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세상 속 홀로 서 있는 이 캐릭터가 유난히 시리도록 아팠다면 이를 연기하는 배우 백진희의 동그란 눈망울이 더 아이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촬영할 때 다 내가 하려고 한다”는 백진희는 어린 얼굴에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배우다. 영화 <반두비>, KBS <드라마 스페셜> ‘비밀의 화원’처럼, 주로 학생 역을 연기했던 백진희는 <하이킥 3>을 통해 더 깊이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주제의식이 뚜렷한 영화를 좋아하는 확고한 취향이 작품을 고르는 데 조금씩 반영”이 될 만큼 자신의 길을 닦아 가는 것에 익숙한 이 배우는 백진희라는 캐릭터를 “먹고 살기 바쁜 88만 원 세대의 대표”이면서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 사랑에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친동생으로 대했다”는 말을 남기고 가버린 계상을 바라보다 혼자 눈물 섞인 비빔밥을 먹는 모습처럼 어떻게든 스스로 이겨내는 배우 자신을 닮아가고 있다. 백진희가 추천한 다섯 곡 또한 시린 겨울을 거치고 봄을 준비하며 듣기에 좋은, 성장통 같은 노래들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듣는 노래에요. 매튜 워츠의 곡은 크리스마스의 쓸쓸함을 달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해주는 거 같아요.” 백진희가 첫 번째로 추천한 곡은 미국의 싱어 송 라이터 매튜 워츠의 캐럴이다. 어릴 적 미술을 공부했던 매튜 워츠는 졸업 후 싱어 송 라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한국에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로 알려진 영화 < My Super Ex-Girlfriend >의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0년 싱글로 발표된 ‘Christmas Just Does This To Me’은 다른 악기 없이 귓가에 속삭이듯 조용히 시작하는 보컬이 특징이며 “혼자 생각하는 걸 즐긴다”는 백진희와도 어울리는 곡이다.
섹시하다가도 감미롭다.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매력은 섹시한 춤으로 무대를 휩쓸다가도 조용히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듣는 이를 사로잡을 때 극대화된다. 백진희 또한 이런 매력에 빠진 듯했다. “어느 날 TV에서 우연히 저스틴 팀버레이크 콘서트를 보게 됐는데 수트를 입고 피아노를 치면서 이 곡을 부르는 모습에 반하게 됐어요.” 솔로 1집 이후 4년 만에 발매된 < FutureSex/LoveSounds >의 마지막 트랙 ‘(Another Song) All Over Again’은 떠나간 사랑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는 고백을 담은 솔직한 곡이다. 가사 만큼이나 애절한 피아노 선율과 멜로디 사이에서 여유롭게 리듬감을 즐기는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백진희처럼 그의 팬이 될지 모른다.
종종 내 이야기 같은 음악들이 있다. 백진희에게는 레디시의 ‘Pieces Of Me’가 바로 그런 곡이다. ‘Pieces Of Me’는 데뷔 앨범 <1집 Lost And Found>로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을 받은 레디시가 지난해 발표한 곡이다. “레디시 노래는 재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곡 분위기들이 다 좋아요. 그중에서도 이곡 가사가 굉장히 와 닿아요. 특히 ‘내가 드러내는 부분은 내 전부가 아니라 내 일부분’이라는 가사가 요즘처럼 <하이킥 3>을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때 느끼는 감정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레디시의 목소리 뒤에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때조차 외롭다’고 고백하면서도 ‘난 앞으로도 때때로 실수를 하겠지만 결국에는 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자신감도 숨겨져 있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은 다 좋아해요! 저를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거 같아서. 하하.” 백진희의 말처럼 에피톤 프로젝트 음악은 조용한 독백을 닮았다. 그 중 심규선이 부른 ‘선인장’은 가시가 많아서 가까이할 수 없는 선인장이 언제든 힘들 때 힘이 되겠다는 위로를 건네는 가사가 특징이다. 백진희에게는 이 노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음악영화 <어쿠스틱>을 찍을 때 항상 이 곡을 들었어요. 음악은 후반 작업 때 나와서 연기할 때는 음악과 잘 묻어날까 고민을 했거든요. 감독님과 여러 번 상의하면서 이 곡으로 정했어요. 촬영장 갈 때마다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목소리만 들어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뮤지션. 백진희가 마지막으로 추천한 곡의 주인공 노라 존스는 그런 뮤지션들 중 한 명이다. “비 오는 날이나 집에 혼자 있을 때 노라 존스의 노래를 자주 들어요. 노라 존스의 음색도 좋아하고,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서 보여준 연기의 느낌도 좋았어요. 연기를 배우지 않았는데 그 느낌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노라 존스는 ‘Don`t Know Why’가 수록된 1집 <1집 Come Away With Me>부터 평단과 전 세계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2집 < Feels Like Home >의 타이틀곡 ‘Sunrise’는 흥겨운 멜로디와 나른한 듯 감미로운 노라 존스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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