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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지난 7월 20일 또 다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기 위해 안식처로 찾는 영화 극장에서였다. 12명이 사망했고, 58명이 부상 입었다. 7월 22일 현재 부상자 중 아직 24명이 병원에 입원 중이며, 이 중 9명이 위독한 상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가 사상자도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올해 영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오던 블록버스터 ‘이벤트’ 의 개봉일에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용의자인 제임스 홈즈(24세, 백인)는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장소와 약 27km 거리)에 있는 멀티플렉스 센추리 16에서 자정 상영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에게 난사했다. 실제 티켓을 구입한 그는 비상구로 나가 무장을 하고, 영화 상영이 시작된 지 15-20분 후 다시 비상구로 침입해 2개의 최루탄을 투척 후 천장에 실탄을 발사했다고. 대피하기 위해 일어선 관객들을 향해 먼저 발포한 후 스테디움 식으로 된 극장을 오르내리며 총격을 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홈즈는 비상구 밖에 주차한 자신의 차량 근처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체포됐다. 그는 당시 방독면과 방탄조끼를 비롯해 방탄 헬멧, 방탄 낭심 보호대, 방탄 레깅스 등을 착용하고 있어, 처음에는 경찰 스왓팀의 일원으로 오인됐으나, 방독면의 디자인이 달라 용의자로 체포됐다. 그는 체포 당시 자신의 아파트에도 폭발장치를 했다고 밝혔다. 붉은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이 용의자는 총기 난사에 AR-15 돌격 소총과 레밍턴 산탄총, 글록 40구경 권총 등을 사용했으나, AR-15이 중간에 고장이 나 더 큰 희생을 면했다고. 하지만 신고 후 90초 만에 경찰이 출동했지만, 이미 70명이라는 피해자를 낳은 대형 참사를 막지는 못했다.

용의자는 장학금을 받던 박사 과정 학생

사망한 12명은 6세 소녀를 비롯해 전쟁에 3차례 파병됐던 군인, 여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몸으로 감싸 안았던 두 청년, 27세 생일을 맞은 새신랑, 두 딸과 함께 극장을 찾은 51세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층이었다. 특히 스포츠 케스터였던 23세 제시카 가위는 바로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의 한 쇼핑몰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3분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모면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역경찰과 연방 수사관의 협력으로 진행된 용의자의 아파트 수사는 부비트랩된 내부에 접근이 어려워 24시간 이상을 소요해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이 아파트 내부에서는 직접 만든 30개의 수류탄과 폭약원료로 사용되는 네이팜이 담긴 3개의 항아리, 탄약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장치는 처음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웃 또는 경찰을 죽이기 위한 정교한 장치였다고 밝혔다. 용의자의 이웃에 따르면 총기사건 20여분 전인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요란한 테크노 음악이 용의자의 아파트에서 들려왔다고. 다행히 아무도 용의자의 잠기지 않은 아파트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았다.

용의자인 홈즈는 콜로라도 대학에서 연방 장학금을 받으며 박사과정을 준비하던 신경과학 전공 학생이었다. 하지만 줄곧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그는 이번 학기 학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지난 6월 박사과정 탈퇴 수속을 밟는 중이었다. 이 시기부터 그는 약 2개월 동안 폭발물에 사용될 재료들과 총기류, 6천개의 탄약 등을 구입했다고. 홈즈는 현재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경찰 취조를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이번 총격사건으로 인해 워너브라더스는 사건 당일이었던 의 프랑스 파리 프리미어를 취소했고, 이후 멕시코와 일본 프리미어도 취소했으며,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존중하기 위해 주말 흥행성적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다른 4개 할리우드 영화사들 역시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총기 단속법을 개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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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총기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은 뉴욕의 경우 배트맨 영화를 상영하는 뉴욕시 내 40여개 극장에 경찰을 배치하고 있으며, 미국 내 가장 큰 극장 체인 중 하나인 AMC 역시 사건 후 영화 상에 나오는 의상이나 가짜 무기를 가져오는 것을 금지시켰다. 22일 현재까지 유사 범죄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건 후 선거 캠페인 중이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대표는 모든 캠페인을 주말 동안 중지하고, 각각 짧게 연설하기도 했으며,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TV 광고를 콜로라도 주 내에서 방영 중지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총기 단속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총기’라는 단어조차 연설 중에 언급하지 않았다. 미디어 관계자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와 롬니 모두 총기단속 강화를 원하지만, 유권자 확보를 위해 언급을 피할 것이며, 단속법 개정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영화사 측의 발표 보류로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박스오피스 잠정적인 수치를 본다면 는 자정 상영으로 3천만 달러를, 금요일 상영으로 8천만 달러, 주말 전체는 1억6천2백만 달러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화 관계자가 예상한 1억9천만 달러에 약간 밑도는 수치라고. 제작비용과 홍보비용까지 합산해 약 4억 달러가 소요된 는 현재 미 전국 4,404개 극장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연간 총기 살인 사건 발생 건수
호주 35건
영국 39건
독일 194건
캐나다 200건
미국 9,484건(미국 내 정식 등록된 총기는 약 2억5천만 정)

1968년
로버트 케내디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암살 후 미국 내 총기 사건 사망자는 1백만 명 이상
1999년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대량 살상자를 낸 사건은 총 27건
2012년
7월 2일-8일 뉴욕시 총기 사건 62건, 사건 관련 부상자 77명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상승)

미국 총기협회 (NRA)는 미국 내 가장 큰 정치계 로비 단체로 총기단속 법안 강화를 주장하는 민간단체에 비해 10배 이상의 로비 예산을 소요하고 있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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