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를 보며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 글썽였을 때, 소녀는 몰랐을 것이다. 훗날 자신이 그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될 줄은. MBC (이하 )에서 끝내 이훤(김수현)의 사랑을 얻지 못한 채 죽음을 선택한 보경의 애달픈 눈빛과 마주했을 때, 우리 역시 몰랐다. 가련하게만 보이던 김민서가 이토록 명랑한 소녀의 심성을 갖고 있을 줄은. 조용히 이야기를 듣는가 싶더니, 대답할 차례가 돌아오면 크고 또렷한 눈에 번지는 장난기를 감추지 못한다. 아무리 사소한 에피소드를 설명할 때도 웃음은 그치질 않고, 그 순간 그의 말은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재미난 것이 된다. “제가 친구들이랑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다가요, 갑자기 일어나서 ‘빙닭’ 흉내를 낸 거예요”라든가 “저희 엄마는 제 이마가 튀어나왔다고 ‘어머, 너 어떡하니. 내 딸이지만 참….’ 이러세요”라고 신나게 수다를 떠는 여배우라니. 사랑하는 이의 등 뒤에 서 있어야 했던 KBS 과 속 처연한 얼굴을 떠올리다가도, 결국은 이 말이 농담은 아니었음을 납득하게 돼 버리는 것이다. “SBS 때 청순한 역할을 해서 소개팅이 많이 들어왔는데, 친구들이 중간에서 잘랐어요. ‘당신이 생각하시는 그런 아이는 없습니다’라고. (웃음)”
성공하지 못한 걸 그룹 출신이라는 꼬리표, 연기자가 되기까지의 공백, 매니지먼트 없이 혼자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했던 나날들. 그건 사실 현재의 김민서에게 전혀 중요한 문제가 되지 못한다. 그저 “‘해야지’라는 막연함”이 있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며 살고 싶다”고 다짐했던 순간만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있다. 그래서 의 보경에 대해서도 “이훤을 좀 더 열렬히 사랑할 걸. 그러면 좀 더 치열해졌을 텐데”라고만 아쉬움을 표할 뿐, 잘 했거나 못 했다는 기준으로 평을 내리지 않는다. 김민서에게 있어 연기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방식이자,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몇 가지 일 중 하나인 것이다. 온갖 순정만화를 섭렵하고, 단짝 친구와 하루 종일 만화를 그리며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꿈꾸는 듯한 소녀의 얼굴로 다시 말을 잇기 시작한다. “만화 의 백장미라는 인물도 한 번쯤 연기해보고 싶어요. 아, 이러면 또 슬프게 끝나는 역할일 텐데. (웃음) 어떤 아이인가 하면요-” 지금부터가 진짜, 김민서에게 귀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My name is 김민서. 화할 민(旼)에 차례 서(序)를 쓴다. 화목한 가정, 뭐 이런 뜻이 있다고 하던데. 정확한 뜻은 공부해올게요.
1984년 3월 16일에 태어났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오빠가 한 명 있다. 오빠는 항상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장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만하면 사이가 좋은 건가?
엄마는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외모 지적을 많이 하신다. “내 딸이지만 이마 어떡해~ 올백 하는 바람에 이마가 더 튀어나와 보이네” 이렇게. 가뜩이나 인터넷에서 이마 성형한 거 아니냐, 이마 깎고 와라, 이러는데 엄마까지 나한테 뭐라고 하다니!
여자치고 귀걸이나 목걸이가 거의 없다. 귀걸이는 하면 얼굴이 화려해지는 것 같고, 뭔가 너무 치장한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에 모자는 일반 캡, 털모자 등 종류별로 많이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피파’라는 강아지를 키운다. 원래 형제가 있는 강아진데, 둘이 합쳐서 ‘삐빱빠룰라’다. 강아지 호적에 올리려고 보니 영어만 된다고 해서 결국 피파가 됐다. 지난번엔 같이 화보도 찍었는데, 정말 얌전해서 데리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다만 재롱은 못 부린다. 그냥 무게감이 매력인 아이다. 하하하하. 아, 이참에 이야기하자면 애견들의 의료보험과 유기견 문제가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
에서 가장 친해진 연기자는 아버지 윤대형 역을 맡으셨던 김응수 선배님이다. 애정표현을 좀 과격하게 하시지만, 알고 보면 엄청 따뜻하신 분이다. 예를 들어 문자를 보내셨는데 내가 답장을 좀 늦게 보내면 “너 이 자식, 감히 아빠의 문자를 씹어? 영의정의 문자를 씹는 거냐?”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그런데 아버지, 저는 중전인데요”라고 장난 치고. 히히힛.
민화 공주 역이었던 (남)보라는 촬영장에서 막내이기도 했지만, 붙임성 있게 “언니 저 어떡해요” 하면서 기대는 모습이 예뻐서 좀 더 친해졌다. 트위터에서 서로 친구도 맺었다.
(장)나라 언니가 ‘상 남자 초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너 완전 초딩 목소리로 말할 때 있어” 이러는 거다. 그게 뭐지? 이랬는데 같이 이야기하다가 “(장난스러운 톤으로) 언니 어쩌구 저쩌구” 그러니까 언니가 “그래, 너 이런 거 말이야!”하고 바로 지적해주더라.
요즘 tvN 와 SBS ‘K팝 스타’를 주로 본다. 원래 개그 프로그램을 잘 안 봤는데, 언젠가부터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존본능으로 를 보기 시작했다. 헤헤헤. 친구랑 있으면 김꽃두레가 “민식이냐? 아~” 하는 걸 막 따라하면서 놀기도 한다. ‘K팝 스타’는 잘 하는 분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항상 우와~ 이러면서 본다.
며칠 전에는 친구들이랑 밥을 먹다가 레스토랑에서 빙닭 춤을 췄다. 친구들이 앉으라고 막 말리길래, 장난친다고 “왜? 나 귀엽지 않아? 계속 출건데? 인터뷰 가서도 기자님들 앞에서 이렇게 할 건데? 그러면 다들 완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면서 계속 췄다. 이래서 친구들은 나를 ‘김어린이’라고 부른다.
비 오는 날 집에서 만화책 쌓아놓고 읽는 걸 좋아한다. 특히 순정만화. 한국 작품 중에서는 라고 한승원 작가님이 그리신 걸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몇 년 째 안 나오고 있다. 작가님이 편찮으시다는 소문도 돌 정도다. 궁금하다. 왜 안 나오는 걸까. 애독자로서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되는 웬만한 만화 원작들은 다 읽었다. 는 초등학교 때 읽었고, 도 다 봤었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 이나 도 다 읽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같은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고, 어려운 말이나 형용사로 꾸미는 것보다 쉽고 간결하지만 표현이 풍부하다. 한 사람의 감정 선을 굉장히 깊게 파고들어서 디테일하게 묘사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여성스러운 느낌이라서 되게 좋다.
영화 을 보면서 나탈리 포트만이 정점을 찍었구나, 생각했다. 연기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꼭 그런 센 역할을 맡고 싶다기보다는, 그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MBC 의 황정음 씨 같은 캐릭터는, 친구들이 전부 나랑 똑같다고 해서 한 번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라는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화 되면, 백장미 역을 맡아보고 싶다. 긴 웨이브 머리를 한 가녀리고 예쁜 여자앤데, 다리 저는 걸 감추기 위해서 항상 걸음이 느리다. 서지원이라는 인물을 좋아해서 다리까지 다쳤는데도 계속 사랑하고, 나중에는 결국 인어공주가 된다. 아, 이러면 또 슬픈 역할인데……..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1984년 3월 16일에 태어났다. 다섯 살 차이 나는 오빠가 한 명 있다. 오빠는 항상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장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만하면 사이가 좋은 건가?
엄마는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외모 지적을 많이 하신다. “내 딸이지만 이마 어떡해~ 올백 하는 바람에 이마가 더 튀어나와 보이네” 이렇게. 가뜩이나 인터넷에서 이마 성형한 거 아니냐, 이마 깎고 와라, 이러는데 엄마까지 나한테 뭐라고 하다니!
여자치고 귀걸이나 목걸이가 거의 없다. 귀걸이는 하면 얼굴이 화려해지는 것 같고, 뭔가 너무 치장한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에 모자는 일반 캡, 털모자 등 종류별로 많이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피파’라는 강아지를 키운다. 원래 형제가 있는 강아진데, 둘이 합쳐서 ‘삐빱빠룰라’다. 강아지 호적에 올리려고 보니 영어만 된다고 해서 결국 피파가 됐다. 지난번엔 같이 화보도 찍었는데, 정말 얌전해서 데리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다만 재롱은 못 부린다. 그냥 무게감이 매력인 아이다. 하하하하. 아, 이참에 이야기하자면 애견들의 의료보험과 유기견 문제가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
에서 가장 친해진 연기자는 아버지 윤대형 역을 맡으셨던 김응수 선배님이다. 애정표현을 좀 과격하게 하시지만, 알고 보면 엄청 따뜻하신 분이다. 예를 들어 문자를 보내셨는데 내가 답장을 좀 늦게 보내면 “너 이 자식, 감히 아빠의 문자를 씹어? 영의정의 문자를 씹는 거냐?”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나는 “그런데 아버지, 저는 중전인데요”라고 장난 치고. 히히힛.
민화 공주 역이었던 (남)보라는 촬영장에서 막내이기도 했지만, 붙임성 있게 “언니 저 어떡해요” 하면서 기대는 모습이 예뻐서 좀 더 친해졌다. 트위터에서 서로 친구도 맺었다.
(장)나라 언니가 ‘상 남자 초딩’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너 완전 초딩 목소리로 말할 때 있어” 이러는 거다. 그게 뭐지? 이랬는데 같이 이야기하다가 “(장난스러운 톤으로) 언니 어쩌구 저쩌구” 그러니까 언니가 “그래, 너 이런 거 말이야!”하고 바로 지적해주더라.
요즘 tvN 와 SBS ‘K팝 스타’를 주로 본다. 원래 개그 프로그램을 잘 안 봤는데, 언젠가부터 친구들과의 대화에 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존본능으로 를 보기 시작했다. 헤헤헤. 친구랑 있으면 김꽃두레가 “민식이냐? 아~” 하는 걸 막 따라하면서 놀기도 한다. ‘K팝 스타’는 잘 하는 분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항상 우와~ 이러면서 본다.
며칠 전에는 친구들이랑 밥을 먹다가 레스토랑에서 빙닭 춤을 췄다. 친구들이 앉으라고 막 말리길래, 장난친다고 “왜? 나 귀엽지 않아? 계속 출건데? 인터뷰 가서도 기자님들 앞에서 이렇게 할 건데? 그러면 다들 완전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면서 계속 췄다. 이래서 친구들은 나를 ‘김어린이’라고 부른다.
비 오는 날 집에서 만화책 쌓아놓고 읽는 걸 좋아한다. 특히 순정만화. 한국 작품 중에서는 라고 한승원 작가님이 그리신 걸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몇 년 째 안 나오고 있다. 작가님이 편찮으시다는 소문도 돌 정도다. 궁금하다. 왜 안 나오는 걸까. 애독자로서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로 리메이크되는 웬만한 만화 원작들은 다 읽었다. 는 초등학교 때 읽었고, 도 다 봤었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아, 이나 도 다 읽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같은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고, 어려운 말이나 형용사로 꾸미는 것보다 쉽고 간결하지만 표현이 풍부하다. 한 사람의 감정 선을 굉장히 깊게 파고들어서 디테일하게 묘사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여성스러운 느낌이라서 되게 좋다.
영화 을 보면서 나탈리 포트만이 정점을 찍었구나, 생각했다. 연기자로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꼭 그런 센 역할을 맡고 싶다기보다는, 그 정도로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MBC 의 황정음 씨 같은 캐릭터는, 친구들이 전부 나랑 똑같다고 해서 한 번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라는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화 되면, 백장미 역을 맡아보고 싶다. 긴 웨이브 머리를 한 가녀리고 예쁜 여자앤데, 다리 저는 걸 감추기 위해서 항상 걸음이 느리다. 서지원이라는 인물을 좋아해서 다리까지 다쳤는데도 계속 사랑하고, 나중에는 결국 인어공주가 된다. 아, 이러면 또 슬픈 역할인데……..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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