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의 계절이다. 주말마다 믿을 수 없는 라인업을 자랑하는 음악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으며,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특별한 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며칠씩 예술의 품에 심신을 내던질 여유가 없는 도시인들에게 축제의 계절은 곧 고민의 시절이기도 하다. 시간도, 돈도, 체력도 충분치 않은, 하지만 음악과 영화의 세례를 받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지금 당장 잠깐의 투자로 만끽 할 수 있는 나만의 ‘음악영화축제’를 제안한다. 이번 주말, 도심의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감수성은 촉촉해지고, 인생은 보드라워 질 것이다.개봉 : 7월 19일
장르 : 다큐멘터리
For You : 비틀즈의 팬 모두, 에릭 클랩튼의 팬 역시, 명상 수행자들
은 그의 죽음에서부터 출발해 다시 그가 임종하던 순간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지금은 없는 사람을 차근차근 추억하고 한 겹 가려져 있었던 그의 삶과 예술을 집요하게 복기해, 결국 그가 사라지던 순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두툼한 연구 보고서 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비틀즈와 그 안에서의 조지 해리슨을 탐구하는 1부와 비틀즈라는 이름으로부터 조지 해리슨을 섬세하게 분리해 내는 작업을 담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사건과 기록보다는 사람들의 기분과 추억에 집중한다. 덕분에 영화는 물질세계에서의 화려한 삶으로부터 영적인 세상으로 도약하고자 했던 예술가의 오랜 구도의 시간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비틀즈는 네 개의 모서리로 이루어진 사각형”이라는 폴 메카트니의 말을 입증한다. 전설이 된 존 레넌, 여전히 건재한 폴 메카트니, 영혼을 노래한 조지 해리슨, 그리고 이들을 추억하며 끝내 눈물을 보이는 링고 스타의 화학 작용은 아무래도 물질세계의 단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다.
주의 : 상영시간이 무려 208분. 164분의 를 보면서도 방광의 한계를 경험한 관객이 속출했다는데, 온전히 조지 해리슨의 영적인 세계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관람 전 식음을 전폐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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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결성 과정을 복습하고 싶다면
비틀즈의 명곡들을 복습해야겠다면 개봉 : 8월 2일
장르 : 다큐멘터리
For You : 스컬의 친구 하하, 레게 뮤지션 스눕 라이언으로 개명 선언 한 스눕 독, 평화와 자유의 음악을 사랑하는 누구나
밥 말리가 태어나기도 전, 자메이카의 산골에서는 백인 남성의 등장이 일대의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밥 말리의 아버지가 된다. 출생의 배경에서부터 시작되는 는 지극히 전통적이고 성실한 방식으로 인물을 재구성한다. 밥 말리의 성장과 성공의 흐름은 곧 영화의 뼈대이며, 사람들의 증언은 곧 영화의 살점이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인터뷰 대상에게조차 애정을 전제하며, 덕분에 에 등장하는 밥 말리의 주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각자의 개성과 캐릭터를 선명하게 남긴다. 그리고 그들이 이해하는 방식을 통해 관객은 자메이카의 방식으로, 레게의 언어로 밥 말리를 이해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밥 말리의 인생을 이해하는 것은 곧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 것으로 확장될 뿐 아니라, 그를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 주목하게 한다. 음악과 종교, 정치와 삶을 무엇 하나 유리시키지 않고 꼭꼭 뭉쳐낸 애정의 바탕에는 제작에 참여한 밥 말리의 아들, 지기 말리가 있다.
주의 : 밥 말리의 공연 실황이 상당 분량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귀에 익숙한 후렴구를 가진 노래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자신도 모르게 ‘풋쳐핸섭’한 상태로 떼창에 동참할 수 있으니 정신줄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아니, 그냥 야외 상영 기회를 마련하는 편이 더 좋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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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면
자메이카 사람들의 순박한 매력에 빠져들었다면 개봉 : 8월 2일
장르 : 뮤지컬 무비
For You : 청춘을 추억하고 싶은 부장님, 청춘 영화 마니아, 청춘의 락덕후
1980년대 히트곡들을 활용한 영화 는 동명의 주크박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다. 그래서인지 전성기가 지나버린 메탈 클럽에서 록밴드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과 더 이상 음악의 이유를 찾지 못하는 록스타, 그리고 이들을 방해하는 시장의 부인을 주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단순하고 전형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특유의 클리셰들조차 80년대 청춘 영화의 장치로 받아들인다면, 는 충분히 즐겁고 흥겨우며 사랑스러운 영화가 된다. 무엇보다도 영화에는 뮤지컬이 선별한 그 시절의 명곡들이 위트 있게 망라되어 있으며, 이것은 주크박스 뮤지컬 특유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그리고 딱히 복잡하게 꼬이거나 어렵게 뒤섞이지 않았다는 그 단점 때문에, 등장하는 노래들을 잘 몰라도 영화는 충분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보장한다.
주의 : 세월의 흐름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비단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들이 기억 속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펼쳐놓기 때문만은 아니다. 톰 크루즈는 물론 알렉 볼드윈과 캐서린 제타 존스의 연기는 상당히 프로페셔널하고 귀엽지만, 한때 이들을 열렬히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선연하게 드러나는 스타들의 노화가 어쩐지 서글픈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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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밴드들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록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근원적인 의문을 품게 되었다면
글. 윤희성 nin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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