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에는 각자의 입장이 있다. 사람들은 그 입장에 맞춰 생각하고, 때로는 다른 이들과 대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 누구의 입장도 정답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모르는 것은 꺼내놓고, 현실에 비춰보고, 서로의 입장을 알아야 무엇이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뮤德과의 동침’은 그래서 태어났다. 과거, 뮤지컬 VIP 티켓만이 인생 유일한 사치였던 기자와 뮤지컬 평론가 지혜원이 만나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시간이다. 열광도 비판도 뭐든 정확히 알아야 할 수 있다. 첫 번째 시간은 ‘내가 낸 그 많은 티켓값은 어디에 쓰였나, 티켓값 전쟁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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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00x96x4=? 지금까지 얼마를 썼단 말인가!
장경진: 하나에 티켓 96장이 들어가는 티켓북이 집에만 4권이다. 지금까지 얼마를 썼단 말인가! 이번에 <영웅>이 네 번째 재공연을 시작하면서 티켓값을 5, 3만원으로 내렸다. 대극장 뮤지컬 가장 꼭대기 좌석이 6만원 정도였는데 VIP가 그것보다 싸다. 관객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모든 대극장 뮤지컬이 그렇게 내릴 수도 없고, 길게 가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안을 오픈런(공연 종료일을 지정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에서 찾는데 사실 국내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의 평균 사이클이 3개월 정도 되니 오히려 오픈런은 그 경쟁에서 밀려난다. 관객 입장에서도 늘 있는 것보다 지금 봐야 되는 것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멈췄다 다시 가는 것에 대한 관성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오픈런이 아닌 공연에서 더 회전문 돌고, 악순환이다.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혜원: <영웅> 티켓과 관련해서 제작사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부지원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원금 받아서 관객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지원금 못 받으면 그것도 못하는 거 아닌가. 환불을 해줘도 미리 제값주고 예매한 사람들은 불쾌했을 거고, <영웅>이 끝나면 블루스퀘어 극장도 다음 작품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티켓값은 제작비, 좌석수, 유료점유율 등을 따져서 결정되는데, 브로드웨이는 오픈런을 기준으로 하니까 예를 들면, 평균 티켓값 80달러에 유료점유율 70%면 얼마만에 BEP를 맞출지 예상이 된다.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작품은 1년 안으로 BEP를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구조적으로 대관기간이 정해져있어 유료점유율 70%를 맞추려면 티켓값이 얼마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거꾸로 간다. 갈수록 제작비는 높아지고, 구조적으로 오픈런이 불가능하니까 재공연을 위한 최소한의 가격을 맞춰야 된다. 이대로라면 가격이 낮아질 수가 없다.
브로드웨이에서 로터리 티켓 추첨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사진제공: 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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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웨이에서 <원스> 로터리 티켓 추첨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사진제공: 지혜원)
김준수 나오니까 구석도 VIP 가격 내라고?
장경진: 구조적 문제는 인정하지만 돈만큼의 가치를 내는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요즘 대극장은 1층에 VIP와 R석, 2층에 R석과 S석, 3층에 S석과 A석이 3:1로 나뉜다. LG아트센터의 경우 거의 시야방해석도 없고, 3층 꼭대기에서도 잘 보이니까 그 등급을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많은 극장들은 VIP석을 남발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작년에 공연된 <천국의 눈물>도 등급이 1, 2, 3층으로만 구분되었었다. 아무리 김준수가 나와도 운동장처럼 퍼져있는 국립극장 객석 1층 사이드와 센터가 같은 가격이라는 건 좀 억울하다. 그래도 티켓에 호텔 케이터링이 포함된 샤롯데 씨어터에서 하는 ‘VIP ROOM’은 적정한 선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붙여 팔던 한 뮤지컬은 더 비싼 돈을 받고도 작품 프로그램과 쿠션, 생수 한 통을 선물로 줬다. 그런 건 그냥 안하는 게 낫다.
빈자리 만들지 말고 유동적으로 팔아서 채워라
지혜원: 등급은 우리나라나 브로드웨이나 거의 비슷하다. 대신 20~40달러짜리 러시티켓과 학생티켓 자리가 따로 있다. 당일표를 50%까지 할인해주는 tkts도 있고, 매일 추첨해서 싸게 주는 로터리제도도 있다. 잘 나가는 작품들은 프리미엄 석을 별도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 티켓은 가장 싼 티켓과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잘 나간다고 해서 러시나 로터리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다양한 사람들이 수준에 맞춰 공연을 볼 수 있다. 기상악화로 취소표가 나오면 러시티켓 자리가 아니라도 그 가격으로 팔고. 우리나라도 현매는 있지만 할인이 없다. 공연이라는 게 비행기랑 똑같아서 빈자리 있어도 문 닫고 떠나야 된다. 어떤 상품이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지만 안 팔리면 그때 가서 쓸 수 있는 유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200달러짜리 프리미엄 석이 있다면, 서서 봐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20달러짜리 입석도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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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고 편하게 보는 방법은 정말 없나?
장경진: 브로드웨이처럼 체계적인 할인 시스템은 없지만, 최근엔 소셜커머스에도 뮤지컬 티켓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소극장 뮤지컬들은 독특한 할인도 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주인공 직업이 ‘작가’라는 점에서 착안해 책 기부 할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작품마다 할인정책이 다르고, 세종문화회관이나 BC카드, 인터파크 등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있어서 한꺼번에 정리해주는 사이트가 필요하다. 현재는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후 할인정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적으로 정리된 것이 있다면 뮤지컬을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쉽게 작품 선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유연한 사고만큼 장기적 시선도 필요하다
지혜원: 브로드웨이에는 할인쿠폰이나 정보를 한 눈에 정리해 놓은 브로드웨이박스닷컴이 있다. 올 여름에 뉴욕에서 뮤지컬 15편을 보고 왔는데, 거의 다 좋은 자리에서 평균 32달러에 봤다. 러시도 뛰었고 로터리도 뛰었다. 브로드웨이는 할인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부지런하면 다 싸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단관이 있긴 하지만 그룹세일즈를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이 결정되면 시작 4-5개월 전부터 그룹세일즈 에이전트와 그들이 데리고 있는 학교, 여행사,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그들만을 위한 브리핑을 한다. <메리 포핀스>를 예로 들자면 간단히 노래도 하고 하다못해 나갈 땐 메리 포핀스 우산 하나라도 챙겨준다. <빌리 엘리어트> 시작할 때는 작곡가였던 엘튼 존이 등장했다. 단기적인 할인 혜택도 중요하지만, 큰 플랜을 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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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은 손해다
장경진: 전에는 공연 시작 한 달 전에 있는 티켓전쟁에 뛰어들기도 했는데 요즘은 조기예매를 안한다. 공연 시작 후 할인이 많이 풀려서 더 비싸게 보는 격이 돼서다. 일반 관객보다 팬들의 입소문이 더 거세기 마련인데, 재관람할인도 좋지만 관객을 위한 심리적 보상이 있으면 좋겠다. 작년에 진행했던 ‘쓰릴미 TV’나 올 4월에 했던 ‘풍월주막’은 공식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배우와 팬이 만나는 자리였다. 시장이 커진만큼 ‘백스테이지 투어’도 정기적으로 하면 좋겠다. 오히려 프레스콜 때 팬들을 부르는데 그런 딱딱한 자리에서의 만남은 팬도, 언론 관계자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라
지혜원: 그나마 시장이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사실은 덕의 德이다. 제작사도 그들의 입소문이 가져다주는 영향력을 알고 있고, 아는 만큼 액션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우리 시장은 너무 경직되어있다. 특히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충성도를 높일만한 멤버십 이벤트를 제공해야한다. 사전이벤트를 하거나 메이킹필름을 공개할 수도 있을 거다. 굳이 배우를 내세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무대 뒤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2007년 대극장으로 옮겨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선보였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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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대극장으로 옮겨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선보였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비싸도 좋다, 좋은 공연을 만들자
장경진: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싸도 공연만 좋으면 기꺼이 통장을 바친다.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모두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복불복이지만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뮤지컬은 관객들이 더 깐깐해진다. 왜 음악이 라이브가 아닌 MR인지, 냉정하게 보면 개런티를 기준으로 비싼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를 왜 같은 돈을 주고 봐야 되는지 등에 대해 제작진은 작품으로 답해줄 필요가 있다. 아닌 공연도 많지만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에 스타 캐스팅에 힘쓰느라 앙상블의 합이 너무 안 맞는다거나, 철학이 깊은 공연이 대중성을 위해 너무 가볍게 그려진다거나 하는 경향도 있다. 신뢰를 깨지 말아야 한다. 그저 좋은 공연으로 보답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완성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완성’을 만들어야 한다
지혜원: 오픈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즌’이라는 명칭 하에 공연을 끊어서 가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곡을 추가하고, 신을 빼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시킬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완성이 될 때까지는 배우가 바뀌더라도 연출은 변함없이 가야되는 게 맞다. 브로드웨이 기준으로 본다면 작품 자체의 브랜드가 생기기 전에 오리지널 캐스트가 갈려버린 경우다. 뮤지컬은 단순히 배우의 힘만으로는 끌고 갈 수 없다. 아담 파스칼이 없어도 <렌트>가 12년 동안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작품 자체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요리도 끝나야 평가가 가능한데, 지금은 계속 요리를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가능성은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어느 정도 공연된 이후 3년간 정비해서 아예 새로운 버전으로 소개됐다. 그게 제작자와 관객 모두가 동의하는 재해석이지 않을까.
<10 아시아>
–> 100000x96x4=? 지금까지 얼마를 썼단 말인가!
장경진: 하나에 티켓 96장이 들어가는 티켓북이 집에만 4권이다. 지금까지 얼마를 썼단 말인가! 이번에 <영웅>이 네 번째 재공연을 시작하면서 티켓값을 5, 3만원으로 내렸다. 대극장 뮤지컬 가장 꼭대기 좌석이 6만원 정도였는데 VIP가 그것보다 싸다. 관객들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모든 대극장 뮤지컬이 그렇게 내릴 수도 없고, 길게 가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안을 오픈런(공연 종료일을 지정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에서 찾는데 사실 국내에서 공연되는 작품들의 평균 사이클이 3개월 정도 되니 오히려 오픈런은 그 경쟁에서 밀려난다. 관객 입장에서도 늘 있는 것보다 지금 봐야 되는 것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멈췄다 다시 가는 것에 대한 관성이 생겼고, 그러다보니 오픈런이 아닌 공연에서 더 회전문 돌고, 악순환이다.
뮤지컬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혜원: <영웅> 티켓과 관련해서 제작사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부지원금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원금 받아서 관객에게 돌려주겠다는 마음은 알겠지만 지원금 못 받으면 그것도 못하는 거 아닌가. 환불을 해줘도 미리 제값주고 예매한 사람들은 불쾌했을 거고, <영웅>이 끝나면 블루스퀘어 극장도 다음 작품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티켓값은 제작비, 좌석수, 유료점유율 등을 따져서 결정되는데, 브로드웨이는 오픈런을 기준으로 하니까 예를 들면, 평균 티켓값 80달러에 유료점유율 70%면 얼마만에 BEP를 맞출지 예상이 된다.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작품은 1년 안으로 BEP를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구조적으로 대관기간이 정해져있어 유료점유율 70%를 맞추려면 티켓값이 얼마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거꾸로 간다. 갈수록 제작비는 높아지고, 구조적으로 오픈런이 불가능하니까 재공연을 위한 최소한의 가격을 맞춰야 된다. 이대로라면 가격이 낮아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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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드웨이에서 <원스> 로터리 티켓 추첨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사진제공: 지혜원)
김준수 나오니까 구석도 VIP 가격 내라고?
장경진: 구조적 문제는 인정하지만 돈만큼의 가치를 내는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요즘 대극장은 1층에 VIP와 R석, 2층에 R석과 S석, 3층에 S석과 A석이 3:1로 나뉜다. LG아트센터의 경우 거의 시야방해석도 없고, 3층 꼭대기에서도 잘 보이니까 그 등급을 인정할만 하다. 하지만 많은 극장들은 VIP석을 남발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작년에 공연된 <천국의 눈물>도 등급이 1, 2, 3층으로만 구분되었었다. 아무리 김준수가 나와도 운동장처럼 퍼져있는 국립극장 객석 1층 사이드와 센터가 같은 가격이라는 건 좀 억울하다. 그래도 티켓에 호텔 케이터링이 포함된 샤롯데 씨어터에서 하는 ‘VIP ROOM’은 적정한 선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붙여 팔던 한 뮤지컬은 더 비싼 돈을 받고도 작품 프로그램과 쿠션, 생수 한 통을 선물로 줬다. 그런 건 그냥 안하는 게 낫다.
빈자리 만들지 말고 유동적으로 팔아서 채워라
지혜원: 등급은 우리나라나 브로드웨이나 거의 비슷하다. 대신 20~40달러짜리 러시티켓과 학생티켓 자리가 따로 있다. 당일표를 50%까지 할인해주는 tkts도 있고, 매일 추첨해서 싸게 주는 로터리제도도 있다. 잘 나가는 작품들은 프리미엄 석을 별도로 만들기도 하는데 그 티켓은 가장 싼 티켓과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잘 나간다고 해서 러시나 로터리가 없는 것도 아니라서 다양한 사람들이 수준에 맞춰 공연을 볼 수 있다. 기상악화로 취소표가 나오면 러시티켓 자리가 아니라도 그 가격으로 팔고. 우리나라도 현매는 있지만 할인이 없다. 공연이라는 게 비행기랑 똑같아서 빈자리 있어도 문 닫고 떠나야 된다. 어떤 상품이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지만 안 팔리면 그때 가서 쓸 수 있는 유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 200달러짜리 프리미엄 석이 있다면, 서서 봐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20달러짜리 입석도 있어야 된다.
–> 싸고 편하게 보는 방법은 정말 없나?
장경진: 브로드웨이처럼 체계적인 할인 시스템은 없지만, 최근엔 소셜커머스에도 뮤지컬 티켓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소극장 뮤지컬들은 독특한 할인도 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주인공 직업이 ‘작가’라는 점에서 착안해 책 기부 할인을 진행했다. 하지만 작품마다 할인정책이 다르고, 세종문화회관이나 BC카드, 인터파크 등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있어서 한꺼번에 정리해주는 사이트가 필요하다. 현재는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한 후 할인정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통합적으로 정리된 것이 있다면 뮤지컬을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쉽게 작품 선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유연한 사고만큼 장기적 시선도 필요하다
지혜원: 브로드웨이에는 할인쿠폰이나 정보를 한 눈에 정리해 놓은 브로드웨이박스닷컴이 있다. 올 여름에 뉴욕에서 뮤지컬 15편을 보고 왔는데, 거의 다 좋은 자리에서 평균 32달러에 봤다. 러시도 뛰었고 로터리도 뛰었다. 브로드웨이는 할인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부지런하면 다 싸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단관이 있긴 하지만 그룹세일즈를 좀 더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공연이 결정되면 시작 4-5개월 전부터 그룹세일즈 에이전트와 그들이 데리고 있는 학교, 여행사,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그들만을 위한 브리핑을 한다. <메리 포핀스>를 예로 들자면 간단히 노래도 하고 하다못해 나갈 땐 메리 포핀스 우산 하나라도 챙겨준다. <빌리 엘리어트> 시작할 때는 작곡가였던 엘튼 존이 등장했다. 단기적인 할인 혜택도 중요하지만, 큰 플랜을 짤 필요가 있다.
–> 팬은 손해다
장경진: 전에는 공연 시작 한 달 전에 있는 티켓전쟁에 뛰어들기도 했는데 요즘은 조기예매를 안한다. 공연 시작 후 할인이 많이 풀려서 더 비싸게 보는 격이 돼서다. 일반 관객보다 팬들의 입소문이 더 거세기 마련인데, 재관람할인도 좋지만 관객을 위한 심리적 보상이 있으면 좋겠다. 작년에 진행했던 ‘쓰릴미 TV’나 올 4월에 했던 ‘풍월주막’은 공식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배우와 팬이 만나는 자리였다. 시장이 커진만큼 ‘백스테이지 투어’도 정기적으로 하면 좋겠다. 오히려 프레스콜 때 팬들을 부르는데 그런 딱딱한 자리에서의 만남은 팬도, 언론 관계자들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라
지혜원: 그나마 시장이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사실은 덕의 德이다. 제작사도 그들의 입소문이 가져다주는 영향력을 알고 있고, 아는 만큼 액션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우리 시장은 너무 경직되어있다. 특히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충성도를 높일만한 멤버십 이벤트를 제공해야한다. 사전이벤트를 하거나 메이킹필름을 공개할 수도 있을 거다. 굳이 배우를 내세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 무대 뒤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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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대극장으로 옮겨 리바이벌 프로덕션을 선보였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비싸도 좋다, 좋은 공연을 만들자
장경진: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싸도 공연만 좋으면 기꺼이 통장을 바친다.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모두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은 복불복이지만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뮤지컬은 관객들이 더 깐깐해진다. 왜 음악이 라이브가 아닌 MR인지, 냉정하게 보면 개런티를 기준으로 비싼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를 왜 같은 돈을 주고 봐야 되는지 등에 대해 제작진은 작품으로 답해줄 필요가 있다. 아닌 공연도 많지만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에 스타 캐스팅에 힘쓰느라 앙상블의 합이 너무 안 맞는다거나, 철학이 깊은 공연이 대중성을 위해 너무 가볍게 그려진다거나 하는 경향도 있다. 신뢰를 깨지 말아야 한다. 그저 좋은 공연으로 보답해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완성도’를 따질 때가 아니다. ‘완성’을 만들어야 한다
지혜원: 오픈런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즌’이라는 명칭 하에 공연을 끊어서 가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곡을 추가하고, 신을 빼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시킬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완성이 될 때까지는 배우가 바뀌더라도 연출은 변함없이 가야되는 게 맞다. 브로드웨이 기준으로 본다면 작품 자체의 브랜드가 생기기 전에 오리지널 캐스트가 갈려버린 경우다. 뮤지컬은 단순히 배우의 힘만으로는 끌고 갈 수 없다. 아담 파스칼이 없어도 <렌트>가 12년 동안 갈 수 있었던 것은 그 작품 자체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요리도 끝나야 평가가 가능한데, 지금은 계속 요리를 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가능성은 리바이벌 프로덕션에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어느 정도 공연된 이후 3년간 정비해서 아예 새로운 버전으로 소개됐다. 그게 제작자와 관객 모두가 동의하는 재해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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