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Mnet 대기실은 분주했다. 케이블 채널 최초로 시청률 두 자리 수를 넘어선 이 ‘대국민 오디션’은 말 그대로 ‘국민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런데 수백만 시청자들의 간절한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도전자들을 향해 “합격입니다” 혹은 “불합격입니다”를 선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MC 김성주는 방송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즐거워 보였다. “승부가 나는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스포츠 중계를 많이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퀴즈 프로그램도 좋아하죠. 는 우리 국민들이 워낙 풍류를 좋아하는 데다 그중에서도 노래 잘하는 사람을 뽑는 거라 더 흥미롭고, 보시는 분들이 많이 밝아지신 것 같아서 좋아요. 우리 때는 어른들이 판사, 검사 같은 목표만 딱 정해놓고 무조건 공부 1등을 해야 한다고 몰아가는 분위기였거든요. 하지만 의 김은비, 박보람, 강승윤 같은 친구들은 아직 십대지만 벌써 자기가 좋아하는 꿈을 찾아 가는 걸 보면 참 부럽고 보기 좋아요. 젊은 층은 물론 어른들도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꿈이 있었지’라는 추억도 떠올리고 대리 만족도 하시는 게 아닐까요?”
사실 ‘기적을 노래하라’라는 의 슬로건대로 김성주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진행자다. 첫 직장이었던 스포츠 채널이 입사 1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고 단 4명의 아나운서만이 남았던 시기, 그는 “아침에 NBA와 MLB, 점심에 당구, 테니스, 볼링, 오후 4시 이후에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현장 중계”라는 ‘무식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다. MBC 입사 후 , ,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친밀감 있는 진행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마침내 2006 독일 월드컵 중계로 ‘스타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탄탄히 쌓은 기본기 덕분이었다. 이후 “보다 좋은 상황에서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다시 , tvN 등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근 ‘친정’ MBC에서 MC로 특기인 스포츠 중계 실력을 보여준 그는 ‘오늘을 즐겨라’의 고정 멤버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더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성주가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들’을 추천했다. “가을에 좋은 추억이 정말 많아요. 아내를 처음 만난 것도, 결혼한 것도, 우리 두 사람의 생일도, 첫째 아이가 태어난 것도 가을이거든요.” 그야말로 김성주다운 이유다. 1. 이승환의
“대학교 입학해서 첫 미팅하러가던 날 아침에 들은 노래에요. 가사가 내 마음이랑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 설레는 마음을 어찌나 잘 표현했는지, 이 노래만 들으면 그 시절 풋풋한 느낌이 전해져서 내가 늙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웃음)” 19년 전 이맘때, 이승환이라는 신인 가수가 등장했다. ‘텅 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눈물로 시를 써도’ 등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멜로디의 곡들로 가득한 앨범은 이승환 특유의 미성과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명반이다. 그중에서도 발랄한 분위기의 ‘좋은 날’은 첫 데이트를 나가는 남자의 마음을 ‘밉기만 하던 동네 아이들이 / 왜 이리 귀엽게 보이고 / 거리는 온통 그대 향기니 정말 / 그대를 사랑하게 된 건가’ 등의 섬세한 가사로 표현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곡이다. 2. 솔리드의
“노래방에서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가 솔리드의 ‘천생연분’이에요. 세월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명곡이죠. 전주가 딱 흘러나오면 심장 박동소리부터 굉장히 빨라져요. 우울하거나 힘드신 분들도 들으면서 따라 부르시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랩요? 박자 다 맞춰서 제대로 합니다. (웃음)” 김조한, 정재윤, 이준 등 재미교포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93년 데뷔한 솔리드는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장르였던 R&B와 훵키댄스 등 흑인음악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2집 타이틀곡 ‘이 밤의 끝을 잡고’로 스타덤에 오른 뒤에는 아이돌 그룹 이상의 인기를 몰고 다닌 뮤지션이기도 했다. 97년 해체 후 김조한은 한국에서 솔로 활동을, 정재윤은 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프로듀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 이문세의
“이문세 씨 노래는 워낙 좋은 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깊은 밤을 날아서’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를 때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곡이에요. 처음에는 빠르게 가다가 후반에는 마음을 삭 녹여줘요. 가창력에 자신 있는 분들은 가창력 뽐내실 수 있는 파트도 있고요. (웃음)” 83년 데뷔한 후 가수로, 라디오 DJ로 꾸준히 사랑받았던 이문세는 최근 ‘레전드 미션’에 참여해 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도 자신의 저력을 증명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특히 작곡가이자 그의 영원한 파트너인 故 이영훈과 함께 작업한 대표적 앨범인 4집은 ‘사랑이 지나가면’을 비롯해 ‘그女의 웃음소리뿐’, ‘이별 이야기’ 등 명곡으로 가득하다. 4. 신승훈의
“신승훈 씨 노래는 듣기엔 좋은데 부르려면 참 어려워요. 그런데 제가 좀 자신 있는 노래는 ‘그 후로 오랫동안’이에요. 중저음 톤을 가지신 분들이 코드를 잘 잡으면 아주 맛깔스럽게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이 곡으로 에 나간다면요? 일단 이승철 씨한테는 점수 잘 못 받을 것 같아요. (웃음) 이승철 씨 기준은 남을 흉내 내면 안 되고 자기 스타일에 맞게 개성을 살려야 하는데 그게 어렵거든요. 그리고 윤종신 씨는 그보단 좀 더 높게 줄 것 같아요. (웃음) 윤종신 씨는 그 노래를 완벽히 이해하고 거기 흠뻑 취해서 그 느낌을 쏟아내면 잘하는 거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마추어라도 곡에 흠뻑 빠져서 부를 수는 있지 않을까요?” 5. 윤상의
“제가 MBC 라디오 을 진행할 때 가을이 되고 수능 시험이 가까워지면 꼭 틀어드렸던 곡이 윤상 씨의 ‘한 걸음더’에요. 날씨가 쌀쌀해지고 마음도 급해질 때일수록 ‘한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만은 않아’ 라는 가사가 수험생들이나 힘든 분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거든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뛰어들어 강수지, 김민우 등에게 곡을 주며 촉망받는 작곡가로 활동하던 윤상은 91년 가수로 데뷔했다. ‘이별의 그늘’, ‘잊혀진 것들’, ‘시간의 얼굴’ 등 차분하고 정제된 분위기의 곡들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한 걸음 더’ 역시 박창학의 가사와 함께 세대를 뛰어넘어 회자되고 있다.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윤상은 최근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돌이킬 수 없는’에 참여하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임에도 사실 에서 김성주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MC로서 ‘멘트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순위를 매기고 1등을 뽑는 프로그램에서 제 역할은 공정한 진행이에요. 물론 재미를 드려야겠지만 저의 멘트가 끼어들어 누군가에게 손해를 주는 일은 없도록 조심하죠. 그리고 마지막 합격자 발표 순간에는 ‘제가 발표하는 건 믿어주셔도 됩니다. 정말 공정하고 신중하게 집계했습니다’ 라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고 보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에도 김성주의 꿈은 소박했다. “TV에서 저를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는 몰라도 ‘쟤 보면 기분 좋아지더라’, ‘쟤가 얘기하면 좀 위로가 되더라’ 라는 평가만 받으면 만족해요. 그 이상 대단한 건 바라지 않아요.” 수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는 그 꿈을 천천히 이뤄나가고 있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사실 ‘기적을 노래하라’라는 의 슬로건대로 김성주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 진행자다. 첫 직장이었던 스포츠 채널이 입사 1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고 단 4명의 아나운서만이 남았던 시기, 그는 “아침에 NBA와 MLB, 점심에 당구, 테니스, 볼링, 오후 4시 이후에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현장 중계”라는 ‘무식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다. MBC 입사 후 , ,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친밀감 있는 진행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마침내 2006 독일 월드컵 중계로 ‘스타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탄탄히 쌓은 기본기 덕분이었다. 이후 “보다 좋은 상황에서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다시 , tvN 등 인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최근 ‘친정’ MBC에서 MC로 특기인 스포츠 중계 실력을 보여준 그는 ‘오늘을 즐겨라’의 고정 멤버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더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성주가 ‘가을에 듣기 좋은 노래들’을 추천했다. “가을에 좋은 추억이 정말 많아요. 아내를 처음 만난 것도, 결혼한 것도, 우리 두 사람의 생일도, 첫째 아이가 태어난 것도 가을이거든요.” 그야말로 김성주다운 이유다. 1. 이승환의
“대학교 입학해서 첫 미팅하러가던 날 아침에 들은 노래에요. 가사가 내 마음이랑 너무 똑같은 거예요! 그 설레는 마음을 어찌나 잘 표현했는지, 이 노래만 들으면 그 시절 풋풋한 느낌이 전해져서 내가 늙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웃음)” 19년 전 이맘때, 이승환이라는 신인 가수가 등장했다. ‘텅 빈 마음’,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눈물로 시를 써도’ 등 감성적이면서도 세련된 멜로디의 곡들로 가득한 앨범은 이승환 특유의 미성과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는 명반이다. 그중에서도 발랄한 분위기의 ‘좋은 날’은 첫 데이트를 나가는 남자의 마음을 ‘밉기만 하던 동네 아이들이 / 왜 이리 귀엽게 보이고 / 거리는 온통 그대 향기니 정말 / 그대를 사랑하게 된 건가’ 등의 섬세한 가사로 표현해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곡이다. 2. 솔리드의
“노래방에서 제일 많이 부르는 노래가 솔리드의 ‘천생연분’이에요. 세월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명곡이죠. 전주가 딱 흘러나오면 심장 박동소리부터 굉장히 빨라져요. 우울하거나 힘드신 분들도 들으면서 따라 부르시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실 거예요. 랩요? 박자 다 맞춰서 제대로 합니다. (웃음)” 김조한, 정재윤, 이준 등 재미교포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93년 데뷔한 솔리드는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장르였던 R&B와 훵키댄스 등 흑인음악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2집 타이틀곡 ‘이 밤의 끝을 잡고’로 스타덤에 오른 뒤에는 아이돌 그룹 이상의 인기를 몰고 다닌 뮤지션이기도 했다. 97년 해체 후 김조한은 한국에서 솔로 활동을, 정재윤은 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권에서 프로듀서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 이문세의
“이문세 씨 노래는 워낙 좋은 게 많지만 그중에서도 ‘깊은 밤을 날아서’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를 때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면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곡이에요. 처음에는 빠르게 가다가 후반에는 마음을 삭 녹여줘요. 가창력에 자신 있는 분들은 가창력 뽐내실 수 있는 파트도 있고요. (웃음)” 83년 데뷔한 후 가수로, 라디오 DJ로 꾸준히 사랑받았던 이문세는 최근 ‘레전드 미션’에 참여해 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도 자신의 저력을 증명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특히 작곡가이자 그의 영원한 파트너인 故 이영훈과 함께 작업한 대표적 앨범인 4집은 ‘사랑이 지나가면’을 비롯해 ‘그女의 웃음소리뿐’, ‘이별 이야기’ 등 명곡으로 가득하다. 4. 신승훈의
“신승훈 씨 노래는 듣기엔 좋은데 부르려면 참 어려워요. 그런데 제가 좀 자신 있는 노래는 ‘그 후로 오랫동안’이에요. 중저음 톤을 가지신 분들이 코드를 잘 잡으면 아주 맛깔스럽게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이 곡으로 에 나간다면요? 일단 이승철 씨한테는 점수 잘 못 받을 것 같아요. (웃음) 이승철 씨 기준은 남을 흉내 내면 안 되고 자기 스타일에 맞게 개성을 살려야 하는데 그게 어렵거든요. 그리고 윤종신 씨는 그보단 좀 더 높게 줄 것 같아요. (웃음) 윤종신 씨는 그 노래를 완벽히 이해하고 거기 흠뻑 취해서 그 느낌을 쏟아내면 잘하는 거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러니까 아마추어라도 곡에 흠뻑 빠져서 부를 수는 있지 않을까요?” 5. 윤상의
“제가 MBC 라디오 을 진행할 때 가을이 되고 수능 시험이 가까워지면 꼭 틀어드렸던 곡이 윤상 씨의 ‘한 걸음더’에요. 날씨가 쌀쌀해지고 마음도 급해질 때일수록 ‘한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그리 늦는 것은 아냐 이 세상도 사람들 얘기처럼 복잡하지만은 않아’ 라는 가사가 수험생들이나 힘든 분들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거든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뛰어들어 강수지, 김민우 등에게 곡을 주며 촉망받는 작곡가로 활동하던 윤상은 91년 가수로 데뷔했다. ‘이별의 그늘’, ‘잊혀진 것들’, ‘시간의 얼굴’ 등 차분하고 정제된 분위기의 곡들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한 걸음 더’ 역시 박창학의 가사와 함께 세대를 뛰어넘어 회자되고 있다.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온 윤상은 최근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의 솔로 앨범 타이틀곡 ‘돌이킬 수 없는’에 참여하기도 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임에도 사실 에서 김성주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MC로서 ‘멘트 욕심’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순위를 매기고 1등을 뽑는 프로그램에서 제 역할은 공정한 진행이에요. 물론 재미를 드려야겠지만 저의 멘트가 끼어들어 누군가에게 손해를 주는 일은 없도록 조심하죠. 그리고 마지막 합격자 발표 순간에는 ‘제가 발표하는 건 믿어주셔도 됩니다. 정말 공정하고 신중하게 집계했습니다’ 라는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고 보면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에도 김성주의 꿈은 소박했다. “TV에서 저를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는 몰라도 ‘쟤 보면 기분 좋아지더라’, ‘쟤가 얘기하면 좀 위로가 되더라’ 라는 평가만 받으면 만족해요. 그 이상 대단한 건 바라지 않아요.” 수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는 그 꿈을 천천히 이뤄나가고 있다.
글. 최지은 fiv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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