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비디오 속 한 가족의 행복한 일상이 찢어진 허벅다리의 낭자한 유혈에 잠식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태국의 해변 리조트로 여행을 간 헨리(이완 맥그리거)와 마리아(나오미 왓츠) 가족. 수영장 근처에서 공놀이를 하던 이들은 순식간에 덮쳐 온 쓰나미에 휩쓸린다. 포악한 급류 속에서 장남 루카스(톰 홀랜드)를 발견한 마리아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어떻게든 그의 손을 잡으려 애쓴다. 한편 다른 두 아들과 함께 가까스로 살아남은 헨리는 마리아와 루카스를 찾기 위해 어린 형제를 대피소로 보내고 홀로 남는다. 쓰나미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좀 전까지 웃으며 얘기하고, 물놀이를 즐기고, 한가로이 산책하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상상도 할 수 없다. 어린 소년은 갑자기 사라진 엄마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조차 두렵다. 쓰나미는 빠르게 지나갔지만 사라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은 더디게 계속된다.
관람지수 10.
8천원으로 4D 체험을 원한다면 – 8점
아프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온 몸이 급류에 휩쓸린 듯 욱신거리고 떠다니는 통나무에 긁힌 듯 쓰라리다. 영화 <더 임파서블>은 도식적인 광고 문구가 낮춰 놓은 기대를 예상을 넘어서는 충격으로 돌려준다. 스크린과 관객석의 거리를 얼마나 둘 것인가. 관객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모든 감독의 바람이지만, 이 거리를 만드는 방식에서 연출이 의미를 가지고 최종적으로 영화가 나아가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영화는 위태로울 만큼 가깝게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당긴다. 실화인 재해를 다루는 영화로서 당연한 장르적 선택인 동시에 다른 영화들이 쉬이 이루지 못 했던 성취다. 특정 공간, 예상치 못한 사고,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여기에 스펙터클이 더해지는 재난 영화는 관객이 서사를 가상으로 인식하되 눈앞의 이미지에 감정적으로 동조하게 만든다. 하지만 <더 임파서블>은 몸이 재난 그 자체를 느끼게 하며 감정적일뿐 아니라 감각적인 동일시까지 이끌어낸다. 특히 매일 13만 리터의 물을 공수해 직접 만들어 낸 쓰나미와 이를 실제로 촬영한 이 영화는 사운드와 카메라의 시선만으로 다른 영화들이 4D를 동원해 보완하려 애쓰는 체험까지 연출한다. 급류에 휩쓸리는 순간을 비롯해 사운드가 극도로 강조된 장면들도 단순히 스펙터클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택된 ‘뮤트(mute)’의 순간들과 결합되어 극도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더 임파서블>은 실화에 기초하되 기대지만 않았고, 재난이 소재이되 도구로 소비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난 영화라는 손쉬운 이름표는 이 정중한 영화에 실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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