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대단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합의의 선을 바꾸어 버리기 때문이지요.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경쟁들은 스포츠처럼 하나의 길, 하나의 규칙을 놓고 겨루는 것이 아니거든요. 열심히 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던 시절이 지나고, 잘하는 것으로 우위를 점하던 시기마저 지난 아이돌 시장은 그러한 경쟁의 변화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사랑받고, 기억되기 이전에 눈길을 먼저 끌어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싱글 ‘다칠 준비가 돼있어’에서야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빅스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영리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팀입니다. 열심히 잘 준비한 것을 어떻게,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말입니다.



힙합이나 레트로 록의 무드가 이미 다른 그룹들의 정체성이 되어버린 시점에서, 빅스는 기본기와 트렌드의 법칙을 오히려 충실하게 따릅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후렴구와 흥분을 정리하며 제목을 각인시키는 대목은 가요의 관습을 잘 따르고 있지만 도입부에서부터 드라마틱한 느낌을 비트로 정리하는 방식이나 고음부에서 공간감을 확장시키는 스타일은 이들의 노래에 현재적인 매력을 더해줍니다. 그리고 적당히 이국적인 멜로디는 뱀파이어라는 콘셉트와 가사를 만나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해 내지요. 게다가 멤버 각자의 얼굴을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메이크업과 전체의 움직임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군무는 신인의 부족한 부분을 가리는 동시에 보다 큰 부피로 이들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알고 있는 요소들을 누구와도 다른 집요함으로 꼼꼼하게 모아서 완성한 이들의 무대는 그래서 낯설지 않은 신선함을 만들어 냅니다. 적어도 다른 일을 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게 만듭니다. 아이돌에게 첫걸음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첫발자국을 기억에 새긴 사람들에게 이들의 노래는 어쩌면 예고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고도 빠진 난, 다칠 준비가 돼있어’라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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