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밤 11시 5분
마지막 코너인 ‘나에게 쓰는 편지’에서 유준상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너 좀 지쳤지? 지치는 게 뭐야. 안 지쳤어? 그럼 안 지쳤지. 그래, 안 지쳤구나. 이렇게만 가. 우리 아이들이 너를 쳐다보고 있다. 준상아 힘내자!” 이는 분명 MC 탁재훈의 농담처럼, 손발이 오그라드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유준상이 남긴 ‘뮤지컬 식 자기와의 대화’가 재미와 함께 작은 감동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게스트를 드러낸 구성의 힘 덕분이다. 김승우가 유준상과 KBS 에서 유준상의 부인으로 나오는 김남주를 두고 ‘진짜 남편’ 대 ‘가짜 남편’ 충돌을 만들고 탁재훈, 이기광, 이수근 대신 들어와 일일 MC가 된 김준호가 깐족거리는 멘트를 더해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를 편하게 바꾼 이후 프로그램은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는 유준상을 뮤지컬, 영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최근 에서 최고의 순정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방귀남으로만 보지 않았다. 드라마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짓궂게 “은퇴하신 줄 알았다”고 물어보는 이기광의 말처럼, 프로그램이 오랜만의 드라마 컴백에 초점을 맞추자 남편 유준상으로서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특히 첫 번째 몰래 온 손님으로 등장한 홍은희를 통해 유준상은 가족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받는 평범한 남편의 마음을 편하게 털어 놓을 수 있었다. 이 분위기는 그 다음 코너 ‘당신의 사진’으로 이어졌고 어릴 적 이야기, 뮤지컬 배우로서의 유준상을 보여준 그 시간이 더욱 힘을 받았다. MC들과의 첫 대면을 시작으로 남편으로서의 유준상을 거쳐 배우 유준상까지 드러낸 일련의 구성은 특별할 것 없지만 탄탄하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지칠 수도 없어” 계속 달리고 있는 유준상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 이유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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