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열린 <55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누군가의 수상 장면이 아니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컴백 무대였습니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사내들로 구성된 백밴드가 연주를 시작하고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입은 댄서들이 달려 나오면서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는 그 찰나는 시상식이라는 거대한 배경을 순식간에 지워 버리고 오직 무대만을 기억에 남기는 마술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신인 밴드들은 더 작고 수수해지고, 가장 촉망받는 흑인 뮤지션인 프랭크 오션은 꿈결 같은 명상을 펼쳐 보이고, 리한나마저 가창력으로 승부를 하는 시상식에서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가장 화려하고도 단단한 무대를 만들어 낸 주인공이었지요.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선보인 쇼의 재료와 온도가 결코 새롭거나 혁신적인 무엇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천장에서 드리워진 올드패션드 카니발 풍의 전구들과 썩 잘 어울릴 정도로 짙은 레트로의 무드는 영화 속 무도회 장면의 클리셰처럼 오랫동안 다져진 것이니까요. 게다가 ‘Suit & Tie’에 이어 부른 노래 ‘Pusher Love Girl’은 본격적인 빈티지 소울의 곡이었습니다. 아이돌로서 트렌드의 정점에 있었고, 유능한 뮤지션으로서 트렌드를 선도했고, 6년 만에 가수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는 이제 유행과 흐름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연출도 없고, 눈이 아플 만큼 요란한 광선이 없어도 유난히 화려한 그의 무대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짜 힘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완성됩니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시도 한 후에 알게 되는 힘 말이죠. 멋있어 보이려면, 수트와 타이면 된다는 그런 종류의 진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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