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LLO! 러시아 > 화 온스타일 오후 11시 10분
과연 이영진의 말대로 보통 일은 아니었다. < HELLO! 러시아 >는 “밭 매는 전지현과 소 모는 김태희”가 있다는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찾아가 직접 모델을 캐스팅하는 형식의 단기 기획성 프로그램이다. 사실 가수나 배우를 찾는 데 있어서 길거리 캐스팅은 판타지이거나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모델은 몸 자체를 무기로 삼기에 길거리 캐스팅이 아예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러시아이고 우즈베키스탄이다. 모델 제니가 통역을 해 준다 해도, 춥고 낯선 나라에서 돌아다니며 지나쳐가는 사람을 불러 세워 모델을 해 볼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모델 에이전시를 다니며 브랜드 콘셉트에 어울리는 인물을 찾는 일은 결국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맨 땅에 헤딩”일 수밖에 없는 이 미션을 완성시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진행자로서도, 모델로서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영진이다.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영진은 누군가를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을 잃지 않는다. 이영진은 모든 상황에서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며 1회 만에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했고, 본선 오디션 장면에서 디자이너 정구호, 사진작가 조선희와 나란히 앉아서도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운 외국 소녀들을 비출 때마다 호들갑스럽게 “내 소녀떼”를 외치는 노홍철을 내레이터로 선택한 것 역시 탁월하다.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찾고 연락처를 묻는 단순한 상황의 반복이, 화면과도 대화하는 노홍철의 수다와 합쳐지며 한층 가볍고 유쾌해질 수 있었다. < HELLO! 러시아 >는 체계적인 오디션이라기보다는 브랜드 론칭 이벤트에 가깝다. 하지만 브랜드 홍보의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도, 오디션이라는 방송 트렌드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프로그램은 제 몫을 다 한 것이다. 무엇보다 온스타일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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