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 꿈틀대기 시작한 쇼걸들의 욕망
, 꿈틀대기 시작한 쇼걸들의 욕망" /> 10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최완규 작가의 작품 안에서 기태(안재욱)가 아무리 독특한 한량이어도, 성공을 향한 야망의 질주를 그리는 는 전형적인 최완규식 남성성장서사가 맞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동시에 정혜(남상미)와 채영(손담비)이라는 ‘쇼걸’들의 서사이기도 하다. 쇼비즈니스라는 특별한 세계에서 가장 극적인 ‘빛과 그림자’를 담당하는 존재들이 바로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쇼단을 이끄는 단장도, 극장주도, 그들을 뒤에서 지배하는 절대 권력자도 모두 남성인 이 세계는 독재정권 하의 시대적 분위기를 그대로 압축하고 있는 폭력적 가부장의 세계다. 그 아래서 남성들의 도구이자 인형으로 취급당하는 ‘쇼걸’들의 애환과 그 와중에도 꿈틀거리는 욕망은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또 다른 중요한 동력임에 틀림없다.

의 10회는 그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드라마는 상택(안길강) 앞에서 “난 단장님 부속물도 아니고 노리개도 아니”라고 외치는 채영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궁정동 안가로 들어가기로 결심하며 철환(전광렬)의 술상 앞에 서는 정혜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그녀들은 무대 전면에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지만, 그들이 끊임없이 마주치는 것은 9회에서 잠시 언급된 정인숙 사건처럼 남성들의 권력 구도 안에서 희생당하는 어두운 스캔들의 주인공으로서의 운명이다. 그러한 억압 속에서도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며 무대의 주연이고자 애쓰는 여성들의 욕망은 남성들의 야망의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물론 적극적인 채영에 비해 스타가 되려는 동기가 진부하고 수동적인 정혜의 욕망은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혜의 변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녀의 각성된 욕망과 딜레마가, 앞으로 이 여성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남성 서사의 부수적 플롯으로만 그칠 것인지를 좌우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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