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 드라마를 마냥 막장으로 몰아붙이기는 어렵다고 봐요. 그러기엔 캐릭터들이 너무나 섬뜩하게 사실적이니까요.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입이 딱딱 벌어질 지경입니다. 몇 년 전 특목고 입학을 갈망하는 한 열혈 어머니의 강남 입성기를 그린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사실 겉은 그럴싸했으나 소소한 설정들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죠. 그와 달리 에 나오는 인물과 상황, 대사들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무서울 정도로 현실과 부합합니다. 대입 수능도 특목고 입시도 아닌 ‘국제중 입시반 자격시험’이 치러지는 시험장 앞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리고 있는 엄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하면 윤서래 씨가 무심히 던진 “지금껏 제가 가르쳤어요”라는 말에 ‘자기가 가르쳐서 국제중에 보내겠대’라고 비아냥거리는 문자를 돌리는 일도, 학원 시험에서 꼴찌를 하는 순간 온 세상천지가 다 알게 되는 상황도 실제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사교육 열품에서부터 엄마들의 관계망까지 놀랍도록 현실적입니다

은 국제중학교에 합격한 한명진의 딸이자 윤서래 씨의 시조카를 축하해주기 위한 모임에서 불거진 가족 간의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는데요. 저의 언젠가의 모습이 엿보여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팠다지만 요즘은 사촌이 좋은 학교에 합격을 하면 온 가족이 배앓이를 하는 세상이잖아요. 어쨌거나 윤서래 씨의 남편 한상진(장현성)은 사교육 타도를 심층 보도한 방송사 기자지만 실은 국제중 입학에 성공한 동생네가 사무치도록 부러운 속물 중에 속물입니다. 따라서 천식으로,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를 위해 유기농식과 자연학교를 보내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온 윤서래 씨와는 정면으로 충돌할 밖에요. TV에서는 어른들의 줄 세우기에 놀아나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던 남편이 당장에 대치동으로 이사를 가자고 수선을 피워대니 얼마나 실망스러웠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정붙이기 어려운 시집 식구들이며 치매에 걸린 친정어머니 때문에, 그리고 아픈 아이 뒷바라지에 심신이 고달팠을 텐데 기 한번 제대로 못 피고 살아온 그녀에게 위로는커녕 오히려 마음에 돌덩어리 하나를 더 얹어주는 형국이 아닙니까.
남자 때문에 아들을 포기할 건가요?

대치동 엄마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온 정성을 기울여 길러온 아이의 일이거늘 어떻게 그리 쉽게 내팽개칠 수 있었을까요. 문득 영화 의 충격적인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남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이 젖병에 수면제를 타던 전도연 말이에요. 절체절명의 순간도 아니건만 상담을 위해 사우나로 찾아가기까지 했던 학원 원장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것도 집에 시집 식구들이 다 와있는데 그 모든 걸 뒤로 한 채 남자를 만나러 달려 나간 윤서래 씨. 그리고 이어진 차 안에서의 키스,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불혹을 넘긴 나이에 찾아온 사랑은 다 그렇게 물불을 못 가리나요? 무엇보다 나름의 속사정은 있겠지만 고민 한번 하지 않고 아내를 쉽게 배신한 김태오라는 남자도 믿음이 안 갑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유일하게 낯선 존재 윤서래 씨, 그런 남자 때문에 소중한 아들 결(임제노)이를 포기해도 되시겠어요? 절대로 불륜을 저지른 며느리에게 한 점 혈육을 넘겨줄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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