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스 웨이>, 장동건은 어디 즈음에 위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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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작일 것인가, 아니면 섣부른 시도일까. 지난 22일,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는 장동건 주연의 영화 의 언론시사회와 이승무 감독, 장동건, 케이트 보스워스가 함께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동안 는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 및 주연작으로서, 또한 한국의 기획과 할리우드 자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사실 이런 경우 대중과 언론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마치 단번에 할리우드를 정복할 것처럼 큰 꿈에 부풀던가, 그저 남의 나라 범작 안에서 무의미하게 소비됐다고 저평가를 하거나. 과연 , 그리고 장동건은 그 사이 어디 즈음에 위치하고 있을까.

는 제목에서부터 장동건이 연기한 ‘전사’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한 때 냉혹한 검객이었고, 지금은 낯선 땅에서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과묵한 전사라는 배역은 장동건에게 많은 연기를 요구하진 않는다. 대사는 적은 편이고 감정 표현은 절제되어 있다. 대신 영화는 장검을 들고 석양을 향해 걸어가는 장동건의 영웅적인 풍모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데 집중한다. 에서 정우성의 존재가 그러했듯, 피칠갑 된 오버코트를 펄럭이며 장검을 휘두르는 장동건은 영화의 시각적 쾌감의 중심이다. 심지어 케이트 보스워스와 제프리 러쉬라는 할리우드 A급 스타들 안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비교적 뚜렷하다. 활달하고 감정의 진폭이 큰 린을 연기한 케이트 보스워스는 “’린’은 거칠고 강인하면서도 펑키한 역할이다. 여배우가 이런 거칠고 지저분한 역할을 맡기가 쉬운 게 아니다”라며 자신의 역할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영화 중반 이후 작은 반전을 만들어 내는 론 역의 제프리 러쉬 역시 다소 평면적이고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중량감 있게 살려 낸다.

헐거운 서사를 채우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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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 그리고 장동건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다. 그리고 플롯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 는 그다지 매끈하지 않다. 특히 많은 부분을 설명조의 대사와 플래시백에 의존하는 점은 매우 아쉬운 지점인데 전사의 과거와 변해가는 과정은 론의 내레이션으로, 마을의 과거는 에잇-볼(토니 콕스)의 대사로 설명된다. 전형적인 서부극에 동양의 무사를 밀어 넣은 아이디어도 기존 장르를 비트는 수준까진 이르지 못하고, 단순히 동양인이 주인공인 서부극에 그친다. 하지만 전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그런 서사의 헐거움을 채울 만하다. 배우들이 많은 부분 직접 스턴트를 펼쳤다는 의 액션 장면은 육체의 격돌을 묘사하기 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달빛 아래서 펼쳐지는 전사와 린의 대련 장면이나, 호텔 복도의 혈투 시퀀스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CG를 동원한 판타지 풍의 액션은 ‘무술 영화’와는 거리가 멀고 어디서 본 듯한 액션 시퀀스도 눈에 걸린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는 장동건이라는 배우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어릴 적 아버지와 흑백TV로 본 이 떠올랐다”는 장동건은 고전 웨스턴의 주인공을 연기하며 쿵푸(이연걸, 성룡, 견자단)나 복근(이소룡, 비, 이병헌) 같은 전형적인 방식과는 다른 연기를 보여줬고, 이는 그가 단순히 ‘동양인 아무개’로 소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봉 즈음 비는 할리우드에서의 비즈니스에 대해 “커넥션은 늘 유지하려고 한다. 할리우드에선 인맥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이 설령 선심성 발언일지라도 케이트 보스워스는 장동건에 대해 “매 장면 마법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인내심이 필요하단 걸 아는 사람이다. 너무 즐거웠고 꼭 다시 함께 하고 싶다. 이승무 감독님은 꼭 우리 둘이 할 수 있는 영화를 또 만들어 줘야 한다!”라며 함께 일한 파트너로서의 존중을 보여줬다. 과연 “할리우드에서 동양인 남자 배우라 하면 ‘액션은 잘 하는 배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앞으로는 ‘액션도 잘하는 배우’로 달라질 거다”라는 장동건의 포부는 실현될 수 있을까. 그 도전의 시작이 될 의 개봉은 12월 2일이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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