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에서의 첫 라이브다. 록 페스티벌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단독 공연인데 이번 라이브를 결정한 계기가 있었나.
마츠다 신지: 예전부터 한국에서 라이브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여러 번 받았었다. 지난 6월 발표한 9번째 정규 앨범 < LIVESQUALL > 투어 일정에 대만에서의 라이브가 결정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까지 포함해 일본 외의 아시아에서 라이브를 해보자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다.
Q. 더 백 혼의 일부 앨범이 한국에서 발매되기도 했지만, 라이브는 또 다른 경험이다. 다른 언어를 가진 나라에서 라이브를 할 때는 어떤 마음인가?
야마다 마사시: 나 같은 경우에는 일본어로 계속 노래를 하니까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관객도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리듬이나 음정, 분위기 같은 게 있기 마련이니까 말을 몰라도 멜로디랑 우리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느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스가나미 에이쥰: 나 역시 우리의 에너지를 느껴주길 바란다.
“< LIVESQUALL >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진 곡이 많다”
Q. 당신들이 한국에 처음 알려진 건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영화 <밝은 미래>의 주제곡이었던 ‘미래(未來)’부터였다. 그로부터 거의 10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스가나미 에이쥰: 그렇게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나?
마츠다 신지: 아, 그 곡 하면 좋았겠네. 그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세트 리스트에 없는데.
스가나미 에이쥰: 아쉽네. 몰랐다. (멤버들에게) 할까?
일동: 해도 좋지 않나?
Q. ‘미래(未來)’는 그 즈음 더 백 혼의 음악들과 색깔이 좀 달랐다.
마츠다 신지: 그 당시 우리가 그다지 해본 적 없는 테마인, 지금부터의 앞날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노래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영화를 위해 만든 곡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들 안에서도 새로운 한 걸음이랄까, 미래를 연 곡이기도 하다.
Q. 더 백 혼의 음악은 격렬하고 두터운 사운드, 드라마틱한 멜로디, 여기에 ‘사람은 모두 만물의 기생충’이라거나 ‘시부야는 완전히 고기의 바다’ 같은 특유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작사를 스가나미가 했던 것 같은데, < LIVESQUALL >은 모두 작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오카미네 코슈: 가사를 쓰는 방법은 각자 다른 것 같다. 마츠다의 경우에는 가사가 먼저 만들어지고 거기에 맞춰 모두가 함께 곡을 만들어 간 곡도 있다. 반면, 나는 곡이 먼저고 거기서 나오는 풍경에서 받은 인상을 가사로 쓰거나 생각하고 있는 걸 담기도 했다. 야마다가 쓴 ‘초상현상(超常現象)’은 곡과 가사가 함께 나왔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말이 만들어졌다.
Q. < LIVESQUALL > 앨범 자켓이 쇠로 만든 함선 사진이다. 어떤 의미인가?
스가나미 에이쥰: 앨범을 만드는 도중에슬픈 일들이 많이 있었고,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을 거다. 그런 것을 모두 껴안고 우리는 앞으로도 모두가 힘을 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싣고 함께 힘을 내서 나가자는 의미다.
Q. 데뷔 때부터 주로 죽음이나 전쟁, 평화, 인연 같은 비교적 무겁고 어두운 세계관을 노래해왔다.
스가나미 에이쥰: 우리 네 명이서 음악을 하면 그냥 자연스럽게 그런 테마의 곡이 되었던 것 같다. 일부러 이런 곡을 만들어야지 라고 한 적은 없고 연주를 하다보면 그런 생각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 LIVESQUALL >의 경우 굳이 생과 사로 나눈다면 생 쪽이랄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진 곡이 많은 것 같다.
Q. 확실히 더 백 혼의 느낌이 있지만 예전보다 다양하다는 인상이었다. 아무래도 2011년에 있었던 3.11 동일본 대지진 등을 겪었기 때문인가.
스가나미 에이쥰: 당연히 영향을 받았다.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 즈음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가 만든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기운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해졌다. 그래서 라이브에서 그런 걸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들어주시는 분들이 모두 웃는 얼굴로 손을 들고 환호한다거나 즐기고 계신 걸 보면 우리들도 굉장히 기운이 나고 서로 힘을 내고 있다는 걸 느낀다.
Q. 큰 비극을 겪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텐데 당신들에게는 그것이 음악이었을 거다. 지진 직후 싱글로 먼저 발표한 ‘세상에 꽃다발을(世界中に花束を)’이나 앨범 마지막 트랙인 ‘뮤직(ミュ?ジック)’이 당신들이 내린 결론 같았다.
마츠다 신지: 우리 자신에게는 물론이고 들어주시는 분들에게도 음악은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지 않나. 자기 안에서의 힘든 일뿐 아니라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일들이 있을 때, 그 각각에 대해 모두 다양한 입장이 있고 느끼는 거리감이 다를 거다. 그랬을 때 여러 가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행복해지길 바라고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길 원하지 않나. 그것을 마음속에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될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걸 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곡이다. 그런 음악이 곁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 스스로도 음악이 등을 밀어주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럼 염원을 담아서 ‘뮤직’이라는 타이틀로 정했다.
“걱정을 끼치면 안 되지만 그걸 생각하면 라이브가 안 되니까”
Q. 한편, ‘별 내리는 밤의 비트’는 듣는 재미가 큰 곡이다. ‘그루브’와 ‘드라이브’가 함께 있는 사운드에 곡 안에서의 변주가 다채롭다.
야마다 마사시: 더 백 혼으로서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걸 해 보고 싶었다고 할까. 앨범을 만들 때 그런 곡이 있으면 자극도 되고. 여러 가지 모티브를 섞어서 만든 일종의 퍼즐 같은 곡이다. 그 모든 것들이 모였을 때, 결과적으로 즐거우니까 된 거 아냐 같은 기분이었다.
Q. 새로운 도전의 결과에는 만족하나?
스가나미 에이쥰: 나도 좋아하는 곡이다.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결과도 긍정적인 기운의 곡으로 만들어져서 굉장히 좋았다.
Q. 하드 록 계열의 밴드들 중에서도 당신들만큼 격정적인 라이브 무대는 드물다. 야마다가 노래하는 걸 보면서 저러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야마다 마사시: 관객들에게 걱정을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웃음) 그런 걸 고려하면 라이브가 안 되니까.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나는 괜찮으니까.
Q.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 뭘 생각하나?
야마다 마사시: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의외로 냉정한 기분도 들고 관객들의 표정도 보고 내가 여기서 좀 더 나가지 않으면 관객들이 함께 따라 와 주지 않겠다 싶어서 더 박차를 가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태가 되어 있기도 하고. (웃음)
Q. 여러 장의 앨범의 발매했고 베테랑 밴드가 되었지만 야마다의 목소리는 별로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소년 같은 느낌이 있다. (웃음)
야마다 마사시: 그런가? 나도 이제 서른넷인데. (웃음) 음… 노래한다는 것에 대한 접근 방법 자체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게 나 스스로도 설명이 잘 안 되는 건데, 왜 이렇게 소리치게 되는 걸까 생각해봐도 그냥 그러고 싶은 내가 있다는 것 외엔 모르겠다.
Q. 이번 라이브에서 연주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은 것도 있을 텐데.
마츠다 신지: 일단 < LIVESQUALL >의 투어로 온 것도 있기 때문에 그 곡들에 제대로 빠져 들어서 우리의 세계관을 잘 만들어서 연주하고 싶다.
오카미네 코슈: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Q. 힘을 내는 게 아니라?
오카미네 코슈: 힘이 들어가면 기분은 좋아질지 몰라도 연주는 딱딱해지니까. 처음 온 곳에서 처음 만나는 관객들 앞이니까 방심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 버릴 것 같다.
스가나미 에이쥰: 응. 그건 중요한 거다. 나는 정말로 전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지만 역시 오늘은 말로는 가사로는 전할 수 없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것들을 넘어서 연주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해지면 좋겠다.
“라이브가 하고 싶어서 곡을 만드는구나 싶다”
Q. 인디즈 시절부터 14년째 함께 밴드를 하고 있는데, 각자에게 있어 더 백 혼으로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마츠다 신지: 이 부분은 역시 스가나미가 확실히 얘기를 해줘. (웃음)
스가나미 에이쥰: 음, 난 좀 생각할 테니까 먼저 생각난 사람부터 얘기를 해.
마츠다 신지: 나에게는 역시 음악을 하는 장소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고 네 명이 모였기 때문에 태어나는 거대한 힘이 있으니까 그게 밴드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웃음)
야마다 마사시: 역시. 완전히 같은 생각이야. 밴드를 결성하기 전에는 그저 음악을 듣는 게 좋아서 듣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지만, 더 백 혼을 시작하고 나서 내가 연주하는 쪽에 서서도 힘을 받을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라이브에서 관객들의 웃는 얼굴이나 함성에 격려 받을 때가 많았다. 기뻐해주시는 얼굴을 보면 나도 역시 기쁘고 그러니까 더 힘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오카미네 코슈: 난 라이브를 할 수 있어서 좋네 라는 기분이다. 우리는 곡을 만들고 앨범만 내는 걸로는 성립할 수 없는 밴드니까. 라이브가 하고 싶으니까 곡을 만들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라이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쁜 일이다. 무대에서 얻은 것이 그 다음 앨범에 담기기도 하고. 역시 더 백 혼은 라이브가 중심축이 되어 있는 밴드다.
Q. 스가나미는 생각이 정리되었나. (웃음)
스가나미 에이쥰: 음… 청춘…이네, 역시.
일동: 마지막에 부끄러운 얘기 하는 거냐. (웃음)
스가나미 에이쥰: 이렇게 동료들과 만나고 모험하는 것이 내게는 청춘이다. 혼자였다면 성격이 내향적인 편이라 이렇게 라이브를 많이 하거나 한국에 올 수 없었을 거다. 음… 역시 청춘입니다. (웃음)
Q. 몇 년 전 인터뷰에서 스가나미가 “아티스트란 세상에 위화감을 갖기 때문에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지금 가장 위화감을 느끼는, 그래서 단 하나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인가?
마츠다 신지: 하나뿐이라는 건 역시 어렵네. 엄청 많으니까. 일단 굉장히 모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우리를 포함해서 사람들이 좀 더 즐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단순하게 즐겁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 꽤 어렵지 않나. 여러 환경에 처해있고 여러 생각도 있고. 즐겁다거나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면 그게 큰 파도가 되어 전체에 그런 분위기가 퍼져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카미네 코슈: 나 스스로도 사용하고 굉장히 편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10년 전에는 없지 않았나. 그래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지난주에 간 대만이나 지금처럼 한국에 와서도 말은 통하지 않지만 밖에 나가서 길거리의 사람들 얼굴을 보면 이쪽이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리얼리티가 있으니까. 물론 어쩔 수 없는 거지만 없었다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재밌는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Q. 확실히 다른 재미가 만들어졌을지도. 야마다는 어떤가.
야마다 마사시: 모두와 같다.
일동: 우리 모두 다 다른데 어떻게 같냐. (웃음)
야마다 마사시: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지금까지 내딛지 못 했던 한 발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다. 음악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나 마음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는 걸 믿고 있어서, 역시 그걸 하고 싶다.
스가나미 에이쥰: 나는 역시… 바꿀 수 있다면 나 자신이네. 내 얼굴? (일동 웃음)
오카미네 코슈: 아직도 위화감 느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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