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하지만 씩씩하게 살아온 어린 시절, 그 시절에 만난 첫사랑, 재벌가와 얽힌 출생의 비밀까지. 는 아역 시절부터 시작하는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클리셰를 전시하며 시작한다. 태양(오재무)에게는 병든 할머니와 맹랑한 성격의 여동생이 있고, 태양이 좋아하는 진심(채빈)은 엄마의 존재를 갈망하는 천애고아다. 장학금 수혜 여부를 두고 선생님들이 다툴 만큼 “불우한” 둘 사이에 “가족 같은”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그 상황에서 진심이 생각하는 완벽한 엄마의 모습을 한 최강선(황신혜)이 나타나고 진심이 그 딸과 친구가 되면서, 동화와 같던 소년소녀의 세상이 어른의 욕망에 물들어간다.
이런 전개를 통해 본다면 오재무가 똑같이 주인공의 아역 시절을 연기했던 KBS 는 의 미리보기와 같다. 이런 드라마는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 아닌, 불행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으며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는 주인공과 세상과의 갈등이 핵심이다. 거짓말이 마음에 걸려 “내 깜냥 내에서” 마음의 빚을 갚는 태양은 탁구나 KBS 의 동해만큼이나 강력한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태양은 자신을 때리는 동네 깡패까지 친구로 만드는 친화력에 미나리를 진시황 장수의 비결로 포장하는 장사 수완, 야채에 대해 애정과 지식까지 겸비하고 있다. 문제는 캔디형 남자주인공이 첫사랑, 재벌가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하다는 점이다. 의 첫 회는 주저하지 않고 비슷한 드라마의 대중적인 요소를 가져와 펼쳐놓고, 태양이 앞으로 펼쳐나갈 세상과의 싸움을 예고한다. 하지만 과거의 드라마에서 많은 것을 빚진 상태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과연 는 ‘웃어라 태양아’나 ‘야채왕 한태양’의 길을 벗어날 수 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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