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진>, 타임슬립을 빼고나면 남는 것
, 타임슬립을 빼고나면 남는 것" /> MBC 토-일 밤 9시 50분
재미있는 드라마를 구성하는 요소가 흥미로운 설정, 매력적인 캐릭터, 개연성 있는 전개 등이라면 은 무엇보다 설정의 힘에 가장 크게 기댄 드라마다. 시간을 거스르는 것은 판타지 장르의 흔한 설정이지만 은 타임슬립을 다룬 일련의 드라마 중 가장 극적인 효과는 물론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목적성을 갖는다. 21세기 현대의 의사, 그것도 신의 손이라 불리는 최고의 의사 진혁(송승헌)이 1860년의 조선시대에 뚝 떨어졌다. 죽을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현대의 의술로 구하지만 행색도 말투도 다르고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누명을 쓰고 참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현대의 의술이 아직 미개한 시대와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의학드라마와 역사극의 퓨전이라는 외피 아래에서 벌어지며 보여줄 재미가 충분히 담보되는 시작이다.

그래서 떡이 목에 걸린 주팔(이원종)을 기관 내 삽관으로 구하고 영휘(진이한)의 혈종을 제거하기 위해 뇌수술을 감행하는 에피소드를 보여준 1,2회는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흥미로운 설정이라는 무기는 드라마의 완성도와 재미에 있어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엇보다 메스처럼 날카롭기보다 망치처럼 둔탁한 연출이 아쉬웠다. 큰 이야기와 이를 밀어붙이는 힘은 분명하지만 개별 사건과 장면을 세공하는 세심함이 부족했다. 진혁이 조선시대에 떨어진 뒤 이 청천벽력 같은 상황 앞에서 느끼는 당혹감이 잘 전해지지 않았다.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의술 시행에 있어서도 조선시대라는 시대 배경과 충돌하는데서 오는 긴장감이 충분히 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할 수 있는 것을 했지만 기대를 넘어서는 부분이 없었던 시작이었다. 특히 은 원작의 수혜를 입은 만큼 태생적으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설정의 힘을 가장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동시에 설정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앞으로 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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