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섹시남 리스트’란 말인가
누구를 위한 ‘섹시남 리스트’란 말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은 ‘가장 섹시한 남자’를 발표했다. 올해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섹시남은 채닝 테이텀. 그는 올 한해 동안 과 , 등에 출연, 미국 내 박스오피스에서 모두 1억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에서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남자 스트리퍼로 출연해 여성팬들은 물론 동성애 커뮤니티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단연 ‘가장 섹시한 남자’ 타이틀에 어울리는 테이텀의 선정에 대해 유난히 ‘딴지’ 거는 미디어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이 해마다 발표하는 특별호는 백인만을 고려한, 할리우드의 고정관념만을 대변한 잘못된 리스트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올해 커버를 장식한 테이텀 이 외에도 이번 호에는 약 180여명의 ‘섹시남’이 포함돼 있는데, 이중에서 흑인과 스페니시, 아시안계 등 약 20여명의 유색인종 섹시남을 제외 한다면 모두 백인이다. 이 중 한인으로는 2006년과 2009년, 2011년에 각각 섹시남 계열에 꼽혔던 배우 존 조가 다시 올랐다. 지난해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섹시한 남자들’이란 섹션에 꼽혀왔던 의 대니얼 대 김은 올해 리스트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금까지 유색인종 유명인이 우승자로 꼽힌 경우는 1997년 덴젤 워싱턴이 유일하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색인종 유명인을 우승자로 꼽지 않은 이 “현재 ‘핫’하고, 섹시하고, 올해 커리어가 빛났는지”만을 본다는 변명은 이제 통하지 않는 듯하다.

백인 남성에 의한, 백인 남성을 위한 섹시남 리스트?

누구를 위한 ‘섹시남 리스트’란 말인가
누구를 위한 ‘섹시남 리스트’란 말인가
일부에서는 지난 2010년 커버를 장식한 라이언 레이놀즈나 2011년 선정된 브래들리 쿠퍼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가장 눈길을 모았던 배우라면 쿠퍼 보다는 에 출연해 매력을 발산했던 라이언 고슬링이나, 의 마이클 패스벤더가 더 적합하다는 것. 으로 수년간 여성과 남성 팬들에게 동시에 큰 인기를 얻었던 존 햄 역시, 에 선정되지 못했다. 카니예 웨스트나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 등이 인기 절정을 구가하던 과거에도 지는 오로지 1차원적인 아이디어로 섹시남을 선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호에 대해 가장 신랄한 비판을 한 의 블로그 는 이 할리우드 영화업계 전문지도 아닌데 왜 운동선수나 가수, 정치인 등 수많은 분야를 거의 무시하고 유독 배우들 중에서, 그 것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주연을 따낼 수 있는 백인 배우들만을 커버 섹시남으로 고려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2012년 현재에도 할리우드는 물론 미디어계의 차별은 여전하다는 것. 최근 섹시남 리스트에 등장했던 유색인종 유명인 중에는 LL 쿨 J, 에디 시브리언, 어셔, 드레이크, 빈 디젤, 존 조, 마리오 로페즈 등이라는 것. 흑인 배우들 중에서도 블레어 언더우드나 타이 딕스, 모리스 채스트넛, 테렌스 하워드, 제시 윌리엄, 이드리스 엘바 등 커버를 장식할만한 섹시남이 많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컬쳐 매거진 역시, 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매거진은 “조셉 고든 레빗이 죽었나? 맷 보머가 갑자기 사라졌나? 프랭크 오션이 자신의 아름다운 눈에 빠져 숨졌나? 마이클 패스벤더와 다니엘 크레이그가 얼굴을 못알아 볼때까지 서로 싸웠나?”라며 테이텀의 선정을 노골적으로 야유했다. 유색인종을 우승자로 꼽지 못한다면 적어도 전형적인 미남이 아닌 개성있는, 실제 여성들에게 섹스 어필이 있는 유명인을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인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이 좋아할 것 같은 남성을 뽑는 것은 이제 그만하라는 것. 한편 이번 호에 섹시남으로 뽑힌 다른 유명인들로는 데이비드 베컴과 브래들리 쿠퍼, 저스틴 팀버레이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햄스워스, 존 햄, 휴 잭맨, 덴젤 워싱턴, 데미안 루이스 등이 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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