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박│태연한 신인
윤박│태연한 신인
“유명해지고 싶었어요.” 어떤 폼 나는 이유도, 고민의 흔적 가득한 수식도 없는 선선한 고백이 도리어 신선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남들 앞에서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TV를 보면 운동 선수랑 배우가 많이 나오잖아요. 처음엔 농구나 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사실 운동 신경이 별로거든요.” 이토록 심플한 계기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남자 아이. 하지만 일관된 욕망은 강력한 의지로 승화될 수 있는 법이다. KBS 드라마스페셜 에서 동급생 명성(니엘)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임시 교사 도현(임지규)을 대놓고 무시하는 고교생 석호 역으로 또렷한 인상을 남긴 윤박의 출발점에 대한 얘기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올 봄에 방송된 MBC every1 에서 영화 포스터 속 자신의 이름 글자 크기에 투정을 부리며 스타병 증세를 보이던 훤칠한 외모의 철없는 유망주 ‘윤박’ 역을 맡아 본명을 각인시킨 흥미로운 신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때 꿈은 할리우드 아시아 배우”
윤박│태연한 신인
윤박│태연한 신인
그래서 아버지의 반대를 넘어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고등학생 시절 꿈이 무려 ‘할리우드 아시아 배우’였던 야심찬 소년의 성장담은 한 방향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동시에 종종 아이러니한 웃음 포인트를 선사한다. 처음 등록했던 연기학원은 레슨보다 보조출연 위주로 굴러가는 곳이었고 주로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 학교 축제에서 응원하는 학생 등으로 등장했던 그는 “여의도에서 촬영 버스 탔다가 눈 떠 보니 대구, 겨우 집에 보내주는 줄 알았더니 강남 와서 다시 촬영하고 밤 샌 뒤 등교”하는 등 본의 아니게 힘든 스케줄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하나 뿐인 국립 예술 대학교’라는 타이틀에 끌려 입학한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을 마친 뒤 의경에 지원한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호루라기 연극단에서 놀라운 배움의 시간을 갖게 된다.

“고등학교에 가면 학교 폭력 예방 연극, 노인복지회관에서는 , 어린이집에서는 등 대상에 따라 레퍼토리를 계속 바꿔 공연했어요. 막내 때는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 포순이 탈 쓰고 춤추다가 선임으로부터 왕자 역을 물려받기도 했고, 깃발이나 라이트 스틱을 사용한 퍼포먼스도 배웠죠.” 연령과 취향이 제각각인 관객들 앞에서 쉬지 않고 무대에 섰던 시간도 모자랐던 것일까. 2010년에는 “너무 재밌어 보이고, 또 남들 앞에 서 보고 싶어서” 동기들과 급 결성한 밴드 ‘못 노는 애들’로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했다가 덜컥 동상까지 타 버린 과정을 털어놓은 그가 긴 눈을 다 접어 씩 웃으며 농담처럼 진담인 듯 덧붙인다. “그런데 사실 처음 목표는 대상이었어요.”

꿈은 있으나 욕심은 없는 재밌는 신인
윤박│태연한 신인
윤박│태연한 신인
윤박│태연한 신인
윤박│태연한 신인
애써 겸손을 가장하지도, 스스로를 포장하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성격은 이 훈훈한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항상 혼나고 못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지금도 배우로서 기본적인 것들이 많이 부족한데 연습하면서 ‘조금’ 성장한 내 모습을 보면 ‘음, 그렇게까지 못하진 않네?’ 싶을 때 뿌듯함을 느끼는 거죠.” 어쩌면 신인의 모범답안 같은 말이지만 미묘하게 생각의 속도가 다른 그의 말에는 끝까지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언젠가 제가 혹시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해도 항상 ‘최고’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같이 사는 존재인데 한 사람만 위에 있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계속 변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꿈은 있으나 욕심은 없는, 재밌는 배우의 등장이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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