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멋진 악몽>│한번 더 꾸고 싶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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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인권변호사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변호사가 되었지만 덜렁대는 성격 탓에 연패 기록만 이어가던 호쇼 에미(후카츠 에리)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나 부인을 살해한 혐의가 있는 용의자는 사건 발생 시각 유령 때문에 가위에 눌려 밤새 움직일 수 없었다는 황당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고, 그가 묵었던 여관방을 찾아간 에미는 421년 전에 죽은 무사 유령 로쿠베(니시다 토시유키)를 만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로쿠베를 증인으로 소환하는 에미, 하지만 의뢰인과 에미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 증인에 대한 논란으로 법정은 대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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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랑스런 유령이 있다면,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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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을 증인으로 내세운 재판이라니, 어떻게 봐도 무리수다. 게다가 미스터리, 코미디, 법정물과 휴먼 드라마가 뒤섞인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면 영화는 십중팔구 산으로 가거나 유치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각본가에서 출발해 연극 , 영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가로 활약해 온 미타니 코키 감독은 에서도 따뜻하고 자연스런 웃음의 세계를 완성해낸다. 매 작품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며 흥미로운 군상극을 보여주었던 미타니 코키의 작품답게 주목할 만한 배우들도 여럿 포진해 있다. , 등으로 한국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배우 후카츠 에리는 엉뚱한 열혈 변호사 호쇼 역을 맡아 판타지에 묘한 실감을 불어넣고, 니시다 토시유키 역시 험상궂은 외모에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패전 무사 유령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다. 아베 히로시, 아사노 타다노부, 다케우치 유코 등 미타니 코키 감독의 제안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뻤다는 스타 배우들의 조화도 흥미롭다.

휘파람 소리가 나는 사탕부터 심령사진을 찍는 법까지, 유령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들과 함께 유쾌하게 달려가는 이야기는 결국 이 작품이 유령의 존재 유무가 아니라 유령이 있기를 꿈꾸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마음에 집중함을 보여 준다. 아버지의 명성에 대한 부담과 그리움으로 마음 속 그늘을 지니고 살던 호쇼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에서 억지 감동을 뽑아내는 대신 적정 온도의 판타지만을 제공하는 감독의 노련함도 돋보인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쓰든 처음에는 무리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을 계속 만지고 다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미타니 코키의 말은 좋은 코미디가 그저 재기 넘치는 발상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의 끊임없는 고민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4월 19일 개봉.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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