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쇼 난생처음>의 첫 코너 ‘우리 좀 솔직해져 볼까?’에서 또 다른 자아가 자신들의 속마음을 표현해 줄 때 게스트였던 2PM의 표정을 ‘뭐야 이건!’이라고 자막으로 표현한 건 정확했다. <개그쇼 난생처음>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웃음보다 당황스러움이, 폭소보다 난감함이 앞선다. <개그쇼 난생처음>은 KBS <개그콘서트>처럼 완벽하게 합을 맞춘 개그쇼도 아니고, <꿀단지>같은 정통 콩트도 아니다. 게스트가 나오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쓰니 콩트의 형식을 빌린 토크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내용은 대화라기보다는 대본에 있는 대사에 가깝다. 그럼에도 <개그쇼 난생처음>은 이 프로그램이 대본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정형돈이 원하는 리액션을 보여주지 않자 호란은 당황해 “대본대로 하자”고 말하고, ‘호란의 위클리 뉴스’에서 길이 정형돈에게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냐며 공격하자, 정형돈은 대본을 구겨버리고 “대본에 없는” 이야기로 맞받아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익숙한 정형돈과 길은 콩트였으면 NG였을 상황을 리얼로 몰고나가고, 그 때부터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행동과 대화의 합에서 웃음이 터지는 콩트의 기본이 무시되고 출연자들의 애드리브가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 애드리브가 통하는 몇몇 순간, 의외의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애드리브는 조금만 넘치면 바로 무리수가 되는 법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오면, 이 프로그램 전체가 ‘개그쇼’라는 상황을 던져놓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게 내버려 둔 거대한 상황극처럼 보이게 된다. 엔딩에서 2PM과 출연자들이 다 함께 아무렇게나 뒤섞여 I`ll be back을 부르는 동안 “멋진 모습 보여준 2PM 파이팅!”이라는 자막이 흘러가는 부분은 그 절정이다. 우리 좀 솔직해져 볼까? 이건 ‘난생 처음’ 보는 새로운 장르의 개그쇼가 아니라, 충분한 준비 없이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마는 ‘개그 실험’에 가깝다. MBC의 개그 프로그램은 도대체 언제까지 실험만 계속 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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