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다 살아보고 인생을 결제하는 날이 오면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질문은 ‘네가 원하는 것을 했냐, 하지 않았냐’ 하는 질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원했어도 하지 않은 건 결국 하지 않은 거거든요. 너무 예쁘게 생겨서 주변에서 ‘너무 예뻐요. 배우하지 그래요’ 그랬는데, 하고 싶으면서 안 한 사람은 그냥 하지 않은 사람인 거니까.”
차인표, 와의 인터뷰에서
차인표
차인표
차수웅: 차인표의 아버지. 현재는 은퇴했지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해운회사의 경영자였다. 차인표를 포함한 세 아들은 모두 경영에 관심이 없어 회사 운영을 포기하기도 했는데, 특히 차인표는 10대 시절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어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영화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의 권유로 미국으로 유학했고, 졸업 후 해운회사에서 일했다. 주위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어느 순간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돈의 노예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고, 어머니에게 “인표야, 지금 몇 시간 동안 대화하는 사이에 네가 꺼내는 소재는 거의 대부분 돈이구나”라는 말을 듣고 그 다음 날 사표를 내고 한국에 돌아와 연기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미국에서 자립하기 위해 시체를 닦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미국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보디빌딩을 했으며, 아버지와 같은 업종에서 일하던 남자가 연기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MBC 의 재벌 2세 캐릭터는 현실이었던 셈.

신애라: 에서 만난 차인표의 아내. 아버지와 대립하고, 오토바이를 거칠게 몰면서도 색소폰을 불고, 평범한 여자를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작품 속 차인표의 캐릭터는 이후 트렌디 드라마 속 재벌 2세의 모델이 됐다. 는 방송 3회만에 시청률 30%를 넘겼고, 차인표는 “몰려든 팬들로 집 담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인기를 생각한다면 신애라와의 결혼은 조금 미룰 법도 한 상황. 하지만 “반짝스타는 되지 않겠다”던 차인표는 자신에게 먼저 프러포즈한 신애라와 안정된 가정을 꾸리는 것을 선택했다. 또한 “이 땅에서 연기자로 평생 남는 이상 미국 영주권도 포기할 용의가 있다”던 말을 지켜 영주권을 포기하고 입대한다. 당시 그는 “인기 있을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게 좋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로 얻은 인기는 바람 같이 사라졌지만 결혼과 입대는 대중이 그를 반듯한 남자의 이미지로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첫 작품으로 인기는 물론 평생 연기자로 살아갈 바탕을 얻은 선택.

최불암: MBC 에 함께 출연한 대선배. 제대 후 차인표는 MBC 를 통해 복귀했다. 하지만 반항적인 귀공자는 자신이 아닌 안재욱이 연기했고, 여주인공 최진실을 묵묵히 돕는 그의 모습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 차인표는 이전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려는 듯 전혀 다른 이미지의 배역을 연기한다. MBC , MBC 에서는 다소 껄렁거리는 양아치와 건달을 연기했고, MBC 에서는 일제시대의 경제인을 연기했다. 특히 에서 신분상승을 노리는 건달 역할은 그가 의 이미지를 지워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반듯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을 뒤집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보인 셈. “결혼 후 아빠가 되고나니 드라마 한 편, 한 편과 함께 인생의 한 장이 마감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던 차인표는 차근차근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쌓고 있었다.

김정수: 와 MBC 을 집필한 작가. 가 차인표를 재벌 2세에서 벗어나게 했다면, 은 차인표의 연기력을 인정받게 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라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남자의 부담감을 묵묵한 표정으로 표현한 차인표의 연기는 전작들보다 훨씬 섬세했고, 차인표는 자신의 반듯한 이미지 위에서 한국의 보수적인 장남이 짊어진 부담감까지 보여줬다. 그 해 MBC 의 대상이 결코 아깝지 않았던 연기. 그러나 차인표는 군 시절 찍은 영화 를 비롯, , , 등 영화에서는 끊임없이 실패했다. 게다가 , , 등 그가 거절한 영화는 흥행한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출연한 작품의 완성도도 그리 좋지 않았고, 드라마에 비해 짧은 시간 동안 인물의 일면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에서의 연기도 드라마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이미지 좋고, 연기도 나쁘지 않은데 ‘한 방’이 왠지 아쉬웠던 배우.

릭 윤: 영화 에 출연한 배우. 차인표는 릭 윤의 배역을 먼저 제의 받았지만,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한반도를 철저하게 할리우드의 오락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출연을 거절했다. 또한 환경문제를 이유로 보길도 댐 건설을 반대하는 등 이른바 ‘개념 연예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에도 차인표는 활발한 봉사 활동 및 사회 이슈에 대한 발언으로 모범적이고 신뢰가 가는 연예인으로 손꼽히며 총선 때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권에서 영입 대상에 오르내린다. 그만큼 연예인으로서 탄탄한 위치는 얻었지만, 반대로 그 이미지가 워낙 강해 그가 여러 작품에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것은 좀처럼 부각되지 않곤 한다. 그 전에 차인표 스스로도 “족쇄가 될 수 있다”던 ‘바른 생활 연예인’의 이미지가 먼저 강조되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너무 반듯해 보이는 것이 탈인 배우의 딜레마. 차인표는 한 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말하며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받기도 했다.

조재현: 영화 와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에서 출연작 중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차인표는 조재현에 대한 신뢰로 에 출연했다. 는 방영 당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고, 두고두고 차인표에 대한 놀림감으로 남은 ‘분노의 양치질’을 생산했다. 그러나 에서 차인표가 연기한 비열하고 뒤틀린 재벌 2세의 캐릭터는 그가 앞으로 보여줄 ‘분노 사용법’이었다. MBC 에서 분노를 ‘억제’하던 의사나, SBS 에서 겉으로는 모범적이지만 안으로는 불같은 분노를 쏟아내며 광기마저 보이는 정치인은 평소 반듯한 이미지의 차인표가 연기했기에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었다. 원래 반듯한 것이 아니라 참아온 것이라는 설정. 실제 성격과 별개로, 차인표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면서 자신만의 연기 폭을 가져 나갔다.

김수현: SBS 과 을 집필한 작가. 두 작품은 너무 분노하지도, 너무 반듯하지도 않은 차인표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작품에서 차인표는 반듯한 품성을 가진 부유한 집의 아들이자, 한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이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가졌고, 특히 에서는 아내, 자식, 부모 사이에서 끊임없는 긴장을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 철저한 가정교육을 받고, 보수적인 가장의 면모를 가진 남자가 꼿꼿한 모습을 유지하며 사는 모습은 차인표가 보여준 또 다른 남성적 매력이었고, 차인표는 한국 남자의 어떤 유형을 표현해 낸다. 엘리트에 부유하고, 가정적이고 큰 나무 같은 단단함도 가졌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어느 것 하나라도 잃으면 무너질 것 같은 연약함이 있다. 차인표가 드라마에서 분노하지도, 반듯하지만 않아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캐릭터의 완성.

차예은: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공개 입양한 아이. 이후 두 사람은 아이 한 명을 더 공개 입양했다. 두 사람의 결정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차인표는 사회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연예인으로 꼽힌다. 문자 그대로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는 유명인의 삶을 산 셈. 또한 그는 로 한창 인기 있던 당시 자신을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하려다 실패한 작가가 뒤돌아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스케줄을 조정해 출연했고, 영화 를 촬영할 때는 데뷔 12년만에 연기 레슨을 받았다. 또한 그는 아내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담아 보낸 공개편지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실의 사생활에서는 잡음은커녕 오히려 좋은 일만 알려지는 모범생 중의 모범생. 그래서 그는 영화 에서 아들을 끝까지 찾으려는 탈북자, KBS 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부자로 출연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늘 자신의 모범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연기에 도전해왔다. 잘하는 것, 또는 타고난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의 딜레마.

노고단: 차인표의 소설 의 주인공. 그의 첫 소설 데뷔작 이 마치 동화 같은 스타일로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전면적으로 드러낸다면, 는 뭘 해도 안 풀리는 사람들의 힘겨운 삶을 그려내면서 비관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그려낸다. 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차인표라면, 는 차인표가 연기를 통해 보여주곤 했던 또 다른 차인표의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 비극적인 삶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찾고자 하는 시선이 보인다. 분노든 불안이든 어떤 연기를 해도 차인표가 주는 신뢰감의 근원을 보여주는 셈. 하지만 이는 반대로 차인표가 어떤 연기를 해도 극단적이거나 기본적인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는 인물들의 불행이 개인의 깨달음과 아이러니에 기대 마무리된다. 그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가 연기에서 어떤 캐릭터든 극단적인 선을 넘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는 연기에서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을까.

심혜진: KBS 에 함께 출연하는 배우. 차인표는 데뷔 후 처음으로 시트콤에 출연해 자신의 진지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뒤집는다. 스스로 ‘분노의 양치질’을 패러디의 대상으로 삼고, 끊임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작 전에는 KBS 를 통해 예능감을 선보였다. 부모의 바람대로 대학과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연기자의 꿈을 버리지 않았듯, 그는 모두가 자신을 모범적이고 단단한 이미지로 생각할 때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모범과 일탈 사이. 또는 자신이 잘 놀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고픈 모범생 같은 남자. 그는 에서 제대로 놀아볼 수 있을까. 그에게 좋은 사람으로서가 아닌, 즐거운 남자로서의 진정성이 필요할 때가 왔다.

Who is next
차인표와 에 출연한 박원숙과 SBS 에 나온 김수현.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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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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