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플랜B>, 시청자들로부터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 시청자들로부터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 5회 수-목 KBS2 밤 9시 55분
분명한 것은 KBS 는 집중의 드라마라는 점이다. 4개 국어가 혼용되며 장소를 초월한 액션이 난무하는 이 드라마는 귀로 듣거나, 내용을 건너뛴 시청자들에게 쉽게 이해를 허락하지 않는다. 문제를 던져놓고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뛰면서 문제 자체가 드러나는 이러한 형식은 초반 몰입을 어렵게 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유난히 많은 인물들이 혼란스럽게 등장하면서 는 부분이 부각된, 밑그림이 흐릿한 드라마였다. 같은 제작진이 만든 KBS 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를 공유함으로써 세계의 모자이크를 완성하는 조각들이 될 수 있었지만, 동떨어진 인물들의 지나치게 구체적인 사정들은 시선을 분산시키며 오히려 이야기의 동력을 약화시켰다. 사건은 자꾸만 앞으로 진행되는데 시청자들은 어떤 힌트를 어디서 얻어야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지 가이드를 받지 못하니 보는 입장에서 가속이 붙질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우(정지훈)와 진이(이나영)가 스스로 사건을 굴려나가며 소동의 중심으로 함께 뛰어든 지난 방송은 의 조각들이 적어도 어느 방향을 향해 모여야 할지 알려주는 중요한 한 회였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상대방보다 더 지독한 적들에 둘러싸인 이들은 비로소 하나의 팀으로 묶이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지우, 진이, 카이(다니엘 헤니)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관계는 이성적으로 이해될 뿐 심정적으로 잘 반죽된 덩어리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도수(이정진)와 소란(윤진서)처럼 인물 간의 시너지가 스스로의 힘으로 그 매력을 키워가지 못한다면 이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운 이야기가 무게 중심을 지켜나가기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각각의 퍼즐을 잘 다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퍼즐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 낼 수 있는 힘이다. 끝까지 시청자들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절한 미끼와 적당한 트릭을 조율해야 한다. 시청자들로부터 도망치는 드라마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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