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통합의 2013년, 은 페이크고 밀가루 가격 인상 소식이 새해 벽두부터 전해졌다. 당연히 모두들 그에 따른 과자, 식빵 등의 가격 역시 동반 상승할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사실 뭐든 물가가 오르는 건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거인의 마음을 쓰리게 하는 건 이들 품목 중 라면이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고귀한 인스턴트 헌장에서 밝혔듯, 절대 돈 없어 라면 먹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동시에 라면을 끓여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오른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 내일은 있을까. 하여 온고지신, 옛 지혜에서 미래를 찾아보자. 과거 우리 조상들은 곡물이 부족할 때 구황작물에 기댔다. 대표적인 구황작물은 역시, 감자다.
감자 라면은 특유의 찐득찐득한 식감이 매력적인데, 역시 감자 전분이 포함된 감자 수제비를 함께 넣으면 밀가루면과 쌀떡 이상으로 좋은 조합이 만들어진다. 특히 감자 라면 특유의 붉지 않은 양파 국물과 다양한 건더기는 그냥 수제비 끓일 때 써도 좋을 만큼 어울린다. 우선 수제비는 살짝 신 냄새가 나니 물로 한 번만 헹궈주자. 끓는 물 분말 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넣은 뒤 수제비를 넣으면 팔팔 끓던 물이 잠시 잠잠해지는데, 다시 온도가 오르며 끓으면 이 때 면을 넣자. 감자 라면은 3분 30초까지 끓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떡이나 수제비처럼 녹말로 된 고명을 넣을 땐 평소보다 훨씬 잘 퍼지고 국물도 걸쭉해지니 3분까지만 끓이도록 하자. 이렇게 한동안은 감자 라면으로 면에 대한 욕구를 채워야 하니 N사와 O사, S사 등은 밀가루 가격 인상에 기대 라면 값 올릴 궁리 말고 어서 구황작물 라면 시리즈를 출시하길 바란다.
오늘의 교훈: 그런데 ㅅㄱㄱ면이 더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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