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전설로 만드는‘지브리의 해’
는 하늘을 꿈꿨던 그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한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O3vb7ng8TDC8M5wL5vrNzTGEt9F.jpg" width="555" height="185" border="0" />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이 불어>는 <벼랑 위의 포뇨> 이후 그가 5년만에 연출하는 작품이다. 항간에는 호리 타츠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2009년 본인이 잡지 <모델 그래픽스>에 연재했던 만화를 원작으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은 히사이시 조. 내용도 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30년 지기이자 <바람이 불어>의 프로듀서인 스즈키 토시오는 이번 영화를 “어릴 적 꿈을 따라 비행기를 만드는 한 남자가 갑자기 도래한 전쟁 탓에 꿈과 목표를 의심하게 된다는 이야기”라 설명했다. 순수한 꿈이 살육의 무기가 되는 아이러니다. <바람이 불어>는 여러모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1992년 작품 <붉은 돼지>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이 모티브라는 점, 하늘을 무대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점 등이 현실을 도피해 돼지의 모습으로 하늘을 날았던 <붉은 돼지>와 상당 부분 겹친다. 또한 밀리터리 마니아로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력이 반영된 애니메이션이란 점에서도 두 작품은 공통된다. 그 동안 미야자키는 <모델 그래픽스>를 비롯한 잡지에 애니메이션으로 풀지 못했던 취미와 기호를 담아 연재해왔다.
다카하다 이사오의 <카구야 공주 이야기>는 1999년 <호호케쿄 이웃집 야마다군> 이후 무려 14년만의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숲 속에서 나무를 잘라 소쿠리를 만들어 지내던 노부부가 우연히 버려진 한 여자 아기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이 영화의 프로듀싱도 담당하는 스즈키 토시오는 2005년부터 영화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본래 30분짜리 단편으로 계획됐다 조금씩 늘어났고, 7년이란 세월 동안 장편이 되었다. 이로써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는 각각 <이웃집 토토로>와 <반딧불의 묘>를 개봉했던 1988년 이후 25년만에 함께 신작을 공개하게 됐다. 50년 가깝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함께 그리고 또 따로 작업해 온 두 거장이 순전히 작품으로 다시 만나는 셈이다.
거장의 우연한 조우가 기다려진다
, <추억은 방울방울>의 다카하다 이사오느 14년만에 장편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jAJnizaJ8.jpg" width="555" height="185" border="0" />
지브리의 두 터줏대감이라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의 관계는 사실 애매하다. 라이벌도 아니고, 둘 다 도이동화 출신에, 스튜디오 지브리에 함께 둥지를 틀고 있지만 협업을 하는 선후배나 동료도 아니다. 심지어 작업방식은 정반대다. 다카하다 이사오는 물이 흘러가듯 느긋이 작품을 완성하는 쪽이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주어진 시간과 상황에 맞춰 정확하게 작품을 뽑아내는 장인에 가깝다. 1966년 <태양의 왕자 호르스의 대모험>을 만들던 미야자키가 “제작 시한이 지났는데 작품이 절반밖에 완성 안됐어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자 다카하다가 “괜찮아. 작품이란 인질이 있잖아. 회사는 만들던 걸 도중에 버리진 않아”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작업 방식부터 작품관, 그림체와 이야기 톤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는 서로 닮은 듯 다른 그림인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그림이 일본 2D 애니메이션의 큰 뿌리가 되었다. 시너지 효과 따위 없을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온 두 남자의 우연한 조우다. 다만 그 우연의 일치가 애니메이션 팬으로서 무엇보다 반갑다. 느릿한 그림으로 세상을 느리게, 하지만 진중하게 이야기하는 두 애니메이션 거장의 여름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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