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토론 위드>, 누구를 위한 토론인가
, 누구를 위한 토론인가" /> MBC 월 오전 11시
패널 토론에 이어 방청객의 의견을 듣는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고, 그 순간 휴대폰을 확인한 것은 진행자였다. 생방송이니 사실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하지만 그 사고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일 정도로 는 좋게 표현하면 지극히 평범했고, 나쁘게 표현하면 지루하고 안일한 토론 프로그램이었다. 파업으로 인해 진행자가 여성 아나운서에서 남성으로 바뀐 것을 감안하더라도, 프로그램 제목에 ‘여성’을 붙일 만 한 요소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주제를 선정한다고 해서 프로그램의 성격이 여성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며, 토론 패널이 여성으로만 구성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앞의 ‘여성’은 무의미한 접두사일 뿐이다.

“10대 연예인 열풍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는 찬-반을 뚜렷하게 나눌 수 있는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토론에서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역 시절을 겪어본 탤런트와 제작자, 심리 상담가와 문화 평론가로 구성된 패널의 조합은 균형은 맞았지만, 이들 역시 자신들과 밀착되지 않은 주제였기에 지극히 개론적인 이야기 이상을 하지는 못했다. 마지막 부분에서 미국의 16세 이하 모델 금지 사례를 통해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 심영섭 교수를 제외하면, 나머지 패널들의 이야기는 경험담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이 여성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토론을 한다는 의미인지, 여성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인지 조차 명확히 하지 않고 주제와 패널만으로 토론 프로그램을 구성한 탓이라고 할 수 있다. 토론이라는 형식에 얽매여 있기 전에 여성의 감성을 통한 소통과 공감이라는 기획 의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그 누구와도 ‘함께’하기 쉽지 않을 프로그램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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