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노래는 무조건 가을 노래예요!”라고 강유미가 첫손에 꼽은 곡은 뉴욕 출신의 블루스 포크뮤지션 로리 블럭의 ‘Gypsie Boy’다. 1980년대 특유의 감성이 두드러지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사랑에 빠진 마음을 그린 가사가 인상적이며, 이 곡에서 로리 블럭은 노래는 물론, 프로듀싱과 기타연주까지도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여유롭게 들을 수 있는 노래입니다. 특히 후반부의 하모니카 연주가 참 좋더라고요”라는 강유미의 설명처럼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의 단순하지만 조화로운 연주가 곡의 편안한 분위기를 한층 배가 시킨다.

“배가 불러서인지 코미디언과 여자로서의 행복을 함께 누리고 싶은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막 명성을 얻던 무렵부터 의외로 여성스러운 강유미의 취향은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이었다.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디바로서의 여성미 또한 최고 수준인 머라이어 캐리는 그러한 강유미의 취향과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전주부터 가을이잖아요”라며 강유미가 추천한 ‘My all’은 머라이어 캐리의 수많은 히트곡들 중에서도 특히 섬세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R&B 발라드곡. 1997년 발표한 앨범 에 수록되어 있으며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애잔한 목소리가 특히 매력적”이라는 강유미의 감상 포인트에 더해, 스패니쉬의 감각이 느껴지는 편곡이 특별함을 더하는 곡이다.

흔히 가을을 짙은 애수의 계절이라고 생각하지만, 강유미는 박새별의 노래 ‘Remember Me’를 통해서 깨끗한 가을의 아련함 또한 느낀다. “참 청아하고 예뻐서 같은 여자로서 탐이 나요”라며 강유미가 부러움을 표한 목소리는 박새별의 가장 큰 장점. “멜로디뿐 아니라 가사도 참 마음에 드는 노래입니다. 감정을 지나치게 강조하기보다는 목소리가 가진 깨끗함을 그대로 살리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게 오히려 더 애절함을 극대화 시키는 것 같아요. 약간의 담담함이 스며 있는 게 가을에는 더 쓸쓸한 것 같아요.” 건반을 중심으로 한 단정한 발라드곡이지만, 노래의 제목처럼 후반부에 반복되는 “나를 기억해요”라는 가사가 강유미의 설명처럼 간절함을 부각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되었다.

발라드에서 록까지. 디바에서 밴드까지. 강유미의 취향은 얼핏 종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선택한 노래들은 화려하지 않은 가운데 기타의 역할이 두드러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의류브랜드 광고에서 우연히 들었어요”라며 강유미가 소개한 스웨덴 밴드 월스톤즈는 그러한 그녀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 뮤지션이다. 특히 두 사람의 목소리와 기타 선율이 하모니를 이루는 록발라드 ‘Hang On’은 강유미로서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노래. 하지만 정작 그녀가 이 노래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이유는 음악 바깥에 있다. “그 광고가 가을시즌용이었는데, 두 연인이 입은 가을옷과 음악이 너무 멋지게 어우러지더라고요. 그다음부터 가을이 되면 항상 이 노래가 듣고 싶어지네요.” 가을은, 사랑의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여름처럼 언제나 에너지를 발산하던 에이브릴 라빈의 노래 중에서 드물게 가을의 차분함을 보여주는 노래 ‘Fall To Pieces’를 선택한 강유미는 “에이브릴 라빈은 늘 저에게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가수예요”라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처음 개그를 시작했을 때, 에이브릴 라빈의 데뷔 앨범이 나왔는데 그때 정말 열심히 앨범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에이브릴 라빈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 시절이 막 떠오르는 거예요. 스무 살의 가을 같은 목소리죠. 그중에서도 이 노래는…… 제목에 일단 Fall이 들어가니까! 와하하하하” ‘Fall To Pieces’는 신성처럼 타오르던 10대 시절을 마무리하며 에이브릴 라빈이 발표한 앨범 에 수록된 곡으로, 막 성숙기에 접어든 스무 살 언저리의 감수성이 강유미가 언제나 떠올리는 그녀의 초심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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