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짝사랑하던 동아리 선배에게 결국 아무런 고백도 하지 못했노라고 대학에서의 첫사랑을 기억하는 시시한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져 한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힐 줄은. 좋아하는 남자가 잃어버렸던 양말을 찾아 돌려주며 아무 말도 못 하고 돌아선 여자의 모습을 보며 네티즌도 웃고 나도 웃고, 네티즌도 울고 나도 울게 될 줄은. 하지만 정말 예상하지 못한 일은, 이처럼 소심한 일상 안에서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한 웹툰 의 작가가 의 서나래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순히 코믹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어려웠어요.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라 연재를 시작할 때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생각만큼 잘 표현되지 않더라고요.” 서나래 작가, 그리고 그 자신을 투영한 낢이라는 캐릭터를 널리 알린 는 가정을 비롯한 생활 속에서 얻은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짧고 굵게 남기는 작품이었다. 네팔 여행 경험을 담은 는 주제를 여행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이 역시 어떤 일관된 스토리 라인보다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그에 반해 는 그 반대 지점에서 “평소에 가족들에게는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를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이어나가는 작품이었다. 분명 과거의 작품에서도 웃음 안에 생활 속의 작은 깨달음과 지혜가 반짝였다. 하지만 작가 본인의 신입생 시절을 회상하며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는 주제의식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는 그런 면에서 서나래 작가의 작품 활동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또한 작가의 성장을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하여, 서나래 작가에게 마감에 대한 고민으로 함께 하얗게 새운 불면의 밤을 함께한 음악들을 부탁했다. 1. 10cm의
“친구의 소개로 10cm의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듣자마자 팬이 되었어요. 특히 작업 중인 새벽 4시에는 10cm의 ‘새벽 4시’를 많이 들어요.” 매년 인디 신에서는 괜찮은 신인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중 인디 음악 마니아를 넘어 좀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소통하는 밴드는 흔치 않다. 그리고 10cm는 2010년 인디 신이 낳은 그 흔치 않은 뮤지션 중 하나다. 재치 있는 가사와 기타와 젬베의 미니멀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아메리카노’와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로 인기를 모은 그들의 스타일은 서나래 작가가 추천한 ‘새벽 4시’에서도 여전하다. 권정열의 힘을 쫙 뺀 감성적인 목소리가 전하는 ‘그 달, 그 밤, 그때에 나를 담은 작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어느 늦은 새벽 술 한 잔과 함께 듣기 그만이다. 2. 뜨거운 감자의
“최근 연재했던 는 주인공이 동아리 남자 선배를 좋아하는 이야기잖아요.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같은 노래 속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연재 당시 마침 뜨거운 감자의 새 앨범이 나와 주어서인지는 모르게지만 연재를 하며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많이 들었어요.” 뜨거운 감자의 정규 앨범 가 뜨거운 감자 특유의 우울한 색채를 넘어 밝고 유쾌한 감성을 담아낸 작품이었다면, 가상의 영화 를 위한 사운드트랙 는 사운드의 박력은 줄이고 좀 더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살린 앨범이다. 특히 KBS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며 대중에게 더 친숙해진 ‘고백’은 짝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수줍음이 더욱 원숙해진 김C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3. 루시드 폴의
“고등어 반찬을 정말 좋아하는데 루시드 폴의 ‘고등어’는 반찬으로서의 고등어가 아닌 서글서글한 눈으로 바다를 가르는 물고기로서의 고등어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인 것 같아요. 특히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고 폴님이 노래해 주면 정말 내가 오늘 하루 수고한 것 같아 힘이 납니다.” , 즉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앨범 제목 때문에 언젠가부터 루시드 폴의 음악은 동시대 한국의 어려운 서민을 위한 계급적 노래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산층 가정 밥상에 흔히 올라오는 반찬으로서의 고등어로 받아들이면 좀 더 보편적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는 루시드 폴의 말대로 기본적으로 ‘고등어’는 그리고 루시드 폴의 음악은 인간 일반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출발한다. 그 정서 때문에 듣는 이는 서나래 작가처럼 하루를 마감하며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4. 페퍼톤스의
“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페퍼톤스의 노래를 들으면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어요.” 서나래 작가는 유독 인디 신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밴드 위주로 곡을 고르며 자신의 취향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한 때 인디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던 페퍼톤스 역시 마찬가지다. 홍대 여신 뎁의 상큼한 목소리로 대변되는 , 좀 더 현란한 연주와 복잡한 사운드가 과시적으로 흘러나오던 를 거쳐 등장한 은 의 연주적 내공을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갈무리하며 처럼 좀 더 멜로디컬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그 중 서나래 작가가 추천한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은 그들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연주를 둘려주면서도 여자 보컬 이선의 시원한 멜로디를 살리는 집중력을 보여준다. 5. 세렝게티(Serengeti)의 < Life >
앞서 2010년 인디 신의 대표주자로 10cm를 이야기했지만 만약 민트페이퍼의 기획 음반 < Life >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대표곡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대중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거라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아낸 이 따뜻한 감성의 음반에서 그 기획의도를 가장 노골적으로, 그리고 희망차게 담아낸 곡은 아마 세렝게티의 ‘하쿠나마타타’일 것이다. 인디 신 안에서 극강의 연주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연주에 도취되어 곡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이 밴드는 특유의 아프리카 전통 음악의 느낌과 펑키한 연주를 믹스해 ‘이 노래 어떤가요? 기분이 좋아지나요?’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서나래 작가의 답은 다음과 같다. “하쿠나마타타~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될 거예요. 비록… 소재가 잘 생각나지 않더라도…” “새 연재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시 생활 만화를 기획중인데, 여러분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낢의 소소한 일상과 항상 말이 헛 나오는 그녀의 엄마를 보고 싶었던 독자들에게 그녀의 생활 만화 연재 계획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수록 재밌어지는 이 생활 만화의 틀 안에서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 경험을 풀어놓는 연재 기간 동안 작가 본인은 어떤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한 건 그래서다.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며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마감을 하는 그 빤한 것 같으면서도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상 안에서 그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좀 더 성숙해진 이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그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서나래 작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휴식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위근우 eight@
“개인적으로는 정말 어려웠어요.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라 연재를 시작할 때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생각만큼 잘 표현되지 않더라고요.” 서나래 작가, 그리고 그 자신을 투영한 낢이라는 캐릭터를 널리 알린 는 가정을 비롯한 생활 속에서 얻은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짧고 굵게 남기는 작품이었다. 네팔 여행 경험을 담은 는 주제를 여행으로 한정하긴 했지만 이 역시 어떤 일관된 스토리 라인보다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그에 반해 는 그 반대 지점에서 “평소에 가족들에게는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이면의 이야기”를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이어나가는 작품이었다. 분명 과거의 작품에서도 웃음 안에 생활 속의 작은 깨달음과 지혜가 반짝였다. 하지만 작가 본인의 신입생 시절을 회상하며 ‘그래도 우리는 사랑을 한다’는 주제의식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는 그런 면에서 서나래 작가의 작품 활동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또한 작가의 성장을 짐작케 하는 작품이다. 하여, 서나래 작가에게 마감에 대한 고민으로 함께 하얗게 새운 불면의 밤을 함께한 음악들을 부탁했다. 1. 10cm의
“친구의 소개로 10cm의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듣자마자 팬이 되었어요. 특히 작업 중인 새벽 4시에는 10cm의 ‘새벽 4시’를 많이 들어요.” 매년 인디 신에서는 괜찮은 신인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중 인디 음악 마니아를 넘어 좀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소통하는 밴드는 흔치 않다. 그리고 10cm는 2010년 인디 신이 낳은 그 흔치 않은 뮤지션 중 하나다. 재치 있는 가사와 기타와 젬베의 미니멀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아메리카노’와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로 인기를 모은 그들의 스타일은 서나래 작가가 추천한 ‘새벽 4시’에서도 여전하다. 권정열의 힘을 쫙 뺀 감성적인 목소리가 전하는 ‘그 달, 그 밤, 그때에 나를 담은 작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어느 늦은 새벽 술 한 잔과 함께 듣기 그만이다. 2. 뜨거운 감자의
“최근 연재했던 는 주인공이 동아리 남자 선배를 좋아하는 이야기잖아요.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같은 노래 속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연재 당시 마침 뜨거운 감자의 새 앨범이 나와 주어서인지는 모르게지만 연재를 하며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많이 들었어요.” 뜨거운 감자의 정규 앨범 가 뜨거운 감자 특유의 우울한 색채를 넘어 밝고 유쾌한 감성을 담아낸 작품이었다면, 가상의 영화 를 위한 사운드트랙 는 사운드의 박력은 줄이고 좀 더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살린 앨범이다. 특히 KBS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며 대중에게 더 친숙해진 ‘고백’은 짝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수줍음이 더욱 원숙해진 김C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3. 루시드 폴의
“고등어 반찬을 정말 좋아하는데 루시드 폴의 ‘고등어’는 반찬으로서의 고등어가 아닌 서글서글한 눈으로 바다를 가르는 물고기로서의 고등어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인 것 같아요. 특히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고 폴님이 노래해 주면 정말 내가 오늘 하루 수고한 것 같아 힘이 납니다.” , 즉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앨범 제목 때문에 언젠가부터 루시드 폴의 음악은 동시대 한국의 어려운 서민을 위한 계급적 노래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산층 가정 밥상에 흔히 올라오는 반찬으로서의 고등어로 받아들이면 좀 더 보편적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는 루시드 폴의 말대로 기본적으로 ‘고등어’는 그리고 루시드 폴의 음악은 인간 일반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출발한다. 그 정서 때문에 듣는 이는 서나래 작가처럼 하루를 마감하며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4. 페퍼톤스의
“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페퍼톤스의 노래를 들으면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어요.” 서나래 작가는 유독 인디 신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밴드 위주로 곡을 고르며 자신의 취향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한 때 인디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던 페퍼톤스 역시 마찬가지다. 홍대 여신 뎁의 상큼한 목소리로 대변되는 , 좀 더 현란한 연주와 복잡한 사운드가 과시적으로 흘러나오던 를 거쳐 등장한 은 의 연주적 내공을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갈무리하며 처럼 좀 더 멜로디컬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그 중 서나래 작가가 추천한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은 그들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연주를 둘려주면서도 여자 보컬 이선의 시원한 멜로디를 살리는 집중력을 보여준다. 5. 세렝게티(Serengeti)의 < Life >
앞서 2010년 인디 신의 대표주자로 10cm를 이야기했지만 만약 민트페이퍼의 기획 음반 < Life >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대표곡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대중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거라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아낸 이 따뜻한 감성의 음반에서 그 기획의도를 가장 노골적으로, 그리고 희망차게 담아낸 곡은 아마 세렝게티의 ‘하쿠나마타타’일 것이다. 인디 신 안에서 극강의 연주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연주에 도취되어 곡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이 밴드는 특유의 아프리카 전통 음악의 느낌과 펑키한 연주를 믹스해 ‘이 노래 어떤가요? 기분이 좋아지나요?’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서나래 작가의 답은 다음과 같다. “하쿠나마타타~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될 거예요. 비록… 소재가 잘 생각나지 않더라도…” “새 연재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시 생활 만화를 기획중인데, 여러분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낢의 소소한 일상과 항상 말이 헛 나오는 그녀의 엄마를 보고 싶었던 독자들에게 그녀의 생활 만화 연재 계획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수록 재밌어지는 이 생활 만화의 틀 안에서 그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자신의 과거 경험을 풀어놓는 연재 기간 동안 작가 본인은 어떤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한 건 그래서다. ‘하쿠나마타타’를 외치며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마감을 하는 그 빤한 것 같으면서도 하루하루가 새로운 일상 안에서 그는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좀 더 성숙해진 이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그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을까. 서나래 작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휴식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 위근우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