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구성 단계가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면, 막장 드라마의 구성 단계는 ‘결혼-배신-고통-복수-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 SBS <아내의 유혹>을 기점으로 ‘막장’은 일종의 장르처럼 떠올랐고, 처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여전히 자극의 역치를 높여 가며 성행 중이다. 친구가, 형제자매가, 남편이 뒤통수를 치고 부모가 내 부모가 아니며 내 자식이 남의 자식인 데다 가끔은 ‘나’도 내가 아니어 버리는 이 어마어마하고도 허술한 세계가 갖는 중독성이 아직 유효하다는 의미다. <텐아시아>에서 불륜을 기본으로 범죄, 변신, 패륜 등을 거리낌 없이 끌어들여 로맨스, 코미디, 가족극과 태연히 혼합하는 이들 막장 드라마의 보편적 구성 공식을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가상 드라마의 시놉시스와 기획 의도는 맛보기다.

막장 드라마│10분 만에 만드는 고품격 막장 드라마
<애잔화>

줄거리: 서울 변두리 작은 분식집 딸로 가난하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아온 뮤지컬배우 지망생 설희는 대학교 동아리 선배였던 재준의 청혼을 받은 뒤에야 그가 굴지의 기업 명성푸드 후계자임을 알게 된다. 한편, 어린 시절 엄마와 설희 아빠의 재혼으로 설희와 쌍둥이 자매처럼 자라온 주란은 재준이 재벌 2세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잡으려 하지만 재준은 자신의 프로포즈를 거절하는 설희에 대한 소유욕으로 결혼을 강행한다. 5년 후, 설희는 이기적이고 방탕한 재준과 시어머니의 학대에 괴로워하고 재준과 불륜 관계인 주란은 거짓 임신을 빌미로 이혼을 종용한다. 설희는 아이를 자신이 키울 테니 이혼만은 할 수 없다고 매달리지만 재준의 병약한 남동생 승준이 요양 중이던 별장에 의문의 화재가 발생하고 승준이 사망하자 주란이 씌운 누명 때문에 이혼당한 뒤 감옥에 들어간다. 충격으로 아버지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고 주란과 재준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설희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숨어 탈옥하지만 경찰에 붙잡힐 위기에 처하자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죽는다.



3년이 흐른 뒤, 의문의 남자 세혁의 도움을 받아 재미교포 상속녀 줄리아 퀸으로 이름을 바꾸고 돌아온 설희는 명성푸드 주주총회 파티에서 재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재준의 사업 파트너가 되어 명성푸드 계열사들을 하나씩 손에 넣는 설희. 주란은 설희와 너무 닮은 그녀를 의심하지만 치열, 눈동자 색깔, 점의 위치까지 모두 바꾼 줄리아 퀸에게서 증거를 잡는 데 실패한다. 세혁과 함께 수많은 위기를 넘기면서 재준과 주란의 집안을 처참히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설희. 그러나 홍콩에서 찾아온 친모는 설희와 주란이 아버지가 다른 자매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설희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주란은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태다. 그간의 악행이 이미 설희와 재준에 의해 매스컴으로 낱낱이 드러나 버린 주란과 재준은 설희가 몸을 던졌던 절벽 가로 도피하고, 그들을 용서하기 위해 달려간 설희의 손을 뿌리치며 몸싸움을 벌이다 추락한다. 1년 후, 주란과 재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현수를 키우며 명성푸드 사장으로 살아가던 설희는 해외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세혁과 공항에서 우연히 재회한다.



기획의도: 순수했던 한 여인이 탐욕스런 이들에 의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겼다가 되찾는 처절한 복수의 과정을 통해 위기 속에서 꽃 핀 사랑의 가치와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주인공들이 상처를 주고 받으며 미움과 집착을 버리고 서로를 진정으로 용서하는 모습은 우리 시대의 화두인 ‘힐링’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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