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My name is...
My name is 김유리. 빛날 유(釉), 이로울 리(利)를 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사실 ‘유리’라는 이름을 먼저 정해놓고 나중에 한문을 끼워 넣으셨다고 하더라.

1984년 8월 29일에 태어났다. 외동이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내 얼굴을 보고 살아서 내 이미지에 그다지 객관성이 없는 것 같다. 자주 도도하고 차가워보인다는 말을 듣는데 그때마다 이해가 잘 안 되어서 친구들한테 묻는다. “내가 도도해 보여? 나 진짜 안 도도한데, 왜 그러지?”

짧은 숏컷 헤어스타일은 늘 자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작품을 핑계로 자르게 됐다. 사실은 이거보다 좀 더 파격적으로 가려고 했다. 왼쪽 머리를 더 짧게 잘라서 시크하고 보이시하게. 어떤 외국분이 한 머리를 보고 사진 붙여놓고 자르고 있었는데 원장님이 여기까지가 좋겠다고 해서 멈춘 것이 이 상태다.

클래식 음악 연주회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다닌다. 실제로 가서 들으면 ‘힐링’이 되어서 CD로는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다. 협주곡이나 솔로 중에 우열을 가리기는 그렇고, 너무 좋아하는 게 많다. 그리고 이 곡이 예전에는 별로였는데 되게 어느 순간 좋기도 하고 그때그때 좀 달라진다. 그림이나 혹은 영화도 그런 편이다. 그림 같은 경우, ‘인상파도 좋고… 에곤 쉴레도 좋은데’하면서 떠오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미술에서 연기로 전향했을 땐 아버지가 굉장히 반대하셨다. 어머니도 반대하시고. 어머닌 늘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주시는 분이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더라. “네가 하겠다면 반대는 안 할게. 근데 나는 내 딸이 안했으면 좋겠어”라고. 아버지는 1년 동안 나에게 말을 안했다. 아버지 앞에선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가본 게 24살 때다. 어렸을 때부터 외박이 안돼서 늘 못 가다가 그때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홍콩 가기 이틀 전에 집에 통보를 했다. 되게 혼날 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 했는데 처음엔 잔소리를 좀 하시다가, 나중엔 용돈까지 주시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 ‘아, 이럴 거였으면 좀 더 일찍 용기 좀 내볼 걸 그랬나?’ 했다. (웃음)

김유리│My name is...

김유리│My name is...
SBS <청담동 앨리스>에서 신인화의 목소리와 톤은 대본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목소리다. 어느 순간 내가 그렇게 읽고 있더라. 계획적으로 ‘이렇게 해야지’라고 한 건 아니었다. 글에 무언가 힘이 있는 것 같다.

인화같은 성격은 실제로 좀 없지 않나. (웃음) 그래서 더 익숙해 보이고 싶었다. 인화의 가장 큰 매력은 솔직함, 그리고 솔직함에서 오는 당당함이었는데 사실 실제로는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상대방의 기분도 배려해야 하고. 사람이 늘 당당할 순 없고 늘 여유로울 수도 없는 건데 인화는 그랬던 것 같다. 부러웠다.

<청담동 앨리스> 1회 세경의 상상장면에서의 코믹한 연기에 근영이가 “언니가 진짜 그럴 줄 몰랐다. 걸어가다가 너무 놀랐다”고 하더라. 처음엔 그렇게 찍을 줄 몰랐던 장면이었다. 가보니까 세팅 다 해놓으시고 촬영 큐 들어가기 0.1초 전에 톤을 그렇게 가자고 하셔서, ‘어떡하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싶었다. 그때 현장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웃었던 것 같다.

내가 한 대사는 아니지만 극 중에서 명품을 입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소재에 센스 있는 구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화가 말한 안목과 처지도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봐야 알지 않나. 옷도, 소재가 좋고 그런 걸 입어봐야 뭐가 좋은지를 알 수 있을 거고. 그런데 너무 슬픈 말이지만 소재가 좋고 디자인이 예쁘면 비싸지 않던가. 그런 이야기를 한 거다. 많은 분들이 얄밉긴 하지만 맞는 말이라고 하시더라.

어떤 역할이든 타당성이 있어야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나. 그래서 MBC <불굴의 며느리>에서 맡은 임지은에겐 사랑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 따지는 여자라는 인간적인 면모를 불어넣어줬다. 극 중에서 끊임없이 신애라 선배님하고 싸웠던 이유도 딱 하나였다. ‘세컨드’가 아니라 당당해지고 싶었고, 당당하게 사랑받는 여자이고 싶었던 거다.

실제의 나는 다른 사람한테 상처 주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만약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유부남인 걸 나중에 알게 됐다면 나는 그냥 혼자 아프고 말거다. 나 혼자 힘들고 마는 게 낫다.

<불굴의 며느리>에서 4:1로 싸운 신에서 나는 사실 머리채가 잡힌 채 웃고 있었다. (이)하늬가 내 머리채를 잡는 장면이었는데 내가 좀 가벼웠나보다. 잡고 흔드니까 내가 소파 위로 날았다. 너무 웃겨서 잡힌 머리가 아픈 줄도 몰랐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날아가지고.

어렸을 때의 나는 사랑이 첫눈에 반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군가를 보면 내 인연이라는 걸 딱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웃음) 그런데 지금은 그게 사랑에 대한 환상으로만 남아 있다. 내가 먼저 알아본다면 나는 고백할 수 있을까? 못 할 것 같다. 이런 소극적인 내가 확 변해서 먼저 다가가도록 만드는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다.

늦게 연기를 시작하면서 20대 초반의 풋풋한 역할은 못 하고 시작하는 게 좀 아쉽다. 24살 정도의 역할까지는 해봤는데, 그 전의 삶은 못 살아보는 것 아닌가.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야 하지만, 그런 역에는 정말 20대 초반을 쓰시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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