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의 막내. 작고 조용한 목소리. 반듯하게 자란듯한 얼굴. 인터뷰 전 최강창민은 그런 몇 개의 이미지들로 기억되었다. 물론 그는 조용했고, 반듯했고, 때로는 막내다운 유머감각을 보여줬다. 다만, 최강창민은 그런 모습으로 동방신기의 현재에 대해 말했다. 열광적인 팬들과 대중이 선명하게 나뉘어진 그룹. 지금 다시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그룹. 최강창민은 다른 이들에게 들으면 아플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갔고, 그 담담함 속에서 자신의 승부욕을 키워나간다. 춤이 부족한 것을 아니 죽도록 해보고, “일단 시작한 일은 뭐든지 퇴보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실력을 키우는” 승부욕을 다진다. 늘 웃던 그룹의 막내는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자신의 팀을 냉정하게 돌아보며 그 다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더 있겠지’라는 설렘으로 움직인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바람을 넘어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 같았다. 그 수많은 일들 뒤로, 아직도 뭔가 더 있겠지. 동방신기에게도, 최강창민에게도.

동방신기│창민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 즐거움을 느낀다”
Q. 두 사람의 두 번째 앨범 활동을 마쳤다.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나.
최강창민: 작년 5집 ‘왜’ 활동은 가사 내용을 비롯해 우리 둘에게 그 상황에서 제일 어울렸던 노래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건재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었고.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우리가 팬들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센’ 퍼포먼스를 하는 동방신기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계속 그런 음악만 고집하거나 ‘더 세게, 더 세게’ 분위기가 되어버릴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Catch Me’ 는 완전히 대중적인 곡은 아니었고, 좋아하는 분들이 있는 만큼 이질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었다는 걸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반응도 포용해야 했고, 돌이켜 보면 이번 활동은 언제든 우리가 거쳐야 하는 과도기였던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또 하나의 스텝으로써.

“안무가 토니 테스타의 주입식 칭찬에 넘어갔다”
동방신기│창민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 즐거움을 느낀다”


Q. 넓혀간다는 면에서, ‘Catch Me’의 퍼포먼스는 두 사람이 거울을 보는 것처럼 마주보고 대결하면서 댄서들 전체로 확장해가는 구조다. 그룹 내에서 춤에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던 유노윤호와 1대 1로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최강창민: 곡 자체를 포함해 안무 역시 새로운 도전이었으니까 평소보다 더 ‘악’으로 했던 것 같다. 윤호 형은 퍼포먼스를 워낙 잘 하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Catch Me’ 안무에서 서로를 또 하나의 다른 내 모습으로 본다고 할 때 누구 하나가 뒤처질 경우에는 완성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 사실 춤에 굉장히 자신감이 있는 편은 아닌데도 안무가 토니 테스타가 내게 주입식 칭찬을 많이 했다. “맥스, 너는 정말 괜찮아. 재능 있어. 자신감만 가져라” 등 감언이설에 넘어갔다. (웃음)



Q. ‘Catch Me’가 완벽한 콘셉트를 지닌 퍼포먼스라면 ‘휴머노이드’는 일반적인 스타일의 안무 안에서 조금 여유롭게 힘을 뺀 느낌이었다.
최강창민: 토니 테스타가 ‘Catch Me’에서 떠나가려 하는 연인에 대한 분노를 안무로 표현하려고 해서 ‘아, 이 친구는 우리한테만 이런 걸 시키나’ 생각했다. (웃음) 그런데 샤이니의 ‘셜록’에서 종현 군 표정을 보니 종현 군한테도 강한 감정을 요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비교적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이었다.



Q. ‘How are you’의 경우 두 사람의 화음이 중심이 되고, ‘destiny’나 ‘getaway’ 같은 곡에서는 굉장히 음역을 넓게 사용했다. 보컬로서의 비중을 점점 넓히고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는 녹음 작업은 어땠나.
최강창민: 이전에는 우리가 가진 음역에 잘 맞는 파트를 나눠받아서 불러 왔고,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 ‘지르는’ 부분을 주로 담당했었다.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제는 둘이 해 나가야 하니까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을 좀 더 넓히지 않으면 사람들이 ‘역시 둘은 안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해 버리기 십상이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주위에서는 목 관리 잘 하라고, 너무 무리하면 나이 들어 힘들어진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괜찮다. 스스로도 약간 요령이 생긴 것 같고, 무엇보다 둘이 함께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좀 더 잘 가져갈 수 있게 된 것 같다. 건방진 생각 같지만… (웃음)



Q. 승부욕이라는 면에서 자극받은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뭘까.
최강창민: 전작에서도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여태까지의 어느 때보다도 녹음 작업과 진지하게 마주보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수만 프로듀서님이 말씀하시길 “노래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예전에는 몰랐지만 사실은 뭐든 다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노래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대하되 그 자체를 좀 더 즐기게 됐다.

“‘꿀리는’ 건 너무 싫다”
동방신기│창민 “어제보다 나은 오늘에 즐거움을 느낀다”


Q. 자신 뿐 아니라 동방신기의 과거나 현재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다음을 향해 가는 것 같다. 동방신기는 열광적인 대규모 팬덤을 바탕으로 자기 색깔을 가졌던 팀이고 지금은 그 색깔을 다시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최강창민: 예전의 ‘O-정반합’이나 작년의 ‘왜’ 같은 곡은 대중보다도 우리 팬들이 특히 더 좋아한 노래였던 것 같다. 대중에게 정말 가까이 가기엔 약간의 거리가 느껴졌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음악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도 좀 더 출연하며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만든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런 그룹이니까 이런 걸 해야 한다’는 데 갇혀 버리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돌아가는 음악의 흐름을 계속 받아들여야 고이지 않고 흘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일본에서 출연한 영화 <황금을 안고 튀어라> 등 개인 활동도 대중에게 더 다가가려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을까.
최강창민: 윤호 형과 내가 개개인으로 더 빛을 발할 수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통해 팀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이지만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힘 빡빡 줘 가면서 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는 힘들다. 신체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그렇게까지는 못 할 수도 있다. (웃음) 그런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변해 나갈 것 같다.



Q. <황금을 안고 튀어라> 관련 인터뷰 중 “8년 동안 동방신기라는 팀 안에서 많은 걸 했지만 이번에 대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동방신기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 온 멤버들을 비롯해 친숙한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일인 데 비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완전히 생소한 작업인 <황금을 안고 튀어라>는 어떤 경험이었나.
최강창민: 정말 그렇게 힘든 작업이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다면 못 했을 거다. (웃음) 일본에서의 라이브 투어와 동시에 촬영 스케줄이 진행되다 보니 현장과 공연장을 오가면서 서로 전혀 다른 세계의 차이를 받아들이기가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다른 배우, 스태프들은 영화에 올인 해서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한다고는 하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 보면 잘 따라가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부담이 컸다. 다만 다행이라고 생각한 건, 일단 시작한 일은 뭐든지 퇴보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실력을 키워가며 해야 하는 내 성격이다.



Q. 동방신기 데뷔 당시 막내의 모습에서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면 뭔가에 부딪히며 발전해 나가는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최강창민: 참 희한한 게, 나는 원래부터 ‘이런 음악을 하는 가수가 돼야지’나 ‘이런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돼야지’ 라는 꿈이 없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모든 사람들은 다 꿈이 있는데 이런 내가 잘못된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은 지금도 그런 궁극적인 꿈은 없다. 하지만 속된 말로 ‘꿀리는’ 건 너무 싫어하는 성격이다. (웃음) 그래서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오늘에 즐거움을 느끼고 앞으로 더, 더 나아가는 게 좋다.



Q. 만 스물네 살까지 동방신기로서 이미 많은 것을 이뤘고 올해는 한국 가수 최초로 일본 전국 5대 돔 투어도 예정되어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갈 곳은 어디일까.
최강창민: 다음에 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돔 투어를 마치고 나면 다음엔 더 큰 무대가 기다릴 거라는, 혹은 미처 겪어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바로 그 ‘뭔가 더 있겠지’ 라는 설렘이 지금까지 나를 계속 움직이게 했던 마음이기도 하다.

* 더 다양한 사진은 월간지 <10+star>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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