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저는 SBS 을 이정록(이종혁)의 아내 박민숙(김정난)을 보는 맛에 봅니다. 아마 저 같은 사람, 꽤 많지 싶어요. 초반엔 이 매력적인 여성이 가뭄에 콩이 나듯 하도 가끔 등장하는 통에 감질이 날 지경이었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며 반응이 좋아져서인지 이번 주말에는 F4 못지않게 화면을 할애하더군요. 어찌나 반갑던 지요. 그러는 한편으로 생각해보게 돼요. 박민숙이라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캐릭터를 김정난 씨가 아닌 어중간한 연기력의 다른 누군가가 맡았대도 이렇게 감칠 맛나게 잘 살려냈을까요?

에선 뒷모습도 연기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사실 박민숙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혼을 하겠다고 최윤(김민종)의 변호사 사무실에 들이닥쳤을 때만 해도 그저 로맨틱 코미디에 흔히 나오는, 있는 건 돈밖에 없는 유한마담이려니 했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배려도 모르고, 경우도 개념도 없고, 세상 모든 사람이 제 손 끝 하나에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싹퉁바가지들, 우리 많이 봐왔잖아요? 어쩌면 박민숙도 그런 저 잘난 맛에 사는 비호감 캐릭터로 남았을지도 몰라요. 김정난 씨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면 말이죠. 제작진의 필력이나 연출이 중요하긴 해도 캐릭터의 사활은 뭐니 뭐니 해도 배우에게 달려있지 않을까요?

드라마를 보다 보면 대사 하나 없이 등으로 연기가 되는 상황들이 있죠? 박민숙이 허랑방탕한 남편 이정록을 한심한 눈길로 바라보다 도도하니 등을 돌릴 때면, 그 순간 매번 등이 연기를 합니다. 그렇게 외롭게 느껴질 수가 없거든요. 분명 코믹한 상황인데 뒷모습에서 아련한 슬픔이 배어 나오더군요. 자신의 유일한 약점인 남편, 평소 신조대로라면 백번이고 천 번이고 정리를 했어야 마땅하나 악연인지 필연인지 수렁에 빠진 것처럼 헤어 나오질 못합니다. 남편의 꼼수를 빤히 알면서도 그의 연기와 노래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박민숙, 집착을 떨쳐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자존심도 상하고 비참하기도 할 거예요. 그런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뒷모습에서 고스란히 느껴지지 뭐에요.

정난 씨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요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그런가하면 13회에서 모두가 공감해마지 않았던 “지금 니가 본 게 돈 없는 사람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야”라는 명대사도 단단히 다져진 캐릭터 덕에 더 잘 살아났다고 봐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돈이 세상 최고라는 금전만능주의적인 발언으로 들렸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부모나 교사들의 열 마디 말보다 박민숙의 이 한 마디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청소년들에게는 자극이 됐지 싶은데요. 그런데요, 불우한 사고뭉치 고교생 김동협(김우빈)만 흠칫 놀란 게 아니라 제 속도 뜨끔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았지? 당신 아이가 어떤 굴욕을 당하는지 알겠지?‘하고 제게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넘치게 돈 많고 권력 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난 덕에 부유한 삶을 사는 게 아니라 돈을 다스릴 줄 아는 인물로 다가오잖아요.

뭔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기로는 KBS 의 이화경(김정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아랑곳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희대의 요부로 등장하지만 저는 왜 이 여성이 은밀히 독립군 군자금을 대고 있을 것 같죠? 이처럼 상상을 하게 만드는, 뒷이야기가 궁금한 캐릭터를 만들어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더해 줄 아는 배우 김정난 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정록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중독성 있는 여자’ 김정난 씨가 박민숙 역으로 대중에게 재발견이 되었다는 점, 매우 기쁩니다. 왜 제가 이렇게 신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김정난 씨의 재발견에 신이 납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