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인류 최초의 경제 형태는 자급자족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물물교환이 생기고, 화폐 경제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국가의 형태로 확대하면 국가 간 교역을 하지 않고 한 국가 내에서 자급자족하는 아우타르키(autarkie)가 된다. 이처럼 자급자족은 가장 뿌리 깊은 경제 활동이며 또한 스스로 원하는 물품을 얻을 수 있다면 여전히 지금도 유효한 방식이다. 특히 과소비를 비롯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급자족 경제에서 인류의 오래된 미래를 찾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니까, 오늘 초콜릿을 자급자족해도 부끄러운 일이 으니르그.
시판된 초콜릿을 그냥 먹어도 상관없지만 왠지 남들 따라 먹는 거 같으니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을 위한 쉽고 빠른 퐁듀라는 어딘가 고급스러운 어감에 기죽지만 않는다면 초코 퐁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요리다. 우선 가게에서 장바구니에 판 초콜릿 한 가득에 딸기, 바나나, 빵 등을 넣고 결재하자. 점원에게 눈으로 ‘말 걸지마’라는 메시지를 쏴주는 건 기본이다. 판 초콜릿은 적당한 크기로 쪼개 볼에 넣고 냄비에는 물을 넣어 끓이자. 물이 끓기 시작하면 볼을 냄비에 띄워 중탕을 하면 되는데 물을 많이 잡아야 볼이 높게 떠서 요리하기 좀 더 편하다. 질척하게 녹는 초콜릿을 슬슬 저어주면 금방 초코 퐁듀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딸기, 바나나, 혹은 집에서 먹다 남은 아무 과일이나 찍어서 먹으면 초코를 바른 과일인지, 과일 속을 넣은 초콜릿인지 알 수 없는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살짝 식어 뻑뻑해져도 나름의 식감이 있으니 굳이 다시 가열할 필요는 없다. 빠르게 식어가는 건, 퐁듀가 아닌 내 마음.
오늘의 교훈: 어떤 초콜릿을 넣고 녹여도 같은 모양의 퐁듀가 되는 것처럼, 누가 산 초콜릿이든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은 모습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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