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그룹이다. 그러나 누가 정확히 그들을 안다고 할 수 있을까. 2004년 데뷔, 올해 9년차의 그룹. 그들은 미친 듯한 열광을 끌어냈고, 수많은 일들을 겪었으며, 그로부터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그리고, 동방신기의 새 앨범 < Catch Me >는 바로 지금의 동방신기를 결정짓는 어떤 방향이다. 지난 정규 앨범 <왜(Keep Your Head Down)>에서 최강창민과 유노윤호의 동방신기를 선보였던 그들은 < Catch Me >를 통해 두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리는 음악 속에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내는 역동적이고 거대한 그림들은 이 9년차 그룹의 그 다음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아이돌로 9년 동안 정상의 시간을 보낸 팀이 다시 다른 시작을, 다른 꿈을 꾸게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유노윤호는 지난 9년의 시간을 ‘사춘기’라 말했다. 뜨겁게 달리고, 고민도 많았고, 온전한 답은 찾지 못했다고. 그러나 지나온 길이 지금의 자신에게 새겨져 있다고.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처럼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쳐 이제는 과거보다는 ‘ING’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아이돌. 이런 20대, 유노윤호의 이야기.
Q. 6집 앨범 활동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유노윤호: 2011년에 ‘왜’를 내놓았을 때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기합을 많이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앞으로 둘이 해야 할 음악에 대한 첫 번째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Catch Me’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만족스러운 편이다.
Q. KBS <개그 콘서트> 게스트 출연을 비롯해 MBC <일밤> ‘승부의 신’이나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등 예능 활동도 상당히 많았는데 체감 반응은 어떤가.
유노윤호: 재밌었던 건, 활동 초반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우리를 많이 알리고 싶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어린 친구들이 사인을 많이 받기 시작했다. 알아보고 같이 사진 찍자고 하고, 한 팬 분이 주신 코끼리 모양 반지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웃음) 순수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어린 친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면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를 좋아해주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에너지를 얻는다.
“두 명의 동방신기는 지나온 길을 되짚고 우리의 기록을 스스로 깨야 한다”
Q. 두 명의 동방신기로서 두 번째 앨범을 내놓으면서 특별히 고민했던 부분은 뭔가.
유노윤호: 나는 원래 사람들에게 노래로서보다 춤으로 많이 드러났던 멤버였다. 원래는 목소리가 두꺼운 편인데 노래를 부를 때 톤을 바꿔서 가성이나 진성을 높게 쓰면 내가 아니라 창민이가 부르는 줄로 아셨던 분도 많다. ‘아, 아닌데…’라는 마음이 좀 들기도 했지만 솔직히 고음 가면 비슷해지더라. (웃음) 그런데 둘이 되면서는 서로 음역을 넓히기 위한 연습을 많이 하기도 했고, 창민이가 춤에서 돋보이게 발전한 게 있는 것처럼 나도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게 더 있었다.
Q. 앨범 전반적으로 보컬이 대폭 늘어나기도 했고 ‘How are you’에서는둘의 화음으로 노래를 채웠는데 그런 작업은 어땠나.
유노윤호: 신났다. 하지만 익숙해진 걸 새롭게 바꾸는 건 힘든 일이니까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메인 멜로디를 부를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에서 개성을 보여주되, 코러스에서는 좀 더 힘을 빼고 사람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 사실 ‘How are you’ 같은 경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고, 라디오나 특별한 기회가 있으면 간간이 불렀다. 동방신기가 강한 퍼포먼스와 너무 뚜렷한 개성을 가진 그룹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는 ‘Hug’나 ‘믿어요’ 등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발라드를 많이 부르기도 했다. 5집에서 ‘이것만은 알고 가’나 ‘믿기 싫은 이야기’로 활동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런 면에서는 열려 있을 것 같다.
Q. ‘Catch Me’에서는 빠른 스텝과 격렬한 군무, 부드러운 동작 등 그동안 보여줬던 스타일을 4분 남짓한 시간에 모두 보여준다. 안무가인 토니 테스타와 작업하면서 춤이나 무대에 대한 생각도 좀 더 달라졌을 것 같다.
유노윤호: 토니는 무대에 대한 시각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보통 동방신기라고 하면 두 명을 중심으로 띄우는 걸 생각하지만 토니는 댄서들까지 동방신기의 일부로 놓고 무대 전체의 그림을 생각하고 스토리를 만든다.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느낌인 거다. 그래서 함께 작업하면서, 90년대 트렌드는 군무였고 지금은 얼반 같은 스트릿 댄스로 자기 개성을 표현한다면 여기에 클래식한 느낌도 접목할 수 있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지난해 일본과 아시아 전역에서 투어를 진행하며 두 사람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구성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유노윤호: 아무래도 두 명으로는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적기 때문에 큰 효과를 내려면 자연스럽게 몸을 더 써야 하고, 체력적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고, 그걸 채우기 위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러면서 동방신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면이 있다. 그리고 지난 투어에서는 예전 노래들을 많이 불렀다.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노래들이기도 하고, 또 지금 두 명의 동방신기가 과거 동방신기의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한 의문점에 대한 우리의 답을 내놓아야만 다음 스텝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며 지나온 길을 되짚고 우리의 기록을 스스로 깨야 하는 숙제라는 면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물론 둘이 ‘O-정반합’을 할 땐 ‘세상에 이렇게 힘든 노래가 있었나’ 생각했지만. (웃음)
Q. 강렬하고 정교한 퍼포먼스 외에도 ‘Easy mind’ 같이 밝고 신나는 곡을 부를 때는 예상 외로 애교 넘치는 표정과 앙증맞은 안무를보여줬다.
유노윤호: 콘서트에서 제일 중요한 건 보이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어린아이들의 제스처를 보고 흉내 낸 거다. 같이 즐기는 곡일 수록 어린아이들의 반응이 뚜렷한 걸 보고 나름대로 찾아낸 방법이다. 나라마다 관객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곤 한다.
“초등학생들이 알아보고 안무를 따라해 줬다는 데 의의를 둔다”
Q. 어느새 이십대 중반을 지나 후반을 향하고 있는데,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하는 가수이다 보니 체력적인 한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유노윤호: 그 생각을 하면 끝인 것 같다. 심장이, 엔진이 식기 시작하면 한없이 식을 수 있다. 물론 ‘아, 이러다 죽겠다’ 하는 생각이 든 적은 있다. ‘Catch Me’도 그렇고 ‘휴머노이드’도 보기엔 덜 격렬하지만 바스트를 잡아서 그렇지 다리는 물 아래 백조처럼 쉬지 않고 움직인다. (웃음) 그런데 중요한 건 체력으로 인한 한계보다도 무엇을 더 보여주느냐다. 이를테면 정말 서정적인 발라드에서 춤을 빠르게 춰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같은 것, 노래로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우리의 숙제지만 그런 노래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더하면 새로운 게 되니까.
Q. 돌아보면 ‘Catch Me’ 활동은 기본부터 시작해 다시 대중에게 동방신기의 스타일과 성격을 알리면서 많은 걸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만으로 8년째 활동 중인 가수가 새롭게 ‘도전!’을 외친 셈인데, 그런 방법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
유노윤호: 1집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불렀던 노래를 다 다시 들어 봤다. 이번 활동에서 우리는 다시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만약 듣는 분들이 아니라고 판단하시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습해서 다시 나오겠다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산을 올라갈 때도 하나 올라갔다 다음 산을 오르려면 차근차근 밟아 내려가야 된다. 정상에서 점프해봤자 다치거나 죽는다.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리더였고, 이제 둘만 있어서 무늬만 리더이긴 하지만 어쨌든 리더니까. (웃음) 하지만 이렇게 해서 이뤄내야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구를 던졌을 때 구속은 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정면승부를 했다는 게 좋았고, 그랬기 때문에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초등학생들이 알아보고 안무를 따라해 줬다는 데 의의를 두고, 예능에서도 귀엽게 봐 주셔서 얻은 게 많다. (웃음)
Q. 연기 데뷔작이었던 MBC <맨땅에 헤딩>에 이어 두 번째 드라마인 SBS <야왕>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연기에 대한 각오는 어떤가.
유노윤호: 연기를 ‘이만큼’ 하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이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경험이 좀 더 생긴 것 같다. 난 춤도 노래도 처음부터 잘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차곡차곡 하면서 늘었을 뿐이지, 아래에서 시작하면 점점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왕>에서는 나이에도 맞고 좀 더 진지한 캐릭터를 맡았으니 그냥 ‘백도훈’으로 보이게 하고 싶다. 연기할 때는 유노윤호가 보이지 않게, 그게 쉽지 않지만 중요한 숙제인 것 같다.
Q. 동방신기는 데뷔하는 순간부터 항상 톱스타였는데, 오랫동안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높은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도 대외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은 없는 것 같다. 정윤호에게 일탈이란 어떤 건가.
유노윤호: 한 번 일탈하면 크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한 적은 없다. (웃음) 나는 그냥 노래하고 싶고 무대에 서고 싶은 아이였는데 동방신기로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 출 기회가 생겼고 그러다 보니 부와 명예도 생겼다는 데 감사하며 산다. 물론 많은 일들을 하며 살다 보니 스스로 초심을 잃은 건 아닌지 고민하거나 부딪히는 것들은 있다.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할 때가 많지만 속에 쌓아 놓거나 혼자 아파할 때도 많다. 이래봬도 A형이기 때문에. (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아무리 좋게 봐 주더라도 스스로 힘들 때는 휴대폰 끄고 조용한 데로 가서 혼자 자연을 보며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Q. KBS <이야기쇼 두드림>에서 스스로 ‘꿈을 좇는 소년’이라고 했다. 지금도 갖고 있는 꿈이 있다면.
유노윤호: 창민이와 비슷한 부분은 꿈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는 않는다는 거다. 뭔가를 정하고 가는 순간부터 사고가 갇힌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호기심을 갖고 끝없이 질문하는 걸 좋아하고,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멀리 생각한다. 올해는 동방신기의 데뷔 10주년인데, 우리는 시작할 때부터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아이돌 중에서, 지금 신화 형님들이 계시듯 수명이 긴 그룹이면 좋겠다. 그리고 동방신기는 끝없이 도전하고 오래 발전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내 마음 속의 우상은 마이클 잭슨인데, 그 분은 오십대까지도 춤을 추면서 노래를 하셨다. 우리도 사십대 오십대까지 춤추면서 멋있게 노래하는 두 명의 그룹이 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일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Q. 동방신기 데뷔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과 자신의 이십대를 돌아본다면.
유노윤호: 사춘기였던 것 같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사람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어떻게 나라는 사람의 방향과 스타일을 잡아갈지 결정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십대는 새로운 걸 익히고 일이든 사랑이든 목숨을 걸고 밀어붙일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는데, 일에 청춘을 바쳤던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동방신기는 지금도 ING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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