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가족>, 맛있게 익기를 기다린다
, 맛있게 익기를 기다린다" /> 1회 JTBC 오후 8시 45분
음식을 주 소재로 다루는 작품에서 인물들의 가치관은 주로 식당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또한 개인사는 각기 다른 음식들을 통해 하나둘씩 그 껍질을 벗게 마련이다. 첫 회 역시 이런 공식을 지키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각각의 캐릭터들은 김치가 맛있는 오랜 역사의 한식당 ‘천지인’을 중심으로 설명됐다. 천지인은 조직폭력배인 기호태(송일국)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식당이며, 그의 어린 시절 기억은 천지인의 파프리카 김치와 함께 소환된다. 천지인 둘째딸 이강산(박진희)의 넓은 오지랖은 오는 사람이 누구든 무조건 “먹이고 재우는” 식당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 중심에는 천지인의 현재 주인이자 강산, 우주(이민영)의 아버지인 이기찬(강신일)이 있다. 버림 받은 아기를 돌보면서 그저 “아기 엄마를 안심시키고 싶”어 식당 앞 칠판에 매일 소식을 전하고, 매운 김치를 먹지 못하는 꼬마 나은비(윤희수)를 위해 파프리카 김치를 만들어주는 그의 모습은 천지인의 방향성을 대변한다. 은 이런 설명들을 통해 “식재료는 최고만 사용하면서 몇 년 째 밥값은 그대로” 두는 바람에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 천지인의 상황까지 자연스레 납득시킨다. 소멸 위기에 처한 고집스런 전통과 “전통 같은 거 요즘 필요 없”다고 말하며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자손 등 이야기의 기본 뼈대는 전형적이지만, 작품은 거기에 기댄 안이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호태가 싸우는 모습과 누군가 요리하는 모습이 유사한 동작을 중심으로 교차편집 되며 그의 요리 인생이 암시되거나, 천지인을 인수하고 들어서려 하는 것이 ‘한식타운’이라는 설정은 공식 이상의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첫 단계인 배추 절이기는 무사히 끝냈다. 이만하면, 김치가 맛있게 잘 익을 때까지 한 번 기다려볼 만하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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