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막장으로 파고드는 관계의 근원
, 막장으로 파고드는 관계의 근원" /> 1회 수-목 MBC 밤 9시 55분
정신과 의사 진서(김혜수)는 이라는 책을 썼다. 아마 상현(신성우)이 6년 전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안 뒤 썼을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함께 가족 소풍을 가는 ‘즐거운’ 가정을 꾸미려 하지만, 붕괴된 관계는 돌이키기엔 늦었다. 상현은 자신을 사랑하던 윤희(황신혜)를 상대로 또 불륜을 저지르는 중이고, 진서는 상현과 윤희가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미칠 지경이다. 여기엔 윤희가 과거 상현을 사랑했었고, 윤희가 6년 전 상현의 불륜을 진서가 직접 보도록 일을 꾸민 사람이라는 과거사가 깔려 있다. 마치 정신과 의사의 상담처럼, 은 한 사건을 계기로 점점 캐릭터의 과거로 들어가며 이미 관계가 붕괴된 사람들의 불안과 히스테리를 보여준다. 진서와 윤희는 이미 폭발 직전이고, 상현 역시 잘 나가는 아내와 달리 여전히 시간강사 생활만 하는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윤희의 남편을 “동생이자 아들이자 남편처럼” 아꼈다는 누나(윤여정) 역시 마음에 무엇을 품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 보통의 ‘막장 드라마’는 불륜과 죽음을 시작점 삼아 한 가정이 어떻게 붕괴되는지 보여준다. 반면 은 불륜과 죽음으로 이미 실질적으로 붕괴된 가정이 왜 그렇게 됐는지 파고 들어간다. 덕분에 은 단 1회 만에 진서-상현-윤희 세 사람이 무엇을 하든 감정이 폭발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중요한 건 그 감정의 밀도다. 보통의 ‘막장 드라마’가 불륜을 이용해 초반에 어떻게든 캐릭터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애쓴다면, 은 같은 소재로 단숨에 그 관계의 근원까지 파고든다. 이미 모두 드러난 관계 위에서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은 ‘막장 드라마’의 문법을 고차원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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