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사한 제목 아래 어설픈 위로" />< SBS 스페셜 > ‘노메달리스트, 그대 눈물은 뜨겁다’ SBS 밤 11시 10분
올림픽 펜싱 대표팀과 함께 귀국한 복싱선수 신종훈은 공항에서 악수를 청하는 환영인파에게 연신 변명하듯 말했다. “전 펜싱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낯익은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끝내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 SBS 스페셜 >은 메달이라는 빛이 필연적으로 만들어 내는 그림자를 조명함으로써 이처럼 대중들이 보지 못했던 장면을 포착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유도선수 왕기춘의 가족들은 그의 패배를 정면으로 마주했고, 큰 부상을 입은 역도선수 사재혁은 다친 팔을 추스르고 다시 용상에 도전해 동메달을 노리는 꿈을 꾼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언론의 기대와 국민들의 응원에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치환되지 않은 개인의 아픔이 솔직하게 드러났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경기장 밖에서 쌓아 올려진 선수들의 노력에 대한 증거로 설명되었다. 메달이라는 단순한 결과에 집중하지 않고 그들의 긴 선수생활 안에서 땀과 눈물의 가치를 생각하자는 방송의 메시지는 분명 필요한 것이었고, 따뜻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도의 방향이 방송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은 내레이션을 통해 반복되며 새로운 이야기로 진행되지 못했고, 부족한 자료를 보충하기 위해 동원된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자료들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논지를 흐렸다. 메달 수상이 유력했던 3명의 선수에 국한된 시선은 오히려 올림픽 참가 사실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선수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결국 방송은 가까이서 지켜본 선수에게 감정 이입한 상태로 그들을 위한 변명을 대신 해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성취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의아했던 것은 방송이 사재혁 선수의 병원 기록을 공개하고, 왕기춘 선수를 추적하는 과정으로, 취재가 위로를 앞서는 순간 보도 선정주의를 비난하는 방송의 목소리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방송은 노메달리스트들을 다른 이름으로 살펴주는 대신 노메달리스트로서 이들을 주목하는 데에 그쳤다. 근사한 제목 아래의 어설픈 위로는 아슬아슬했고, 이제 선수들을 향한 시선의 온도는 온전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글. 윤희성 nine@
올림픽 펜싱 대표팀과 함께 귀국한 복싱선수 신종훈은 공항에서 악수를 청하는 환영인파에게 연신 변명하듯 말했다. “전 펜싱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는 낯익은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끝내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 SBS 스페셜 >은 메달이라는 빛이 필연적으로 만들어 내는 그림자를 조명함으로써 이처럼 대중들이 보지 못했던 장면을 포착했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유도선수 왕기춘의 가족들은 그의 패배를 정면으로 마주했고, 큰 부상을 입은 역도선수 사재혁은 다친 팔을 추스르고 다시 용상에 도전해 동메달을 노리는 꿈을 꾼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언론의 기대와 국민들의 응원에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치환되지 않은 개인의 아픔이 솔직하게 드러났고, 이것은 역설적으로 경기장 밖에서 쌓아 올려진 선수들의 노력에 대한 증거로 설명되었다. 메달이라는 단순한 결과에 집중하지 않고 그들의 긴 선수생활 안에서 땀과 눈물의 가치를 생각하자는 방송의 메시지는 분명 필요한 것이었고, 따뜻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도의 방향이 방송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은 내레이션을 통해 반복되며 새로운 이야기로 진행되지 못했고, 부족한 자료를 보충하기 위해 동원된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자료들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논지를 흐렸다. 메달 수상이 유력했던 3명의 선수에 국한된 시선은 오히려 올림픽 참가 사실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선수들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결국 방송은 가까이서 지켜본 선수에게 감정 이입한 상태로 그들을 위한 변명을 대신 해 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성취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의아했던 것은 방송이 사재혁 선수의 병원 기록을 공개하고, 왕기춘 선수를 추적하는 과정으로, 취재가 위로를 앞서는 순간 보도 선정주의를 비난하는 방송의 목소리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방송은 노메달리스트들을 다른 이름으로 살펴주는 대신 노메달리스트로서 이들을 주목하는 데에 그쳤다. 근사한 제목 아래의 어설픈 위로는 아슬아슬했고, 이제 선수들을 향한 시선의 온도는 온전히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