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나래│마감으로 하얗게 새운 불면의 밤을 함께한 음악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90716330149016_7.jpg)
![서나래│마감으로 하얗게 새운 불면의 밤을 함께한 음악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0090716330149016_2.jpg)
“친구의 소개로 10cm의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듣자마자 팬이 되었어요. 특히 작업 중인 새벽 4시에는 10cm의 ‘새벽 4시’를 많이 들어요.” 매년 인디 신에서는 괜찮은 신인들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 중 인디 음악 마니아를 넘어 좀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소통하는 밴드는 흔치 않다. 그리고 10cm는 2010년 인디 신이 낳은 그 흔치 않은 뮤지션 중 하나다. 재치 있는 가사와 기타와 젬베의 미니멀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아메리카노’와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로 인기를 모은 그들의 스타일은 서나래 작가가 추천한 ‘새벽 4시’에서도 여전하다. 권정열의 힘을 쫙 뺀 감성적인 목소리가 전하는 ‘그 달, 그 밤, 그때에 나를 담은 작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어느 늦은 새벽 술 한 잔과 함께 듣기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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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재했던 는 주인공이 동아리 남자 선배를 좋아하는 이야기잖아요. ‘이게 아닌데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널 위해 준비한 오백 가지 멋진 말이 남았는데’ 같은 노래 속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연재 당시 마침 뜨거운 감자의 새 앨범이 나와 주어서인지는 모르게지만 연재를 하며 뜨거운 감자의 ‘고백’을 많이 들었어요.” 뜨거운 감자의 정규 앨범 가 뜨거운 감자 특유의 우울한 색채를 넘어 밝고 유쾌한 감성을 담아낸 작품이었다면, 가상의 영화 를 위한 사운드트랙 는 사운드의 박력은 줄이고 좀 더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살린 앨범이다. 특히 KBS 배경음악으로 자주 쓰이며 대중에게 더 친숙해진 ‘고백’은 짝사랑에 대한 아쉬움과 수줍음이 더욱 원숙해진 김C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의 공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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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반찬을 정말 좋아하는데 루시드 폴의 ‘고등어’는 반찬으로서의 고등어가 아닌 서글서글한 눈으로 바다를 가르는 물고기로서의 고등어를 생각나게 하는 노래인 것 같아요. 특히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라고 폴님이 노래해 주면 정말 내가 오늘 하루 수고한 것 같아 힘이 납니다.” , 즉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앨범 제목 때문에 언젠가부터 루시드 폴의 음악은 동시대 한국의 어려운 서민을 위한 계급적 노래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산층 가정 밥상에 흔히 올라오는 반찬으로서의 고등어로 받아들이면 좀 더 보편적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는 루시드 폴의 말대로 기본적으로 ‘고등어’는 그리고 루시드 폴의 음악은 인간 일반에 대한 안쓰러움에서 출발한다. 그 정서 때문에 듣는 이는 서나래 작가처럼 하루를 마감하며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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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페퍼톤스의 노래를 들으면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어요.” 서나래 작가는 유독 인디 신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밴드 위주로 곡을 고르며 자신의 취향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한 때 인디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던 페퍼톤스 역시 마찬가지다. 홍대 여신 뎁의 상큼한 목소리로 대변되는 , 좀 더 현란한 연주와 복잡한 사운드가 과시적으로 흘러나오던 를 거쳐 등장한 은 의 연주적 내공을 드러나지 않게 안으로 갈무리하며 처럼 좀 더 멜로디컬한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그 중 서나래 작가가 추천한 ‘지금 나의 노래가 들린다면’은 그들의 모든 앨범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연주를 둘려주면서도 여자 보컬 이선의 시원한 멜로디를 살리는 집중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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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0년 인디 신의 대표주자로 10cm를 이야기했지만 만약 민트페이퍼의 기획 음반 < Life >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대표곡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는 대중과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거라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아낸 이 따뜻한 감성의 음반에서 그 기획의도를 가장 노골적으로, 그리고 희망차게 담아낸 곡은 아마 세렝게티의 ‘하쿠나마타타’일 것이다. 인디 신 안에서 극강의 연주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지만 연주에 도취되어 곡의 밸런스를 잃지 않는 이 밴드는 특유의 아프리카 전통 음악의 느낌과 펑키한 연주를 믹스해 ‘이 노래 어떤가요? 기분이 좋아지나요?’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그에 대한 서나래 작가의 답은 다음과 같다. “하쿠나마타타~ 걱정하지 말아요. 다 잘될 거예요. 비록… 소재가 잘 생각나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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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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