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 사진=텐아시아 DB
이선균 / 사진=텐아시아 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고(故) 이선균의 미공개 유작이 올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더 늦출 수도, 그렇다고 섣불리 공개일을 확정할 수도 없는 배급사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시기 세상을 떠났다. 세 차례의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간이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이선균이 사망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이선균의 출연작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과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다. 최근 이 두 작품이 여름 개봉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하지만 '탈출' 배급사인 CJ ENM은 "개봉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계속 논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행복의 나라' 배급사인 NEW 역시 "8월 포함해서 하반기 개봉을 검토하고 있다"며 개봉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탈출' 스틸. / 사진제공=CJ ENM
'탈출' 스틸. / 사진제공=CJ ENM
'탈출'은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이선균은 공항에서 딸을 배웅하려다 재난이 닥친 공항대교에 갇힌 대통령 보좌관 차정원을 연기했다.

2021년 촬영을 마친 '탈출'은 지난해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심야 상영 부문에 초청돼 상영됐다. 칸영화제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여타 재난영화와 차별점 없이 식상하고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 거기다 국내에서 배급사 CJ ENM은 영화 부문에서 긴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 '이선균 리스크'에 이어 작품 완성도 문제까지 CJ ENM은 고심할 수밖에 없다.
'행복의 나라' 크랭크업. / 사진제공=NEW
'행복의 나라' 크랭크업. / 사진제공=NEW
이선균의 또 다른 미공개 유작인 '행복의 나라'는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 속에 휘말린 한 군인과 그를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변호사 이야기를 그린다. 이선균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에 휘말린 군인 박태주 역을 맡았다. 극 중 박태주가 강직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괴리감을 느끼며 몰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다.

NEW는 '이선균 리스크' 외에 '행복의 나라' 개봉일을 정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미 여름 개봉작들을 여럿 확정한 것. 이달 29일에는 강동원 주연의 '설계자'를 선보이며, 이성민, 이희준, 박지환 주연의 '핸섬 가이즈'도 여름 내 개봉한다. 작품마다 개봉 시기에 홍보, 마케팅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겹치기 개봉'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 연출, 소재의 문제는 이선균 유작뿐만 아닌 다른 작품들도 공통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창고 영화'를 수없이 경험해온 배급사들은 더이상 창고 영화로 작품을 묵히고 싶지 않아한다. 조금만 지나도 촬영 화면은 촌스러워지고, 소재는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가장 큰 고민은 '이선균 유작'이라는 점이다. 대중들 사이에는 사망한 이선균이 안타깝다는 동정론과 끝까지 충실히 조사 받아야했다는 책임론이 엇갈리고 있다. 떠난 이선균과 남은 작품들. 이선균은 '행복의 나라' 촬영을 마치며 "여러 의미에서 도전이 된 작품이었다. 잘 마무리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다. 감독을 비롯해 훌륭한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해서 즐겁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이 올해는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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