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혜 대표 “꽃미남은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
박성혜 대표 “꽃미남은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
만약 최고의 워커홀릭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면 ‘오보이 프로젝트’(이하 ‘오보이’)의 박성혜 대표는 최소한 TOP 10까지는 수월하게 진출할 만한 사람이다. 배우 김혜수의 매니저로 시작해 16년 동안 수많은 연기자들을 발굴하고 키워냈던 그는 2008년 봄, 싸이더스 HQ의 본부장 자리를 내려놓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1년 후 돌아온 그는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을 집필했고, 광고 홍보 분야의 석사를 마친 뒤 박사 과정에 들어갔다. 대학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해’와 ‘오디션 테크닉’이라는 강의도 진행했다. 그는 놀다가도 일을 벌였다. 친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과 매주 지하에 모여 술을 마시는 모임 ‘B1’에서 “그냥 술만 먹는 건 재미없으니까 안주 삼을 만한 이야기를 좀 가져와보자”고 제안했던 박성혜 대표는 문득 ‘보이 콘텐츠, 연기 아이돌’이라는 아이템을 떠올렸다.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좀 더 구체화시키다 보니 저도 모르게 두꺼운 제안서를 쓴 뒤였다. 마침 잘 나가던 영화홍보대행사 비단의 신연주 대표가 “이제 재미없다”며 회사 문을 닫고 놀던 참이었다. 친한 제작사 선배가 내준 빈 사무실에서 두 베테랑은 함께 재미있는 걸 만들어 보기로 했다.

tvN 과 ,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는 ‘오보이’가 그 후 1년 만에 내놓은 프로그램들이다. ‘오보이’에서는 25세 이하의 신인 남자 연기자들을 선발해 키우는 매니지먼트 업무도 진행하고, 만화나 소설을 출판하기도 한다. ‘꽃미남’이라는 키워드는 대개 환호와 경멸이라는 양가적 반응만을 얻거나 ‘귀여니 소설’로 대표되는 하위 장르 콘텐츠로 소비되지만, 지상파 드라마의 아류가 되는 대신 케이블 채널의 특성과 타겟 시청자들의 취향을 파악해 내놓은 ‘오보이’의 결과물은 의외로 뻔하지 않고 흥미롭다. 예쁘고 샤방샤방한, 그러면서도 우습지 않은 꽃미남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또다시 치열하게 고민하고 일한 박성혜 대표를 만났다.

매니지먼트 업계를 떠난 뒤 어떤 일을 할지 많이 생각했을 텐데, 다시 드라마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병행하게 되기까지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박성혜 대표: 광고 홍보를 공부하면서 브랜드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TV를 틀면 아이돌 천국이고, SM 엔터테인먼트나 YG 엔터테인먼트가 굉장히 브랜딩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면 요즘 애들은 다 아이돌 하고 싶어해서 신인 연기자가 안 나온다고 난리고. 그러던 중 KBS 을 봤다. 사실 매니저 시절에도 우리 배우들 나오는 작품만 모니터링 차원으로 좀 봤지 그 유명한 KBS 나 도 못 봤다. 그런데 내가 의 박유천, 아니 이선준 도령에게 빠졌던 거다. 2007년에 공유 매니저를 했는데 MBC 의 최한결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멋져서 공유가 너무 한결이로 보이는 바람에 매니저 16년 생활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팬 미팅에 간 적이 있다. (웃음) 그런데 때문에 40대에 꽃미남 4인방에 빠지고 이선준 도령에게 가슴 뛰는 감정을 느끼면서 에 열광하는 일본 팬들의 심정도 이해가 됐다. 그러다 ‘보이 콘텐츠, 연기 아이돌’이라는 주제에 꽂혔다.

“을 보며 소년이라는 존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성혜 대표 “꽃미남은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
박성혜 대표 “꽃미남은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
연기 아이돌이라는 건, 연기자인 동시에 연기가 아닌 것들도 가능해야 한다는 의미 같은데 이를테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박성혜 대표: 군무를 추는, 댄스 그룹 같은 경우는 연습생 기간이 오래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연기도 가능하고 외모도 좋고 어느 정도 노래나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한다기보다 그걸 기반으로 싱글을 발매하거나 프로모션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정도인 거다. 사실 드라마 제작은 한 번도 꿈을 꾼 적이 없는데, 다만 연기 아이돌을 키우려면 콘텐츠 제작을 같이 해야 좀 더 등용이 쉽겠다는 생각에 하게 된 거다. 하다 보니 같은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는 ‘오보이’라는 이름을 포함해 미소년이나 꽃미남을 중심에 둔 콘텐츠 자체가 이미 굉장히 많이 소비된 코드이기 때문에 좀 진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성혜 대표: 원래 연기파 배우들을 좋아했지, 솔직히 꽃미남에는 관심 없었다. (웃음) 그런데 을 보며 소년, 꽃미남이라는 존재가 단지 주책없는 성적 취향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서를 함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대한 향수, 첫사랑에 대한 추억 혹은 ‘나 왜 이렇게 늙어버린 거지?’라는 환기 등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보며 판타지를 느끼는 게 많은 여성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계속 그것들을 향유하려면 이 분야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꽃미남’이란 말은 진부하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좀 더 비틀거나 과장해서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기획 단계부터 는 과장, 는 복고를 중심에 둔 이유다.

실제로 작품을 만들어 갈 제작진들과도 방향을 명확히 공유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다.
박성혜 대표: 처음부터 ‘오보이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기획 창작 집단으로 여겨지길 바랐고, 그래서 연출가나 작가에게도 우리가 하려는 건 기획 드라마라고 얘기했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기승전결을 다 만들어놓고 시작했다. 예를 들어 는 ‘수족수축 길티 플레저’라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맛을 대놓고 즐길 수 있게 만든 콘셉트다. 앞으로는 내용도 좀 더 나가고 나 처럼 입 벌리면 턱이 딱 떨어지고 하는 만화적 과장을 좀 더 실험해보고 싶다. 는 소녀 시절 가수들 한 번씩 따라다니고 록스타 좋아해본, 또 그런 애들이랑 놀아보고 싶었던 판타지에 대한 거다. 그리고 10대부터 밴드 좀 해 본 40대까지의 남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라는 영화를 좋아해서 원래는 라는 콘셉트로 가고 싶었는데, 밴드와 폭력의 접점이 별로 없는 데다 짱 먹고 싸우기만 하는 걸로 16회를 만들 수는 없었다. 아무 이유 없이 싸우는 건 싫으니까 배경을 생각하던 끝에 부자 학교에 떨어진 가난한 동네 아이들로 설정했고, 가진 거 하나도 없는 애들이 맨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음악밖에 없는 이야기가 되면서 맞아떨어졌다.

명확한 콘셉트와 뚜렷한 타겟층을 가지고 간다는 면에서 지상파의 몇몇 미니시리즈보다 좋은 시도로 보이는데, 시청률 같은 실질적 결과는 어떤가.
박성혜 대표: 시청률 1% 올리기가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 (웃음) 매니저 할 때도 신경은 썼지만 지금의 한 10% 정도였던 것 같다. 가 케이블로서는 굉장히 시청률이 잘 나왔다는 걸 몰랐는데, 솔직히 는 그만큼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tvN이라는 채널이 새로운 드라마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시청률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지만 우리 건 너무 좋은 거니까 좀 더 많이 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웃음) 재미있는 건, 중간광고 후에도 시청률이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간다는 거다. 보는 사람은 계속 보는 거지.

의 경우 아이돌부터 실제 밴드 멤버까지 다양한 분야의 꽃미남들을 꼼꼼히도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 둘에 여자 둘의 일반적인 미니시리즈 구도가 아니라 안구정화의 꽃미남 다섯을 발굴해서 섭외하는 게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박성혜 대표: 밴드 드라마고 싸움 신도 있고 하니 남자배우들이 좀 좋아할 것도 같았다. 그래서 대본을 여기저기 넣어볼까 고민도 했지만, 나도 매니저 출신이기 때문에 유명한 배우들이 쉽게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건 너무 잘 알았다. 하지만 주인공 권지혁 역의 성준은 첫 미팅 때 걸어 들어오는 걸 보고 ‘와, 살아 있는 권지혁이다’ 했다. (웃음) 사실 이 친구가 처음에는 여느 신인처럼 “꼭 하고 싶습니다” 한 건 아니었고 시큰둥했다. 꽃미남 드라마라고 하니까 부잣집 아들에 멋진 역, 빤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래서 캐릭터를 좀 설명해주니까 바로 관심을 보였다. 엘 같은 경우는, 예전에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잠깐 보고 ‘인피니트에 인물 있구나’ 생각했다가 시간이 흘러서 잊었는데 CJ 관계자의 추천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너무 괜찮은 친구인데 이미 잡혀 있는 콘서트며 일본 쪽 스케줄 때문에 그쪽 기획사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겨우 1주일에 하루 비는 걸 데려다 찍다 보니 극 중에서 현수가 자꾸 사라지는데, 그렇다고 현수의 분량을 줄이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에 겪으면서 12월, 1월은 아이돌을 쓰면 안 되는 기간이라는 걸 알았다. (웃음)

메이트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던 이현재는 아는 사람만 아는 꽃미남이었는데 극 중에서도 신비로운 왕자님 같은 드러머 역을 맡은 게 흥미로웠다.
박성혜 대표: 전부터 메이트라는 밴드는 알고 있었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가 일 때문에 메이트가 출연했던 영화 를 봐야 한다고 해서 같이 갔다가 무조건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락도 쉽지 않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는 이미 현재의 사진을 마음속에 붙여놓은 뒤였다. 결국 어렵게 어렵게 만나서 한 말이 “너를 두고 썼다”였다. (웃음)

이민기가 1, 2회에 특별출연한 게 흥미로웠다. 실제로 밴드 활동을 하고 음악을 좋아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사람이 케이블 드라마에 특별출연하는 건 여느 배우라면 좀처럼 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인데 어떻게 섭외했나.
박성혜 대표: 병희 역은 2회만 나오지만 우리는 정말 애착을 가지고 만든 캐릭터였다. 故 커트 코베인처럼 안구정화 아이들에게 영원히 남아야 하는 존재니까. 민기와는 신인 때부터 알던 사이고 음악활동 하는 것도 알기 때문에 제안을 했는데 물론 쉽게 결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번 결심하고 나서는 무섭도록 몰입해서는, 출연료의 반 이상을 일본 가서 병희 의상 사는 데 썼다. 이 역할을 위해 귀도 뚫었고, OST인 ‘Not In Love’도 너무나 느낌 있게 불러줬다. 아는 사람들은 민기에게 그런 매력이 있는 걸 알지만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면이라 정말 좋았는데, 민기가 너무 잘해줘서 득이자 독이 된 것도 있다. 2회에 병희 죽고 나서 tvN 게시판이 다운될 만큼 난리가 난 거다. (웃음)

특별히 공들인 캐스팅도 그렇지만 는 확실히 러브라인보다 안구정화 멤버들의 우정이나 남자아이들 사이의 소소한 놀이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박성혜 대표: 그래서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사람들도 많다. 시청률을 위해서는 우정이나 젊음의 방황 같은 것보다 뭐니 뭐니 해도 멜로라는 거다. 동전의 양면이기도 한데, 우리는 계속 ‘안구정화’를 중심에 놓고 간다. 끝까지 그럴 거다. 이건 성공 드라마가 아니라 성장 드라마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고 싶다.

“펀(Fun), 프리(Free), 판타지(Fantasy)를 추구한다”
박성혜 대표 “꽃미남은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
박성혜 대표 “꽃미남은 감성을 자극하는 존재”
시장이 어려워지고 돈 되는 프로젝트는 일단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제작자, 제작사가 어떤 색깔이나 취향을 가진다는 게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지 않나.
박성혜 대표: 그래서 아예 ‘오보이’라는 이름을 지어버린 것 같다. 제작이 원래 꿈이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작을 하다 보면 욕심이 날 것 같기도 하니까 일단 외도할 수 있는 범위를 좀 차단하고 시작하는 거다. 우리가 추구하는 게 3F가 펀(Fun), 프리(Free), 판타지(Fantasy)인데, 오보이가 드라마를 만든다면 사람들이 이 세 가지가 담겨 있는 콘텐츠를 기다리는 느낌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려면 너무 착한 드라마보다는 약간 미친 짓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상파에서 다루기 어려운 소재나 장르로 케이블을 공략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도 그만큼 웰메이드로 만들고 싶다. 물론 우리의 색깔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지상파에서 선보일 수 있는 작품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대형 제작사가 아니고서야 한 작품만 잘 안 되어도 크게 타격을 입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취향을 담은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라는 게 약간 무모한 꿈 아닐까.
박성혜 대표: 그래서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 제작자들이 일단 투자부터 크게 받거나 지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쓰다 보면 스태프들 돈도 못 주고 작품 하나 하고 문 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내가 원래 대범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욕심을 줄여서 드라마가 잘 돼도 개인에게 떨어지는 수익이 그렇게 많지 않아도 리스크가 적은 쪽으로 갈 생각이다.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함께 하고 있는 입장에서, 소속사 배우이기도 한 유민규를 에 출연시킬 때 비중이나 주목도 면에서 좀 더 키워주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을 법 한데.
박성혜 대표: 제작사로서 아직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일단 드라마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훨씬 크다. 그래서 민규로서는 조금 손해를 봤을 수도 있다. 대본에서도 안 나와야 할 맥락에 굳이 나오면 안 되고, 홍보를 할 때도 극 중 다른 사건이나 다른 캐릭터들 얘기가 더 흥미로우면 김하진(유민규) 관련 보도자료 보다 그쪽이 우선이다. 한 번은 민규에게 “카메라 클로즈업될 때 멋진 표정도 좀 짓고 해” 했더니, 이번 작품에서는 멋진 것보다 하진이답게 약간 실없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고 싶다고 해서 고마웠다. 제작자로서는 너무 고마우면서도 매니저로서는 또 ‘야, 그래서 되겠어? 일단 멋있게 보여야지!’ 하는 두 가지 마음이 다 있다. (웃음)

오랫동안 매니지먼트를 해온 입장에서 신인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나.
박성혜 대표: 매력 있는 사람. 신인이라고 해서 너무 순종적이고 착하고 “뭐든지 하겠습니다” 하는 건 매력 없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고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친구들은 그게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런 친구들은 바로 눈에 들어온다. 물론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도 워커홀릭이라 불렸겠지만 회사를 이끄는 입장에서 지금은 더할 것 같다.
박성혜 대표: 싸이더스 시절 정말 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에서 최고인 것 같다. 아예 ‘크리에이터’로 넣어달라고 했을 만큼 내가 정말로 만들고 싶은 걸 만들었으니까. 4월이면 우리 회사가 1년이 되는데 그동안 프로그램 세 개를 했으니 정말 정신없이 했다. 자기 확신을 좀 많이 하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사람들에게 무조건 이게 맞다고 설득시키면서 여기까지 끌어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들고 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오래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열심히 일하다가도 어느 순간 지치고 소진되어 떠나는 사람이 많은데.
박성혜 대표: ‘재밌게 일하자’가 우리의 목표다. 처음에는 놀려고 만든 회사였는데 너무 심각하고 진지하게 일하게 될 때가 있어서, 바쁜 날 일부러 술 먹고 놀 때도 있다. 펀, 프리, 판타지는 우리 안에 있어야 표현할 수 있는 거니까 사무실에서도 수다 많이 떨고. 그리고 내가 한 2년 쉬어 보니 일하는 게 제일 재밌다. 마흔 셋에 놀 게 없으니까 그냥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웃음)

오보이의 다음 계획은 어떤가.
박성혜 대표: 일단 4월에 같이 일하는 친구와 베를린에 놀러갈 생각이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일만 했으니까. 그리고 다녀와서 시즌 2의 드라마 기획을 끝낼 것 같다. 전체적인 계획은 잡혀 있다.

어떻게 보면 예전과 같고, 어떻게 보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한창 현장에서 재미있었던 것만큼 지금 일하는 게 재미있나.
박성혜 대표: 재미있다. 매니저 시절에도 정말 재미있는 해가 있었다. 맡고 있던 배우들이 신기하게 다 잘 됐지만, 잘 돼서 좋다기보다 일 자체가 재밌었다. 그 즐거움을 잃으면서 일에서 떠났던 건데, 지금 다시 재미있다. 어쩌면 지금은 베테랑이 아니라서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전혀 몰랐던 것들을 새록새록 알아가고 배우는 즐거움이다.

오래 버티기 힘든 분야에서 살아남았고, 여전히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어떤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박성혜 대표: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자꾸 찾게 되고, 일을 쉬더라도 학교에 다니거나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홍대에 가본다. 단지 배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모든 것들이 항상 재미있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재미있어 보이는 일들을 자꾸 엮게 된다. 어떤 배우는 “누나가 무슨 잔 다르크인 줄 알아?”라고 한 적도 있는데, (웃음) 지금 잘 되는 것보다 나 스스로 새롭게 잘 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잘 되고 누리는 것보다 뭔가를 하는 게 더 좋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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