 음악은 벌써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에 다녀간 가십에 비해서 소박하고, 곧 펜타를 방문할 팅팅스보다 순박할지 몰라요. 가십의 베스디토가 압도적으로 몸을 드러내는 원피스로 새로운 섹시함을 제시하고 팅팅스의 네온컬러 패션이 영리하게 범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안 유행하거나 말거나, 사람들이 웃거나 말거나 도저히 섹시하기 힘든 차림새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들의 태도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들의 무대만큼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것도 없어요. 열정의 세례를 받은 것처럼 무아지경으로 달리거나, 최신의 감각을 이식 받은 것처럼 세련되게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안도감 때문인지 정말 춤추고 싶어지거든요. 섹시하지 않으면 어때요. 오늘 옷차림이 좀 쿨하고 힙하지 않으면 어때요. 지금 연습한 동작이 지산에서 기억나지 않아도 무슨 상관이에요.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좋은 것들은 다 사라지고 없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의 노래 ‘move’처럼 바로 지금이 당신이 춤 출 때라구요. 자, 다들 눈 감으세요.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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