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윤후의 통통한 볼을 꼬집어주고 싶어요
Q. 처음엔 MBC <우리들의 일밤> ‘아빠! 어디 가?’에서 예쁘장하게 생긴 준(성동일의 아들)이나 장난꾸러기 준수(이종혁의 아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정이 드는 건 후(윤민수의 아들)인 거 있죠? 나탈리 콜의 ‘L-O-V-E’를 부를 때 나름대로 발음을 굴린답시고 “붸리붸리 엑슈라오더너리(very very extraordinary)”라고 말하는, 어른용 숟가락으로 밥을 한가득 퍼서 꾸역꾸역 먹는 그 입이 너무 귀여워 죽겠어요. 어디서 이렇게 순한 아이가 나왔는지, 밥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예요. (동교동에서 정 모양)



Dr.앓의 처방전

예전에 tvN <리얼키즈 스토리 레인보우> 보셨죠? 보셨다면 아마 도윤이를 가장 좋아하셨을 거에요. 또래보다 의젓하지만 엄마 앞에서는 울보가 된다는 점에서 윤후는 도윤이와 비슷한 점이 많은 아이거든요. ‘아빠! 어디 가?’ 첫 회에서 제일 허름한 집을 선택한 민국이가 대문 밖에서 서럽게 울고 있을 때, 윤후가 그런 민국이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아빠한테 우리가 양보하자고 했잖아요. 자기보다 2살이나 많은 민국이한테 선뜻 좋은 집을 양보하려는 윤후를 보고 직감했습니다. 얘가 보통 녀석이 아니구나! 어린 아이가 너무 어른스럽거나 영리하면 좀 징그러워 보일 수 있는데, 윤후는 뭔가 계산해서 행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형아가 우는 게 속상했던 겁니다. 그만큼 정이 많은 거죠. 물론 윤후가 가장 많은 정을 쏟아 붓는 존재는 지아(송종국의 딸)입니다. 얼마나 여자 마음을 잘 아는지 몰라요. 처음 만난 날 덜컥 손을 잡고, “엄마가 너하고 얼굴이 똑같아? 에이, 귀염둥이” 혹은 “네가 너무 작아. 하지만 넌 너무 귀염둥이”라는 칭찬으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고,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반달 밖에 없는 컴컴한 길가에서도 “저거 지구 같아. 반쪽은 사라졌나봐”라고 능숙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윤후를 보면 웬만한 ‘우쭈남’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니까요.

[Dr.앓] 윤후의 통통한 볼을 꼬집어주고 싶어요
하지만 윤후가 늘 의젓한 아이였다면 이렇게 빠지진 않았을 거에요. 때로는 민국이처럼 울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준수처럼호기심 많은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그 때 윤후의 가장 큰 매력은 환자분이 언급하신 그 오물오물거리는 입이에요. 하루 종일 아빠, 친구들과 잘 놀던 녀석이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엄마, 나 지금… 정말 힘들어”라고 말하는 걸 보면 괜스레 마음이 짠해지고, 그러면서도 엄마한테 우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끝까지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참는 모습이 참 대견해요. 그 뿐인 줄 아세요? 궁금한 건 또 왜 그렇게도 많은지 작은 입으로 쉴 새 없이 떠듭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황산벌의 계백 / 맞서 싸운 관창’이라는 가사를 보더니 “계백장군님하고 얘하고 싸웠어? 누가 이겼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근데 의자왕하고 계백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라며 모든 위인을 스트리트 파이터로 만드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요. 물론 윤후의 입이 가장 행복한순간은 음식이 들어갈 때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낯선 시골 땅에서도 배고프기는커녕 배불러서 엄마한테 하소연할 만큼 이것저것 잘 챙겨먹는 윤후의 레시피.



앓포인트: 윤후의 [후후한 레시피]

원샷 계란: 주재료는 한 방. 삶은 계란이든 계란 프라이든 상관없다. 몇 번에 걸쳐 베어 먹지 않고 한 입에 우겨넣는 것이 ‘원샷 계란’ 레시피의 핵심이다. 계란을 흡입하는 윤후의 터질 것 같은 볼살, 그것보다 더 오동통한 뱃살은 덤이다.



마지막 남은 짜파게티: 주재료는 겸손과 시치미. 이장님이 오시기 전에 짜파게티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이장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짜파게티는 대체 어딨어요?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해야 하며, “저 배고파요. 짜파게티 먹고 싶어요”라고 분명하게 의견을 내세우되 “근데 아빠가 (요리) 해주셔도 돼요”라고 이장님을 배려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지아 몰래 먹은 과자: 주재료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먹성. 지아와 이종혁이 깨진 항아리를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윤후의 눈에 들어오는 건 산산조각 난 항아리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과자 한 조각이다. 두 사람이 자신에게 신경쓰지 않는 틈을 타서 과자를 주워 창가로 간 다음 입에 쏙 넣으면 완전범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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